(엑스포츠뉴스 부산, 유준상 기자) 2군에서 재정비를 거치고 1군에 돌아온 SSG 랜더스 좌완 영건 김건우가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김건우는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13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면서 시즌 3승째를 올렸다. 6월 4일 문학 삼성 라이온즈전(5이닝 무실점) 이후 67일 만에 5이닝을 소화했다.
이날 김건우는 70구를 던졌다. 구종별로는 직구(40개)가 가장 많았으며, 체인지업(16개), 커브(12개), 스위퍼(2개)가 그 뒤를 이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8km/h를 나타냈다.
7월 23일 대구 삼성전 이후 18일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른 김건우는 경기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회말 선두타자 황성빈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한태양에게 2루타를 맞았다. 하지만 1사 2루에서 고승민의 타격 때 중견수 최지훈의 호수비가 나오면서 한숨을 돌렸다.
김건우는 빅터 레이예스에세 볼넷을 내주면서 2사 1, 2루에 몰렸지만, 침착하게 투구를 이어갔다. 유강남에게 중견수 뜬공을 끌어내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매조졌다.
김건우는 2회말, 3회말에 이어 4회말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여기에 타선이 3회초와 4회초에 각각 1점, 3점을 뽑으면서 김건우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건우는 5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손호영의 중견수 뜬공, 김민성의 2루수 뜬공 이후 전민재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황성빈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날 김건우의 마지막 이닝이었다.
SSG는 김건우가 내려간 뒤에도 추가점을 뽑았다. 경기 중반 이후 격차를 더 벌리면서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고, 롯데를 10-1로 제압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김)건우가 공격적인 피칭으로 5이닝을 너무 잘 막아줬다. 2군에서 준비를 잘 하고 올라온 것 같다”며 김건우에게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김건우는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커브를 이전과 다른 그립으로 던졌다. 경헌호 코치님이 그립을 알려주셨다”며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카운트 싸움이 되면서 마운드에서 여유가 생겼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김건우가 삼진 없이 등판을 마무리한 점도 눈길을 끈다. 김건우는 “야구를 하면서 삼진 없는 경기가 처음인 것 같다. 삼진 없이 5이닝을 투구해서 오히려 기분이 좋았고, 앞으로도 이런 경기를 많이 하고 싶다”고 전했다.
홈런 1개를 포함해 4안타 활약을 펼친 포수 조형우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김건우는 “친구인 (조)형우가 나를 도와주려고 홈런까지 쳐줘서 너무 기뻤다. 마운드에서도 최대한 날 믿어주려고 하고, 자신 있는 구종으로 리드를 잘 해줬다. 서로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형우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2002년생 김건우는 2021년 1차지명으로 SK(현 SSG)에 입단했으며, 올 시즌 개막 전부터 SSG 마운드에 큰 힘을 보탤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즌 초반에는 주로 불펜으로 나서다가 5월 말부터 선발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제구 난조가 발목을 잡았다. 김건우는 전반기 선발 등판 8경기 중 6월 4일 삼성전 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7경기에서 모두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3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1⅔이닝 2피안타 4사사구 2탈삼진 2실점으로 부진했다. 결국 이튿날 2군에 내려갔다.
김건우는 “후반기 시작 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내려갈 때 감독님이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셨다. 다시 (1군에) 올라와서는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투구했다”며 “문제점을 찾기보다는 시즌 초 롯데전 영상을 보며 긍정적인 부분과 강점을 찾으려고 했고, 그게 큰 도움이 됐다. 2군에 다녀온 게 약이 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또 김건우는 “감독님과 경헌호 코치님 모두 ‘마운드에서 생각이 너무 많다.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마라’는 조언을 해주셨다”며 “그동안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아지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었는데, 오늘(10일) 경기에서는 야수들을 믿고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김건우는 시즌 막바지까지 지금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 그는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도망가는 투구를 하지 않겠다. 단점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강점을 살리려고 노력하겠다”며 “좋았던 모습을 많이 보고 공부하면서 팀이 순위 경쟁을 하는 데 꼭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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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