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UN 지정 테러단체 ‘라슈카르 에 타이바’(Lashkar-e-Taiba, LeT) 소속 조직원이 처음으로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8일 테러방지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파키스탄 국적의 4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파키스탄에서 LeT에 가입해 기관총 등 중화기 사용법과 침투 훈련을 이수하고, 정식 조직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2023년 9월 파키스탄 주재 한국 영사관을 방문해 한국 내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꾸며 허위 서류를 작성, 비자를 발급받았다. 그는 같은 해 12월 국내에 입국했으며, 입국 경로는 불법으로 확인됐다.
A씨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등지에서 거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1월 비자 유효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불법 체류 신분으로 이태원 일대에 머물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조사 과정에서 A씨는 “대한민국에 돈을 벌러 왔을 뿐”이라며 LeT 조직원이라는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입국 이후 공식적인 취업 기록이 없었고, 검거 당시에도 이태원 소재 마트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제 활동을 목적으로 체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경찰 판단이다.
LeT는 1980년대 중반 창설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로, 주로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 활동한다. 과거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8년 인도 뭄바이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를 주도해 166명의 사망자를 낸 바 있다.
경찰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A씨 관련 첩보를 전달받아 수사를 시작했고, 탐문 및 추가 조사를 거쳐 그가 LeT 소속 조직원임을 확인했다.
당국은 A씨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LeT에 송금했는지 여부를 금융 계좌 분석을 통해 확인할 계획이다.
이태원 거리 자료 사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 뉴스1
경찰과 정보 당국은 A씨가 체류 기간 동안 다른 조직원과 접촉했는지, 국내에서 은밀히 활동한 정황이 있는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A씨의 전자기기와 통신 기록, 해외 송금 내역 등을 분석해 추가 공범이나 지원 세력이 있었는지를 확인 중이다.
과거에도 국내를 경유하거나 잠시 체류한 해외 극단주의자 사례가 있었지만, 유엔 지정 테러단체의 정식 조직원이 장기간 국내에 머무르다 적발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 테러 네트워크는 단순히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인력과 자금이 전 세계로 이동하는 구조”라며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