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MLB, 유리천장 깨졌다…최초 여성 심판 탄생

보수적인 MLB, 유리천장 깨졌다…최초 여성 심판 탄생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에 앞서 관중석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그런데 그 박수의 주인공은 선수가 아니었다. 특이하게도 한 심판을 향했다. 그는 MLB 149년 역사상 첫 여성 심판이 된 젠 파월(48)을 위한 것이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최초의 정규시즌 여성 심판이 된 젠 파월. 사진=AFPBBNews

파월 심판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대 마이애미 말린스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1루심으로 등장했다.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에 나선 파월 심판은 마이애미 1루 코치와 악수를 나누면서 업무를 시작했다. 1회초를 마친 뒤 애틀랜타 선발투수 허스턴 월드렙의 손을 살피며 이물질 검사를 하기도 했다.

1차전을 통해 MLB 경기 심판을 맡은 최초의 여성으로 이름을 올린 파월 심판은 이어 열린 2차전에선 3루심으로 변신했다. 11일 열리는 경기에선 홈플레이트 뒤에서 주심을 맡아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내린다.

대학 시절까지 소프트볼 선수로 뛰었던 파월 심판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전미대학스포츠리그(NCAA) 소프트볼 심판으로 활동한 뒤 2016년부터 마이너리그에서 심판 생활을 시작했다.

루키리그인 걸프코스트리그(Gulf Coast League)에서 데뷔한 이래 10년간 1200경기 이상 마이너리그 심판 경력을 쌓으면서 MLB를 꿈꿨다. 2023년에는 여성 최초로 트리플A 경기를 책임졌고 2024년과 2025년에는 MLB 시범경기를 경험했다. 그리고 이날 드디어 꿈에 그리던 MLB 정식 심판의 꿈을 이뤘다.

그전에도 MLB 심판의 꿈을 품었던 여성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마이너리그에서 여정을 마쳐야 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MLB는 여성 심판들에게 두꺼운 유리 천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기나긴 기다림 끝에 굳게 닫혔던 벽이 깨졌다.

MLB 최초의 정규시즌 여성 심판이 된 젠 파월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선발투수 허스턴 월드렙의 손을 살피며 이물질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파월 심판은 “MLB 사무국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굉장히 감격스러웠다. 온몸이 감전된 느낌이었다”며 “오랜 꿈이 이뤄졌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도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함께 일하는 모든 심판들에게서 놀라운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다”며 “우리는 열심히 일하지만, 동시에 즐겁게 일했다. 정말 감사했다”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스닛커 애틀랜타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파월 심판이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평가했다. MLB 사무국도 축하 인사를 전했다. 사무국은 파월 심판이 썼던 심판 모자를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인 쿠퍼스타운에 전시하기로 했다.

한편,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1997년 최초의 여성 심판이 탄생했고 현재 7명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프로풋볼(NFL)은 2012년 처음 여성 심판이 등장했다. 현재 3명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최초로 여성 심판을 투입했다. 반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는 아직 여성 심판이 없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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