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휴대전화 초기화·노트북 포맷 등 수사 대비 흔적 다수
나토 목걸이 해명도 오락가락…단순 부인 아닌 ‘거짓말’ 판단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김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준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중기 특검과 김형근·문홍주·박상진·오정희 특검보는 일요일인 이날 전원 사무실에 출근해 영장실질심사에서 펼칠 주장의 논리를 다지고 있다.
특검팀은 무엇보다 김 여사가 구속되지 않으면 주변인들과 손잡고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심사에서 강조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그 일환으로 김 여사가 특검팀 출범이 가시화했을 때부터 이미 주요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가 지난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인용되기 직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노트북을 포맷했으며, 탄핵 후엔 휴대전화를 바꾸고 이를 압수한 수사기관에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일원으로 불리는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특검 수사 전후로 휴대전화를 초기화했고 이 역시 증거인멸이라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이런 내용은 김 여사의 구속영장에도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아울러 지난 6일 첫 소환조사 당시 김 여사의 태도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혐의를 단순히 부인하는 것을 넘어 ‘거짓말’까지 동원해가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는 판단에서다.
특검팀이 영장에 적시한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 명태균 공천개입 ▲ 건진법사 청탁 의혹은 수사가 비교적 오랫동안 이뤄져 혐의를 뒷받침하는 물증과 진술이 상당히 확보됐고, 혐의 사실도 구체적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주가조작 의혹의 경우 특검팀은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 간 통화 녹음파일 등을 토대로 김 여사가 2010년 ‘1차 작전시기’ 주포인 이모씨에게 16억원이 든 증권계좌를 맡겼고, 이후 손실보전금 4천700만원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후 남은 주식을 처분하기 위해 이종호 전 대표가 운영한 블랙펄인베스트에 20억원 상당의 계좌를 맡기면서 수익의 40%를 주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여사는 2012년께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코바나컨텐츠 사내이사를 지낸 김범수 전 아나운서 등의 계좌를 이용한 ‘차명거래’도 했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이를 통해 김 여사가 취한 시세 차익을 1원 단위까지인 8억1천144만3천596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김 여사는 조사에서 ‘주가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았다’, ‘손실보전 약정을 한 사실이 없고 4천700만원은 다른 약정에 따른 거래였다’, ‘계좌를 맡기긴 했지만 돈을 잃었다’ 등 주장으로 반박 주장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김 여사가 2021년 6월 26일∼2022년 3월 2일 명태균씨로부터 2억7천440만원 상당의 공표용 여론조사 36회, 비공표용 22회의 결과를 무상으로 받은 사실을 파악했다.
명씨는 이후 2022년 3월 중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찾아 이 점을 거론하며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요구했고, 이후 윤 전 대통령이 단수공천을 지시했다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특검팀은 영장에 이를 명시하며 ‘정당의 민주적 운영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여사는 ‘명씨가 보내주는 여론조사 결과를 상품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먼저 알았다고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한다.
김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관해선 통일교 관계자가 전씨에게 ‘김 여사 선물용’ 고가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을 전달한 날짜, 장소, 물건의 시세까지 특검팀은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해당 물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전씨는 “잃어버렸다”는 입장이지만, 특검팀은 두 인물이 공모해 물건을 숨겼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영장심사에서 김 여사가 이른바 ‘나토 목걸이’와 관련해 거짓 해명한 점도 증거인멸 우려의 근거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의 참석차 해외 순방길에 올랐을 때 착용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재산 신고 내역에서 뺀 혐의를 받는데, 이 목걸이는 2010년께 모친에게 선물한 모조품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반클리프 아펠 측으로부터 해당 목걸이의 최초 출시 시점이 2015년이라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진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모조품을 살 순 없는 만큼 김 여사의 해명에 의구심이 들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대가성 선물이 아닌지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반클리프 아펠 매장을 압수수색해 국내 한 중견 건설사 회장의 측근이 2022년 3월 9일 대선 직후 이 목걸이와 같은 모델 제품을 구매한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걸이에 관한 내용은 구속영장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특검팀이 영장심사에서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의 근거 사례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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