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은 침묵하고, 대신 잠재된 불안이 빛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2025 F/W 컬렉션을 관통하는 테마가 있었으니 바로 1980년대 바이브다. 이상적이고 완벽하게 우아한 콰이어트 럭셔리의 속삭임이 잦아들고 과시의 볼륨을 높인 ‘붐붐(Boom Boom)’ 트렌드가 패션 신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것. 그렇다면 지금 디자이너들과 젠지(Gen Z)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붐붐 트렌드는 도대체 무엇일까.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PRADA, MIU MIU, SAINT LAURENT, SAINT LAURENT,MIU MIU
자기 확신으로 충만했던 1980년대. 사람들은 비비드 컬러와 과감한 시도, 파워 숄더, 드라마틱한 실루엣, 하이글로스 소재와 퍼 그리고 모피 액세서리 등을 활용해 자신을 화려하고 과시적으로 표현했다. 이것이 붐붐 트렌드의 시초다. 이번 시즌에서 표현된 1980년대는 파워 드레싱에서 한층 더 진화해 테일러링이나 경직된 수트만으로 표현되지는 않았다. 부드러운 실루엣을 공존하게 했고, 특히 1980년대에 방영한 미국 드라마 〈다이너스티 Dynasty〉에 등장하는 스타일에 상징적 요소를 차용해 파워 글램 룩의 완성도를 높였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GIVENCHY, CHLOÉ, VALENTINO, MCQUEEN
고급스럽고 풍성한 원단으로 제작한 수트와 무릎 기장의 스커트, 박시한 어깨 패드, 비비드한 컬러 조합, 하이글로스 텍스처, 페이크 퍼, 여기에 과장된 액세서리까지. 안토니오 바카렐로의 생 로랑은 과장된 파워 숄더와 비비드 컬러 수트를 중심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클럽 욕실에서 영감받아 몽환적인 룩을 선보인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발렌티노, 디킨스 시대의 댄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맥퀸의 션 맥기어, 구조적 수트와 럭셔리한 인조 퍼를 조합해 우아하면서도 파워플한 룩을 선보인 스텔라 매카트니, 퍼 스톨과 거대한 벨트, 풍성한 볼륨 스타일로 파워 글램 룩을 연출한 미우미우까지 낭만적 글램 스타일을 완성했다.
이처럼 화려함의 부활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시각적 파워를 통한 자기표현 방식으로 작용했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스타일에 지루함이라도 느낀 듯 모두 갖고 싶은 삶을 옷으로 표현했다. 경제 위기와 팬데믹으로 절제됐던 소비욕구가 폭발하는 Z세대의 마음을 대변하듯 미니멀리즘이 물러나고 과감함이 자리 잡았다. 볼드한 진주 목걸이에 파워 수트를 입고 마음껏 존재감을 뽐낼 날이 다가온 것이다. 이제 남의 시선은 의식하지 말고 마음껏 당신을 드러내라. 그것이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자기표현이며, 트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