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 경영권 분쟁] ① ‘가족내전’ 장기화…기업 신뢰도 ‘흔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강애란 기자 = 두 달여 전 남매간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줄 소송전까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아버지까지 본격 참전해 딸 편에 서면서 오히려 확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2조4천521억원의 매출을 거둔 한국콜마[161890]의 얽히고설킨 집안싸움 얘기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 장남이자 지주사 콜마홀딩스[024720]를 이끄는 윤상현 부회장, 그리고 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200130] 대표가 소송에 맞소송을 벌이며 ‘오너 리스크’를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0일 법조계와 화장품업계는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 여동생 경영 간섭하겠다는 장남…아버지, 장남 상대 소송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201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회장이 아들에게 콜마홀딩스 주식 약 230만주를 증여하면서부터다.

콜마홀딩스 지분은 최대주주인 아들 윤 부회장이 31.75%, 딸 윤 대표 부부 10.62%, 아버지 윤 회장이 5.59%를 각각 보유 중이다.

이후 아들은 그룹 주력 사업인 화장품과 의약품을, 딸은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각각 맡게 됐다.

사실상의 경영권 승계는 순조롭게 이뤄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5년 만인 지난 4월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윤 부회장이 여동생의 콜마비앤에이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을 시도한 게 도화선이 됐다.

여동생이 거부하자 윤 부회장은 같은 해 5월 이사회 개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게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다음 달 26일까지 임시주총을 열어 윤 부회장 등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그러자 남매 갈등에 아버지가 가세해 아들이 딸의 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주식 증여 당시의 합의 파기라며 개입했다.

윤 회장은 경영 합의를 전제로 주식 증여가 이뤄졌다는 입장이지만, 아들은 경영권과 증여가 별개 사안이라고 반박한다.

윤 회장은 5월 아들에게 증여한 주식에 대한 반환 청구 소송을 내는 동시에 주식을 임의로 처분해서는 안 된다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법원은 지난 달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윤 회장은 또 지주사 콜마홀딩스 사내이사로 딸 등과 함께 들어가겠다며 지난 달 29일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아들의 공격에 ‘부녀 연합군’이 역공을 가한 모양새다.

◇ 요동치는 콜마 주가…경영 불확실성 커져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불거지자 콜마홀딩스 주가가 출렁거렸다. 지난 6월 중순까지 1만2천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한때 2만원을 넘기도 했다. 현재 콜마홀딩스 주가는 1만4천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특별한 호재나 기업 실적이 반영된 게 아니라 경영권 확보를 위해 오너 일가가 지분 매입 경쟁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은 변한 게 없지만 경영권 분쟁이 불확실성을 키운 셈이다.

이번 사태는 최근 날개를 단 ‘K뷰티’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콜마가 제조자개발생산(ODM),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으로, 브랜드 다양화와 수출 시장 다변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을 사유 재산화하지 말고 윤리, 도덕적인 책임 의식을 갖고 경영해야 한다”며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사회 문제를 만드는 것은 콜마 기업 가치를 흐트러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ayyss@yna.co.kr,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