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안보 당국이 가자시티 점령 결정을 승인했다.
가자지구 북부에 위치한 이 도시에는 팔레스타인인 수십만 명이 살고 있다. 이곳은 전쟁 전 가자지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였다.
여러 세계 지도자가 점령 계획을 규탄했으며, 유엔(UN)은 이 계획이 “더 큰 규모의 강제 이주”와 “더 많은 살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이 조치에 대해 “강력한 저항”을 경고했다.
점령 계획은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군 관계자와 인질 가족들을 포함해 강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앞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을 점령하고 이를 “아랍 세력에 넘겨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많은 부분이 불분명하지만, 새로운 계획에 대해 알려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부 계획은?
이스라엘 총리 사무실에서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가자시티를 장악하기 위해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 하마스의 무장 해제
- 생사 불문 모든 인질의 귀환
- 가자지구 비무장화
-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안보 통제
-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당국이 아닌 대체 민간 행정부 설립
IDF는 군대가 가자시티를 장악하기 위해 준비할 것이라고 밝히며, “전투 지역 외부의 민간인”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원이 새로운 것인지,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원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가자 인도주의 재단 또는 다른 방법을 통해 제공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마스는 가자시티 점령 계획 승인이 “새로운 전쟁 범죄를 구성한다”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리는 범죄적 점령과 관련해 이 범죄적 모험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며 결코 쉬운 길이 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가자시티만 점령하는 이유는?
내각 회의 전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 전역을 통제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지만, 새로운 계획에는 가자시티만 언급됐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군 총사령관이 가자 전역 점령에 대해 강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열띤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의 75%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UN은 가자의 86%가 군사지역이거나 대피 명령이 내려진 곳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번 계획은 이스라엘군이 지구 내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곳도 이스라엘 공습과 지상 공격으로 심하게 파괴됐다.
가자시티는 이미 IDF 통제 하에 있거나 대피 명령이 내려진 지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BBC 중동 특파원인 휴고 바체가는 이 도시를 장악한다는 건 가자지구 전역 점령의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면적인 점령 위협이 교착 상태에 빠진 휴전 협상에서 하마스가 양보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폭스뉴스에 이스라엘이 가자를 “소유하고 싶지 않다”라며 이를 “아랍 세력”에 넘겨줄 계획이라고 했다.
총리는 “우리는 안전지대를 원한다”라며 “이를 통치하고 싶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언제 가자시티 점령에 나서나?
이스라엘은 언제 점령에 나설 것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로 즉시 진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전에 주민들이 먼저 대피해야 한다.
이스라엘 측은 내각에 제출된 “대안”이 “하마스의 패배나 납치된 사람들의 송환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
이 대안이 무엇이었는지, 또 누가 이를 제안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스라엘 언론은 군 참모총장의 제한적인 안이었다고 보도했다.
BBC 수석 국제 특파원인 리즈 두셋은 네타냐후가 가자를 운영하길 바란다는 “아랍 세력”을 언급할 때 과거처럼 “의도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네타냐후는 요르단이나 이집트를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들 국가는 이스라엘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이 가자를 점령한 후 해당 지역에 진입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가자 점령 후 통치 주체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각국 반응은?
네타냐후는 인질 가족들과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점점 더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총리인 키어 스타머 경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 계획이 “더 많은 유혈 사태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8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추후 통지 전까지 이스라엘로의 군사 장비 수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이스라엘군의 계획이 합법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지 “점점 더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독일은 이스라엘의 최대 무기 공급국 중 하나였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은 이 조치를 “완전한 범죄”라고 묘사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이스라엘의 목표는 “팔레스타인인을 그들의 땅에서 강제로 추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볼커 튀르크 UN인권최고대표는 “가자에서의 전쟁은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라며 추가적인 긴장 고조가 “더 많은 대규모 강제 이주, 더 많은 살상, 더 견딜 수 없는 고통, 무분별한 파괴 및 잔혹 행위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 본부는 이 결정이 “인질과 우리 군인 모두에게 대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미국은 비판 수위가 훨씬 더 낮았다.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자지구 완전 점령은 “이스라엘의 결정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으며,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해당 계획이 미국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말하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가 보도: 루스 코머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