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프로듀서 겸 DJ 알티(R.Tee)가 매일 두 곡씩 습작을 하는 ‘근면한 예술가’의 면모를 보였다. 확고한 취향을 담아 차곡차곡 성실하게 쌓은 곡들을 무기로 들려줄 알티의 음악 세계에 기대가 모인다.
지난달 독자 레이블 알티스트레이블(RTST LABEL)을 설립한 알티는 빅뱅, 블랙핑크, 전소미 등과 작업한 ‘히트곡 메이커’이자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 ‘월드디제이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무대에 오르는 EDM DJ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는 ‘프론트맨’의 꿈을 갖고 시작해 프로듀서가 될 줄은 몰랐다고. 알티는 “음악 한 지 15년 정도 됐는데, 8-9년 때까지만 해도 작곡가나 프로듀서라고 불리는 게 낯설었다. 누군가를 위해 곡을 만들어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가 만든 히트곡인 블랙핑크의 ‘불장난’도 알티의 앨범에 실을 목적이었다. 돌이켜 보면 곡이 주인을 잘 만난 것 같다는 알티는 “데모에 비해 훨씬 곡이 좋아졌다. 청자로서 이건 이게 맞다. 블랙핑크가 잘 소화해 줬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알티는 “그때가 제가 만든 곡 중 처음으로 히트했던 것 같다. 길 가다가 들리면 너무 즐겁고 황홀했던 기억이 있다”며 “당시에도 지금도 일관되게 감사한 것 밖에 없다. 그 순간 제가 제일 좋다고 생각해 표현한 방식인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는 건 기적이라고 생각해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만든 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이다. 알티는 “제 인생곡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인들이 명함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만든 노래가 곧 그 사람인 것 아닌가. 그 곡 자체가 김중구(알티 본명) 같다”며, 그 노래를 이기기 위해 매일 두 곡씩 습작하며 연마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루 두 곡을 매일 쓰고 있다”는 알티의 작업스타일은 ‘파워 성실’이라고. 매일 붓을 드는 사람을 따라올 자가 없다는 화가 아버지의 말이 영향을 줬다고. 그러면서 그는 “처음에 노래 만들 때는 한 곡을 만드는 데 1년 걸렸다. (당시엔) 이 곡이 ‘잘 될지도 모르는데 1년이 걸리면 어떡하나’ 했다. 그렇게 매일 하다 보니 ‘불장난’을 만드는 데는 20분 걸렸다”며 꾸준함의 힘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곡에 대해 “내가 후회 없고, 이건 사람들에게 즐거운 음악일 것 같은 곡”이라고 말했다. 알티는 “초안이 20분이지 대중에게 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편”이라며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많은 초안 중에서 “가장 들려주고 싶은 게 뭔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알티는 “재능이 없더라도 성실함만 있어도 된다”고 재차 말했다. 그는 “단지 예술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무조건 성실함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심지어 저는 처음 3, 4년 동안은 헤맸다. 저도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힘들겠지만 참는 자가 얻는다고 생각한다”는 철학을 밝혔다.
성실한 알티의 이력은 독특하다. 예술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모두 미술을 전공했다. 미대에 다니다가 음악을 하게 됐지만, 오랫동안 배웠던 길을 택하지 않은 게 아깝지는 않다고. 알티는 “그게 아니었으면 지금 이렇게 음악 못 만들었을 것 같다. 한국화를 전공했는데, 한국화는 여백도 그린다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예술은 사람이 그 작품 안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의 통로라고 해야 할까. 한국화가 여백에 대해 많이 깨닫게 해 줬다”고 말했다.
이어 “멋있고 싶으면 화려하고 싶어지지 않나”라며 자신의 음악도 화려하게 들리지만 최소화해 채운 것임을 밝혔다. 그는 “악기를 좀 더 빼고 편곡적으로 미니멀하게 구상하는 데 있어 더 비우고 포인트를 주는 게 멋진 거라는 걸 한국화를 통해 배웠다”며 한국화를 배우지 않았다면 “계속 꾸미려고 하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프로트맨’이 꿈이었던 만큼 알티는 가창 욕심도 있다고. 그는 “(가창을) 하게 될 것 같다”며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과 하는 게 맞다’ 주의인데, 그 생각을 가진 지가 3, 4년 정도 됐다. 그때마다 이걸 더 잘 표현해 주는 가수들을 만났다”며 웃었다. 이내 그는 “꼭 그렇게(가창해) 내서 들려드리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밝혀 기대를 높였다.
한편, 알티는 10일 오후 6시 알티스트레이블 설립 후 첫 작업물인 새 싱글 ‘담다디’를 발매한다. 싱글엔 팝 기반의 하우스 장르 타이틀곡 ‘담다디’와 강렬한 테크노 사운드 위 에스닉한 감성이 더해진 트랙 ‘Switch Out’이 수록됐다.
사진=알티스트레이블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