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언론·사법 ‘3대 개혁’ 추진하며 리스크 관리로 동력 저하 차단
국힘엔 해산 위협…’진영정치·비타협’ 지속 시 李대통령에 부담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첫 집권여당 사령탑에 오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초반부터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그가 공언했던 ‘싸우는’ 여당 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른바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이유로 제1야당인 국민의힘 및 개혁신당 등 보수 야당과 형식적인 대화도 거부하면서 검찰·언론·사법 분야에 대한 자칭 개혁 입법을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서다.
나아가 취임 직후에 불거진 대형 악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엄한’ 집안 단속으로 당 대표로서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4일 이른바 대주주 기준 논란과 관련해 함구령을 내리면서 내부 이견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차단했다.
또 당 중진인 이춘석 의원의 차명 주식 거래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만인 6일에는 이 의원에 대한 제명 방침을 밝혔다.
이어 지난 8일 호남에서 개최한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지역 의원들을 향해서는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이와 관련, 한 재선 의원은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 대표의 내부 단속에 대해 “이런저런 문제가 불필요하게 확산하지 않게 관리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라며 “의원들을 향한 공개 메시지도 ‘설렁설렁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지난 5일에는 신임 인사차 야당을 예방하면서도 107석의 가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패싱’했다.
오히려 같은 날 여권 지지층에 큰 영향력을 가진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정당해산감”, “정당해산 못할 것 없다”, “악수는 사람과 하는 말” 등의 고수위 발언을 쏟아내면서 국민의힘을 앞장서서 공격했다.
통상 여당 대표의 경우 취임 시 ‘국민 통합’, ‘협치’ 등을 다짐하면서 대야(對野) 협력 제스처를 취하지만, 전당대회에서 ‘싸움의 리더십’을 공약한 정 대표는 오히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것이다.
정 대표는 이른바 전광석화 폭풍 추진 공약에 따른 입법 속도전에도 돌입했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출범한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는 26일까지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국가수사위원회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당론으로 입법 트랙에 태우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가 공약한 언론개혁 TF와 사법개혁 TF도 각각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이 가운데 14일 출범하는 언론개혁 TF는 언론 및 유튜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정정·반론보도의 실효성 개선 문제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사법 개혁 TF는 11일 상견례 모임을 한 뒤 주중에 출범한다. 대법관 수를 최대 10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대법원 판결에 헌법소원을 적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등을 다룰 예정이다.
여기에선 정 대표가 직접 발의한 법관 외부 평가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의제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추석(10월 6일) 전까지 이 3대 법안에 대한 입법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정 대표의 이런 리더십은 강경한 본인의 스타일에 더해 민주당 지지층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층이 정권 초기 강력한 드라이브를 원하는 것을 감안, 내부 관리 등을 통해 동력이 약화하는 상황을 차단하는 셈인 것이다. 정 대표는 이춘석 의원 후임 법사위원장으로 역시 초강경 인사인 추미애 의원을 내정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갖고 있어 보수 야당의 협조를 구할 필요가 없는 데다 국민의힘이 사실상 지리멸렬한 상황도 정 대표의 강경한 리더십이 가능한 이유로 꼽힌다.
다만 정 대표가 평소 그의 이미지처럼 강경 일변도와 비타협의 스타일을 고수한다면 결국 이재명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자기 진영만 보고 독주한다는 프레임에 갇히게 될 경우 여권 전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8일 “야당과 악수를 안 한다는 것은 사실은 레토릭이었다”고 말하고 9일에는 극우 성향의 전한길씨 징계에 나선 국민의힘에 “국민의힘이 내란세력과 손절하고 야당다운 야당으로 환골탈태 거듭나길 바란다”며 조언을 하는 등 이전보다 다소 톤다운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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