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단장까지 승진한 초대 감독’ 안양 이우형 “무조건 생존, 5년 내 ACL 진출이 목표”

[인터뷰.1st] ‘’단장까지 승진한 초대 감독’ 안양 이우형 “무조건 생존, 5년 내 ACL 진출이 목표”

이우형 FC안양 단장.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구단 창단과 동시에 감독으로, 이어 강화부장과 테크니컬 디렉터를 거쳐 12년 만에 단장까지. 이우형 안양FC 신임 단장은 구단 역사의 산증인이다.

안양은 지난달 25일 이우형 신임 단장 부임을 발표했다. 2013년 프로 창단 당시 첫 감독이었던 이우형은 도중에 중국 선양 감독을 맡으며 팀을 떠났다가 3년 만에 전력강화부장으로 돌아왔고, 2021년 감독직에 복귀했다. 이때부터 안양의 내부 승진 정책이 빛을 발했다. 이우형 감독이 테크니컬 디렉터로 보직을 바꾸고, 코치였던 유병훈 감독을 지원하는 체제가 마련됐다. 이 체제로 사상 첫 K리그1 승격을 이뤘다. 그리고 시즌 도중 단장에 취임하면서 선수단 운영뿐 아니라 구단 살림 전반을 책임지게 됐다.

지난 5일 안양 단장실에서 만난 이 단장은 현장을 떠난 것이 조금 어색한 듯 책상에 오래 앉아있으려니 힘들다며 웃었다. 최근까지도 선수를 찾으러 해외에 직접 돌아다녔던 이 단장에게는 업무환경이 급격하게 바뀐 셈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구단 사정을 잘 아는 만큼 적응은 수월한 편이다. 1년이 아닌 5년 뒤까지 청사진을 제시하고, 스폰서를 따내는 등 수익을 증대시키겠다는 목표가 분명했다.

청문회에서 인적 쇄신을 이야기한 이유

선수운영 및 전력강화 업무를 넘어 구단 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어떤 업무가 가장 새로운가

첫 번째로 책상에 오래 앉아 있으려니까 힘들다(웃음). 익숙해지는 중이다. 그동안 외부적으로만 일을 해왔고, 내부적으로 깊숙이는 잘 알지 못했다. 일주일 정도 일하면서 관찰한 결과 생각보다 능력 있는 직원들이 많다. 반면에 조금 정체돼 있는 직원들도 있다. 이런 점을 차근차근 개선하려고 한다. 직원 수도 좀 더 늘려야 한다. 생각보다 해야 될 일이 많다.

사무국 직원들 이야기를 먼저 할 줄은 몰랐다. 앞서 안양 시의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도 사무국의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인 듯한데

물론 기반은 경기력이다. 경쟁력을 가져야 새로운 팬들이 유입되고 고정 팬도 늘어난다. 동시에 마케팅을 통해서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그 일을 하는 게 구단 직원들이다. 지금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지만 마케팅 담당 직원이 부족하다보니 한계가 있다. 외부에서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자생력을 가지려면 직원들이 발로 뛰어서 수입을 끌어모아야 한다. 직원 수는 한정돼 있는데 너무 많은 것을 주위에서 바라면 그것도 잘못된 거다. 직원을 확충하고 역할 분담을 확실하게 해서 잘할 수 있는 일을 맡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사회공헌 사업을 하려고 할 때 그 일에만 집중할 수 없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다.

반드시 잔류, 그리고 아시아 향한 5개년 계획

성적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안양의 순위는 K리그1 12팀 중 11위지만 8위까지 1경기 격차, 6위까지 두 경기 격차라 중위권이 멀지 않다. 현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나

어떻게든 1부에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순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단장으로서 우리 팀이 6위 안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인프라나 재정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생존하는 게 첫 번째다. 이번 달에 4경기(전북, 포항, 대전, 서울)가 있다. 이 경기에서 과연 우리가 승점을 얼마나 딸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강등 싸움을 해야 하는지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지, 4경기를 보고 목표를 결정할 시점이 올 것이다.

– 1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단장으로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둘 생각인지

여름 이적 시장은 끝났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선수들의 복지다. 음식이라든지 이런 것을 최대한 지원해주려고 한다. 선수단에 대해서는 감독이 요구하는 사항을 전적으로 다 들어줘야 한다. 우리가 클럽 하우스도 없고 부족하지만 선수단이 편하고 좋은 환경에 있을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한다.

생존에 성공할 경우 중장기적인 계획은 있나

일단 생존을 해야한다. 잘 버텨서 내년까지 K리그1에 계속 있는다면 분명히 올해보다는 더 나은 경기력을 유지시켜야 한다. 또 새로운 선수도 영입해야 한다. 지금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히 3년 안에 상위 스플릿에 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유병훈 감독과 소통하고 있는데, 올해는 살아남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3년 안에 여기서 경쟁력을 갖추면 5년 안에는 ACL처럼 그 위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감독 마음을 잘 아는 디렉터였다

감독, 전력 강화 부장, 테크니컬 디렉터 경험이 단장 업무를 볼 때 많은 도움이 되는지

테크니컬 디렉터에서 단장으로 왔다 보니 아무래도 내부적으로 잘 안다. 올 시즌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즈음 새로운 디렉터도 영입을 할 것이다. 좋은 선수 영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느 포지션에 선수를 뽑는지다. 때로는 헌신적인 선수도 있어야 하고 때로는 기술적인 선수도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백업도 둬야 한다. 이런 영입 부분에서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영입한 권경원을 통해 토마스를 수비형 미드필더, 왼쪽 풀백 등 다양하게 쓸 수 있게 됐다.

어떻게 직책이 바뀔 때 가장 변화가 컸고, 가장 재미있었나?

작년 테크니컬 디렉터 때가 기억에 남는다. 작년에 승격을 못 했으면 디렉터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지금의 내가 없을 거다. 유병훈 수석 코치가 감독이 되고 내가 디렉터로 한 발 물러났을 때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감독을 뒤에서 잘 서포트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늘 선을 지키려 했다. 지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디렉터로서 경기를 관전하다 보면 속으로 왜 저 선수를 안 넣지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절대 유 감독에게 교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유 감독이 힘들 때 소주 한 잔 마시면서 멘탈적인 부분도 좀 다독거려줬다. 내가 감독을 해봤으니 감독 마음을 잘 알기에 이런 부분으로 많이 다가갔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니까 작년에 승격이라는 좋은 선물이 온 것 같다.

유 감독이 언제 그렇게 힘들어했고, 어떻게 도움을 줬나

감독의 마음고생을 내가 왜 모르겠나. 작년에 3연패를 한 시기가 있다. 한창 1위를 하고 있다가 3연패를 해서 굉장히 어려운 시기였다. 그래서 유 감독에게 전화해 여기에 있지 말고 구단에 이야기해서 빨리 보은을 다녀와라라고 이야기했다. 훈련도 하지 말고 선수들과 편히 쉬다 오라는 거였다. 왜냐하면 3연패를 하면 잡음이 들린다. 여기에 있으면 더 잘 들리고, 공기 좋은 데로 가면 그나마 덜하다. 진짜로 쉬고 온 뒤에 2연승을 하고 거의 승격을 확정 지었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게 디렉터라고 생각한다.

이우형 FC안양 단장. 김정용 기자
이우형 단장(왼쪽), 최대호 구단주(이상 FC안양). FC안양 제공

 

이젠 단장이니까 돈을 벌어 오겠다

단장이 되면 해보고 싶은 게 있었나

성적을 잘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장으로서 메인 스폰서 금액을 좀 더 상향시키고 싶다. 내가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어려우니까 도전해 볼만 하다.

그러려면 지역사회의 구심점으로서 안양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해야 할 텐데

서포터들에게 굉장히 고맙다. 안양은 과거에 연고지 이전이라는 아픔을 겪고 어렵게 창단했다. 그런 아픔을 겪은 팬들이라 애착이 굉장하다. 하나 아쉬운 부분은 경기장이 조금 낙후돼 있다. 운동장만 개선되면 더 많은 팬들을 모을 수 있고 수익 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잠재력은 안양에 분명 있다. 지금 안양은 지역을 대표하는 특별한 문화적 아이콘이 없는 상태다. 가장 근접한 게 우리 구단이다. 문화적으로 안양을 대표하는 FC안양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지금도 어느 정도 정착됐지만 시설이 아쉽다. 전용 구장 건설이나 시설 개선이 이뤄지면 우리 수익 구조도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2013년부터 계속 봐 온 팬이 많을테고, 감독부터 단장까지 올라온 축구인 이우형을 보면서 뿌듯해하는 올드 팬도 있을 듯한데

있다. 반면에 우려하는 팬들도 있다. 단장은 다른 사람이 해야 된다 생각하는 팬들도 있다. 당연히 있을 만하다. 아무래도 올드 팬들은 좋아한다. 어떤 팬들은 구단이 아닌 날 걱정해주기도 한다. 내가 디렉터로 일할 때는 선수단을 지원하면서 경기력에 더 좋은 효과를 가져오는 등 좋았는데, 단장으로 가면서 여러 가지 일을 짊어지고 또 잘못되면 어떡하냐고 우려하시는 거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으로 보는 팬들이 조금 더 많다고 느낀다.

사진= 풋볼리스트, FC안양 제공

 

Author: NEWSPIC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