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1st] 이거 취업사기 아니에요? 사리 감독, 명문구단 컴백했는데 ‘영입금지 징계’… 있는 선수로 경기력 쥐어짜는 중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마우리치오 사리 라치오 감독이 이적시장에서 원하는 선수를 한 명도 수급하지 못하는 현실과 투쟁 중이다.

사리 감독은 지난 2024-2025시즌이 끝난 직후인 6월 초 라치오의 새 감독으로 부임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라치오를 지휘했던 사리 감독이 1년 조금 넘는 휴식기 후 컴백한 것이다.

그런데 이적시장이 제대로 열리기도 전에 날벼락을 맞았다. 라치오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이탈리아 프로축구 관리감독 위원회(COVISOC)의 징계로 올여름 영입 금지 조치를 당한 것이다. 빅 리그 구단이 실제로 영입금지 징계를 받는 건 지난 2019년 첼시(유소년 영입 규정 위반) 등 극소수 사례에 불과하다. 안 그래도 선수단이 충분치 못한 팀이라 사리 감독의 역량에 많은 걸 걸어야 했다.

사리 감독은 “영입 금지 소식을 듣고 한 시간 동안 화를 삭이지 못했다. 클라우디오 로티토 회장이 날 속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라치오 지휘봉을 잡기로 결정한 뒤였다”라며 “진심으로 선택한 팀이니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있는 선수들로 최대한 퍼즐을 맞춰야 한다. 일단 사리 감독은 보유한 선수들의 이탈을 최대한 막아달라고 구단에 요청했다. 그 와중에 공격수 룸 차우나를 번리로 팔고 로마노 플로리아니 무솔리니를 크레모네세로 임대보내는 구단이 선수단 정리 작업을 하자, 사리 감독이 더는 내보내지 말라고 제동을 걸었다. 유럽대항전에 못 나가는 라치오 입장에서 현재 선수단 숫자가 약간 많긴 하지만 적절한 선수를 살 수 없으니 보유한 자원들로 퍼즐을 맞추겠다는 의지다.

프리 시즌을 통해 담금질을 해야 하는데, 첫 상대였던 세리에B(2부) 구단 아벨리노는 1-0으로 꺾었다. 이어 튀르키예 이스탄불 원정 2연전을 치렀다. 페네르바체에 0-1로 패배했고, 갈라타사라이와 2-2로 비겼다.

‘사리볼’로 유명한 4-3-3 대형뿐 아니라 선수단 사정에 맞는 4-2-3-1 대형도 아울러 테스트하며 최상의 조합이 뭔지 모색 중이다. ‘사리 1기’ 때 애제자였던 다닐로 카탈디가 피오렌티나 임대에서 돌아왔기 때문에 새 시즌 주전으로 기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에 따라 후방 플레이메이커 자리가 겹치는 니콜로 로벨라는 좀 더 전진해서 패스를 뿌리는 역할로 바뀔 수 있다.

또한 지난 시즌 합류해 왼쪽 풀백 주전 자리를 차지했던 누누 타바레스는 시즌을 치를수록 안정감 부족을 노출하면서 방출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선수를 영입하기 힘든 지금은 새 시즌도 윙어 마티아 차카니의 파트너로서 측면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사리 감독의 지도를 받는다면 더욱 경기력이 향상될 가능성도 있다.

전술 완성도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사리 감독은 매 친선경기마다 선수들의 부족한 점을 나무라고 있으며, 이 모습이 현지 매체에 포착되곤 한다. 풀백 루카 펠레그리니는 성급하게 공을 내보낸다는 지적을, 중앙 미드필더 마테오 겐두지는 너무 측면에 쏠려 움직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격형 미드필더 피사요 델레바시루는 공격 상황에서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해 역시 잦은 잔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 시즌 ‘회춘’했다는 평가를 들었던 38세 윙어 페드로 로드리게스는 감독의 지시를 비교적 잘 소화하면서 질책을 덜 듣는 편이다.

팀 전술 측면에서 한층 주도적인 경기를 하려는 사리 감독의 시도가 먹혀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압박의 라인을 더 전진시키고 경기를 주도하라는 사리 감독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런 경기가 몸에 밴 선수들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