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제압하면서 골골송 부른다…” 사막에만 사는 ‘고양이’ 정체

“독사 제압하면서 골골송 부른다…” 사막에만 사는 ‘고양이’ 정체

모래고양이 / TimVickers-Wikimedia Commons

사막은 모든 생명체에게 시험대다. 낮에는 기온이 50도 가까이 오르고, 밤에는 영하로 떨어진다. 강수량도 극히 적다. 인간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포유류조차 버티기 힘든 이 땅에서, 독사를 제압하면서 골골송까지 부르는 야생 고양잇과 동물이 살아간다. 작지만 강하고, 앙증맞은 생김새와는 달리 성격은 사납다. 그 주인공은 ‘모래고양이(Sand cat)’다.

사막에만 사는 고양이

모래고양이 / Ranjith-chemmad-Wikimedia Commons

모래고양이는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중동 아라비아 사막, 중앙아시아 키질쿰 사막 등 가장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 살아간다. 카라칼이나 치타처럼 사막에 적응한 포식자는 많지만, 이들은 초원이나 숲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반면 모래고양이는 철저히 사막만을 선택한다. 이른바 ‘사막 전용 고양이’다.

몸무게는 1.5~3.4kg으로 집고양이보다 작고, 몸길이도 평균 39~52cm 정도다. 귀는 넓고 평평한 머리에 비해 유난히 크다. 사막여우를 연상시키는 귀는 열 방출을 도우면서, 땅속에 숨은 설치류나 도마뱀 소리까지 탐지하는 예민한 센서 역할을 한다. 발바닥엔 두툼한 털이 빽빽하게 덮여 있어, 뜨거운 모래에서도 화상을 입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에서 어떻게 생존할까. 모래고양이는 주로 먹이를 통해 수분을 보충한다. 들쥐, 도마뱀, 곤충, 거미뿐 아니라 독사도 먹는다. 뱀을 사냥할 때는 앞발로 머리를 가격해 혼절시킨 후, 정확히 목을 물어 끊는다. 뱀의 반응 속도가 0.05~0.07초라 해도 고양이 특유의 순발력에는 당하지 못한다.

어디든 숨을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

모래고양이 / TimVickers-Wikimedia Commons

모래고양이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고양잇과의 보행 습관과 함께, 발바닥 털이 접지면을 부드럽게 감싸 흔적을 지운다. 배설물도 모래 속에 묻고, 사냥은 밤에만 나간다. 밤에는 심지어 손전등 불빛이 비치면 눈을 감고 웅크린다.

보통 야행성 동물은 눈에 들어온 빛을 반사해 시야를 확보하는 타페툼이라는 반사판을 갖고 있다. 고양이 눈이 밤에 반짝이는 이유다. 그런데 이 눈빛이 연구자에게는 흔적이 되므로, 모래고양이는 이를 차단하려 눈을 감아버린다.

이처럼 연구가 어려운 종이다 보니, 생태와 행동 범위에 대한 정보도 극히 적다. 2015년 이스라엘에서 연구진이 22마리에게 추적 장치를 부착해 관찰을 시도했다. 그런데 밤만 되면 신호가 끊기고, 마치 순간 이동한 듯 어디론가 사라졌다. 조사 결과 모래고양이들은 평균 21km 이상, 많게는 30km 가까이 밤마다 이동하고 있었다. 작은 체구로 매일 하프마라톤을 뛰는 셈이다.

영역 의식은 거의 없고, 서로 마주쳐도 싸우지 않는다. 몇몇 지역에서는 개체들이 한 굴을 시간차로 공유하기도 한다. 굴은 직접 파거나 여우, 고슴도치, 설치류가 버린 굴을 재활용한다. 굴은 수분 손실을 줄이고 온도 차를 조절할 수 있는 생존 기지다.

사막 속 골골송 주인공

모래고양이 / ErRu-Wikimedia Commons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래고양이는 환경에 적응한 신체 구조, 전략적인 은신과 이동, 그리고 사냥 능력까지 갖췄다. 실제로 수컷 모래고양이는 짝짓기 시기엔 개 짖는 소리를 내고, 평소에는 고양이 골골송도 부른다. 이처럼 ‘수다쟁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모래고양이도 생태계 최상위는 아니다. 사막 늑대, 여우, 개 등이 포식자다. 위험을 피하면 나무 위로 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야생에선 나무 위에서 개를 피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현지에서는 낙타 우유를 훔쳐 마시는 모래고양이 이야기도 전해진다. 투아레그족은 “밤마다 정체 모를 고양이가 와서 우유를 마시고 사라진다”고 전한다. 그 정체가 바로 모래고양이였다는 것이다.

작고 귀엽지만, 영락 없는 야생 동물

모래고양이 / Clément Bardot-Wikimedia Commons

외모는 영락없는 새끼 고양이다. 평평한 머리에 반달형 눈, 모래 빛의 부드러운 털. 몸통엔 희미한 줄무늬가, 다리엔 뚜렷한 얼룩이 있다. 꼬리는 굵고 짧으며 끝부분엔 검은 고리 무늬가 있다. 겉모습만 보면 ‘키우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모래고양이는 반려동물로 전혀 적합하지 않다.

야생성이 극도로 강하고 예민하다. 발톱은 다른 고양이처럼 숨길 수 없고 늘 노출돼 있다. 사막에서 갈릴 일이 거의 없어 자연적으로 닳기 때문이다. 먹이 경쟁을 피하고 살아남기 위한 야생성은 도심의 반려 환경에서는 부적합하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개인 사육 자체가 불법이다. 사육이 까다롭기로도 유명해, 전 세계 동물원에서도 번식은 매우 드문 편이다. 수백만 원을 들여도 습도 조절 실패로 호흡기 질환이 생기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

모래고양이는 한때 IUCN 적색목록에서 ‘준위협종(NT)’으로 분류됐다. 2016년 기준으로는 ‘관심 필요종(LC)’으로 조정됐지만, 개체 수 감소는 여전히 문제다. 중동 일부 지역에서는 불법 거래나 오락용 사냥이 보고되기도 한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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