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개발사 오픈AI가 지난 7일(현지시간) 오랜 기다림 끝에 최신 인공지능(AI) 챗봇 ‘GPT-5’를 공개했다. 박사 학위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주장이다.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샘 알트먼은 “더 똑똑하고, 더 빠르고, 더 유용하다”고 홍보하는 GPT-5가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7일 공식 출시를 앞두고 알트먼 CEO는 “GPT-5와 같은 기술을 갖는 건 인류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웠을 일”이라고 자찬했다.
이번 GPT-5 출시와 “박사급” 능력을 갖추었다는 오픈AI의 주장은 AI 챗봇 분야에서 가장 최신 기술을 선보이고자 여러 기술 기업이 경쟁 중인 가운데 나왔다.
일론 머스크 또한 최근 자신의 AI 챗봇 ‘그록’에 대해 비슷한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록은 현재 X(구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그록 최신 버전을 출시하며 “모든 분야의 박사 수준을 뛰어 넘는다”고 주장하며,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AI”라고 소개했다.
한면 알트먼 CEO는 차세대 모델GPT-5에서는 일명 “환각” 현상이 줄어들어 속이는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화형 대형 언어 모델(LLM)이 임의로 허위의 정보를 마치 진실인 듯 생성하는 현상을 말한다.
앤트로픽사의 ‘클로드 코드’처럼 오픈AI 측 또한 미국 내 주요 AI 개발사들의 흐름에 맞춰 이번 GPT-5를 프로그래머를 위한 보조 도구로 내세우고 있다.
GPT-5의 능력은?
오픈AI는 GPT-5는 완성도 높은 소프트웨어 제작 능력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과정과 논리, 추론 등을 담은 답변을 생성해 추론 능력도 더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전 모델에 비해 더 정직하게 답하도록 훈련되어 사용자에게 더 정확한 답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더 사람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트먼 CEO는 GPT-5 모델이 이전 모델에 비해 “현저히 더 우수하다”고 표현했다.
출시 전 브리핑에서 알트먼 CEO는 “GPT-3와는 고등학생과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 GPT-4는 대학생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GPT-5는 어떤 분야든 박사 학위 수준의 전문가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최초의 사례입니다.”
그러나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AI 윤리 연구소’ 소속 캐리사 벨리즈 교수는 GPT-5 출시 소식이 오픈AI 측이 홍보하는 것만큼 기념비적인 사건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벨리즈 교수는 “매우 인상적이긴 하나 실제로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간의 추론 능력을 단순히 흉내 내는 수준이지 진정으로 모방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부 사람들은 과대광고를 계속 유지하지 않으면 거품이 꺼지진 않을지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마케팅일 가능성이 높죠.”
또 다른 AI 윤리 전문가인 ‘에이다 러브레이스 연구소’의 가이아 마커스 소장은 GPT-5 출시를 통해 AI의 기술력과 대중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이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간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기술들이 점점 더 많은 능력을 갖출수록 포괄적인 규제의 필요성이 더욱 시급해진다”는 설명이다.
한편 BBC의 마크 시에스락 AI 전문기자는 공식 출시 전 GPT-5를 경험해 볼 독점적인 기회를 얻었다.
“겉으로 보이는 사소한 차이 외에는 이전 챗봇 사용 경험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텍스트를 입력해 작업을 지시하거나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죠.”
한편 GPT-5 출시는 자신들의 콘텐츠 사용에 대해 우려하는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티 이미지의 그랜트 파할 최고제품책임자는 “AI 콘텐츠가 점점 더 발전하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매일 보는 이 콘텐츠 이면의 창작자 및 이들의 창의성을 보호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짜, 진품이라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는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서 AI 모델이 어떻게 훈련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창작자들의 작품이 사용될 경우 정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GPT-5는 8일부터 모든 사용자에게 공개된다.
앞으로 며칠 안에 실제 성능 또한 알트먼 CEO가 주장하는 만큼 뛰어날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AI 기업과의 갈등
최근 앤트로픽은 GPT-5 출시를 앞두고 자사 코딩 도구를 사용하여 서비스 약관을 위반했다며 자사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에 오픈AI가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이에 오픈AI 대변인은 다른 AI 시스템을 평가해 자사 기술의 발전 정도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은 “업계 표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앤트로픽의 접근 차단 결정을 존중하지만, 우리의 API는 여전히 그들에게 열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오픈AI는 무료로도 GPT-5를 사용할 수 있게 했는데, 이로 인해 지금까지 주로 제공해 온 모델에서 벗어나 변화를 꾀하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챗GPT 변경 사항
지난 4일, 오픈AI는 사용자와 챗GPT 간의 더 건강한 관계를 촉진하고자 몇 가지 변경 사항을 발표했다.
오픈AI는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AI는 이전 기술보다 더 반응이 좋고 인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면서 “정신적 또는 감정적 고통을 겪는, 취약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AI는 ‘남자친구와 헤어져야 할까?”와 같은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블로그 게시물에 따르면, AI는 “질문을 던지고 장단점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제공할 것”이다.
이보다 앞서 올해 5월에는 사용자의 질문이나 말에 과도하게 동조한다는 지적이 나온 업데이트를 전면 취소했다. 이에 대해 알트먼 CEO는 챗GPT가 “과하게 아첨한다”고 표현했다.
최근 알트먼 CEO은 오픈AI 자체 팟캐스트에 출연해 “물론 다 좋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은 사용자들이 자사의 제품과 상호작용 하는 방식에 대해 늘 고민한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AI와) 많든 적든 문제가 있는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우리사회는 새로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장점 또한 엄청날 것입니다.”
한편 알트먼 CEO는 2013년 작 영화 ‘허(Her)’의 팬으로도 알려져 있다. 영화 속 남성은 AI 동반자와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해당 영화에서 AI 동반자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오픈AI가 자신과 “섬뜩할 정도로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챗봇을 출시해 “충격”받았고 분노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