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에서 수입되는 반도체 및 칩 제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내에 생산 시설을 갖춘 기업은 이번 조치에서 면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Tim Cook)과 만나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팀 쿡은 애플이 향후 몇 년간 미국 내 투자를 1,000억 달러(약 134조 원) 추가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트럼프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 내에서 제조하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있는 엔비디아(Nvidia)와 주요 공급사인 TSMC는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 일본 등 무역 파트너국들을 대상으로 한 ‘상호 관세’ 를 시행하기 직전에 나왔다. 특히 미국 상무부가 진행 중인 ‘섹션 232’(Section 232) 조사 결과에 따라 반도체뿐만 아니라 이를 포함한 제품에도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팀 쿡 CEO는 미국 내 추가 투자 계획으로 1,000억 달러를 발표, 기존 계획을 포함하면 향후 4년간 총 6,000억 달러(약 803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팀 쿡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혁신가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애플은 이번 투자를 통해 코닝(Corning),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TSMC, 삼성전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브로드컴 등 미국 내 10여 개 기업과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코닝은 아이폰과 애플워치의 커버 글라스 100%를 미국 켄터키주에서 생산하는 데만 25억 달러를 투자한다.
현재 아이폰에 사용되는 부품 중 미국산은 5% 미만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 애플의 이번 결정은 생산 구조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폰도 미국에서 제조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하며, 애플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자국의 경제안보 및 기술 주권 확보 전략의 핵심 축으로 내세웠다.
한편, 대만 국가발전위원회 류징친 주임위원은 “TSMC가 미국에 이미 대규모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현지 밝혔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