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노래가 가장 아름답다”…김창완, 뉴욕서 K팝 본질 말하다

“사라지는 노래가 가장 아름답다”…김창완, 뉴욕서 K팝 본질 말하다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오늘 부르는 이 노래는 밤이 되면 사라질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음악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가졌다고 믿습니다.”

6일(현지시간)뉴욕문화원에서 가수 김창완(가운데), 먼데이필링 리더 이안(왼쪽), 터치드 보컬 윤민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상윤 특파원)

데뷔 48년 차 뮤지션 김창완이 뉴욕에서 음악 인생을 돌아보고, K팝의 본질과 한국 음악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메시지를 전했다. 6일(현지시간) 뉴욕한국문화원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K-뮤직 나이트’ 공연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다. 이 자리에는 김창완을 비롯해 4인조 혼성 밴드 터치드, 먼데이필링 등 K록의 새로운 세대를 이끄는 팀들도 함께했다.

김창완은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건 단지 퍼포먼스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한국어, 우리의 감정,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미권 음악이 세계를 장악하던 시절 그 음악들을 흡수하면서도, 우리는 거기에 한국적 감성을 입혀 우리의 음악을 만들어 왔다”고 언급했다.

K팝의 다음 진화는 개방성과 다양성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제는 밴드, 국악, 인디 등 한국 음악의 다양한 색채가 함께 주목받는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며 “K팝이라는 울타리는 더 넓어져야 하고, 그 안에 더 많은 다양성이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글의 힘을 K팝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으로 꼽았다. 김창완은 “외국인들이 K팝을 따라 부르기 위해 한글을 배우고 있다”며 “그것이야말로 K팝이 언어를 넘어 감정으로 전해지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음악의 다리’로도 살아가고 있다. 대표곡 ‘너의 의미’를 가수 아이유와 함께 리메이크하며 새로운 세대에게도 자신의 음악을 건넨 그는, 이제는 밴드 터치드 같은 후배들과 무대를 나누며 K팝의 확장된 미래를 함께 그리고 있다. ‘젊은 뮤지션들과 지금도 어울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창완은 “누구에게나 히트곡은 영광이자 일종의 왕관이다. 하지만 저는 그 왕관을 내려놓았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후배들과 같은 무대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음악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그 시절, 제 마음을 담아 쓴 글이 하나 있다”며 자신이 쓴 시 ‘내 노래’를 조용히 꺼내 들었다.

“오십 년 동안 부른 남루한 노래. 소매가 나달나달하고, 단추가 떨어지고, 헤어지고, 달고, 색도 바라고, 품도 좁아지고, 기장이 길어지고, 소매가 짧아진 유행이 지난 노래. 엄마가 부르던, 유행을 타고 삼촌이 부르던, 하소연하듯 아버지가 부르던, 나의 추억이 아닌 어디선가 흘러나오던 그 노래. 그걸로 입에 풀칠도 하고, 그걸로 애도 키우고, 그걸로 동냥도 하던, 남의 얘기 같은 내 노래”

시 낭독이 끝나자 터치드 보컬 윤민은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 이를 본 김창완은 “윤민 님이 글썽이네”라며 웃었고, 현장에 조용한 울림이 번졌다.

그는 “우리가 지금 K팝의 성공 이유를 다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유행을 좇기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충돌을 두려워하지 말고 실험해야 새로운 콘텐츠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윤민은 “전설이지만 전설로만 남지 않고, 지금도 계속해서 음악을 통해 후배들에게 자극을 주시는 선배님의 모습이 정말 멋있다”며 “우리는 그런 선배님처럼 계속 전진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터치드 보컬 윤민(오른쪽)이 선배 김창완의 발언에 활짝 웃고 있다. (사진=김상윤 특파원)

김창완 밴드를 비롯해 터치드, 먼데이필링은 이날 저녁 뉴욕 링컨센터 댐로쉬파크에서 ‘K-뮤직 나이트’ 공연을 열 예정이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무대는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라인업으로 꾸려졌으며, 링컨센터 역사상 손꼽히는 한국 공연 프로그램 중 하나로 평가될 예정이다.

김창완 밴드는 ‘너의 의미’, ‘회상’, ‘어머니와 고등어’ 등 대표곡을 선보이고, 터치드는 윤동주 시인의 정신을 모티프로 만든 ‘불씨’를 통해 한국 음악의 서정성과 저항성을 동시에 전달한다.

“과거의 히트곡이라는 낡은 옷을 벗고 다시 무대에 섰기에, 오늘 무대는 더 소중하다”고 말한 김창완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낯선 뉴욕에서 부르는 오늘 이 노래가, 내 인생 최고의 무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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