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절대 강자’…전 세계 274곳 중 77곳 차지

미국,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절대 강자’…전 세계 274곳 중 77곳 차지

미국,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절대 강자’…전 세계 274곳 중 77곳 차지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기술은 전통적인 컴퓨터가 따라잡기 힘든 연산 능력을 바탕으로,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가운데 전 세계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분포를 분석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독보적인 선두 자리를 굳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공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5년 기준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의 국가별 분포를 살펴보면, 전체 274곳 중 무려 77곳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약 28%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이 이처럼 양자 기술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데에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발한 성장과 함께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의 대규모 연구 투자가 핵심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보스턴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큐에라 컴퓨팅(QuEra Computing)은 올해 2월 소프트뱅크와 구글 퀀텀 AI 등에서 2억3천만 달러(약 3,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양자 시뮬레이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개념 컴퓨터 아키텍처 개발로 주목받고 있다.

또 다른 미국 스타트업 사이퀀텀(PsiQuantum)은 작년 호주 정부로부터 약 5억9,400만 달러(한화 약 8,000억 원)의 대규모 지원을 이끌어냈다. 본사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하지만, 정부 주도의 장기 투자 유치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간 대기업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GPU 기반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올해 3월, 보스턴에 자사 최초의 양자 컴퓨팅 연구소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 연구소는 슈퍼컴퓨팅 인프라와의 통합을 통해 양자 응용기술을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 다음으로는 캐나다(29곳)와 영국(26곳)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캐나다는 자국 스타트업인 자나두(Xanadu Quantum Technologies)와 포토닉(Photonic Inc.) 등을 중심으로 정부 및 대학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그 외 일본(14곳), 프랑스·독일·중국(각 11곳)이 양자 스타트업의 주요 거점으로 이름을 올렸다. 중국의 경우, 스타트업 수는 아직 상대적으로 적지만, 국책 연구소 중심의 기술력 축적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2025년 양자 스타트업 세계 주요 국가 순위

반면 한국은 이번 집계에서 ‘기타 국가(95곳)’에 포함돼 별도 집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한국이 양자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아직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양자 컴퓨팅은 복잡한 화학 시뮬레이션, 암호 해독, 금융 모델링, AI 알고리즘 고도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컴퓨터가 0과 1의 이진수 논리에 기반한 ‘비트(Bit)’로 작동하는 반면, 양자 컴퓨터는 양자 중첩과 얽힘 현상을 활용하는 ‘큐비트(Qubit)’로 구동된다. 덕분에 수많은 계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은 양자 기술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표된 양자 기술 관련 국가별 공공 투자 총액은 약 540억 달러(한화 약 73조 원)에 이른다. 민간 투자도 빠르게 증가 중이다. 지난해 기준, 스타트업 대상 양자 분야 투자금은 약 20억 달러(약 2조7천억 원)로,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양자 컴퓨팅 기술은 수십 년간 기초과학 영역에 머물렀던 분야지만, 이제는 산업화 초기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 기술을 차세대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제약 등 각종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실증 실험에 돌입한 상태다.

문제는 한국의 대응 전략이다. 국내에도 일부 대학과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양자 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나, 스타트업 창업·민간 투자 유치·기술 상용화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양자 기술 분야는 단순히 기술력의 문제가 아닌, 자본과 생태계 구축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와 산업계의 보다 구체적인 전략 수립과 실행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선진국들이 이미 민·관 협력 구조를 통해 기술 자립과 산업화를 병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연구 중심 편중’ 구조가 계속된다면 향후 기술 주권 확보는 물론 경제적 파급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양자 컴퓨팅은 단순히 미래 기술이 아닌, 이미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의 핵심 전장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국가들은 막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해당 기술의 실용화 단계에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이 기술적 존재감을 확보하고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단순 연구 지원을 넘어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강화, 민간 투자 유인, 국제 협력 확대 등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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