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끝판왕’ 오승환 “400번째 세이브 가장 기억 남아”[일문일답]

떠나는 “끝판왕’ 오승환 “400번째 세이브 가장 기억 남아”[일문일답]

사진 = 뉴시스

 

2025시즌을 끝으로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끝판대장’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다소 말을 아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발표한 오승환은 7일 오후 인천 연수구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를 결심한 계기와 소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혔다.

시즌 중 급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한 오승환은 “갑작스럽지 않다. 내가 은퇴를 해도 이상하지 않다”면서 “시즌 초반 몸에 이상을 느꼈고, 100%의 경기력을 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고민했고, 시즌 중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을 거치며 549세이브를 따낸 오승환은 “질문을 받은 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KBO리그 개인 통산 400번째 세이브”라고 꼽았다.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뛰며 수 많은 수식어를 얻은 오승환은 가장 기억에 남는 별명을 묻는 말에 “팬 분들의 관심 덕분에 생겨난 것이기에 다 좋다”면서도 “특히 애정을 가진 별명은 보직과 관련있는 ‘끝판대장’과 가장 무게를 갖고 있는 ‘돌직구'”라고 말했다.

제2의 인생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오승환은 “아직 시즌 종료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구단과 상의를 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음은 오승환과의 일문일답.

-전날 은퇴를 발표했는데 아침에 일어날 때 기분이 달랐나.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라이온즈파크에서 마지막 은퇴 경기를 할 때쯤이면 정말 피부로 와닿을 것이라 생각한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나 순간이 있나.

“갑작스럽지는 않다. 내가 은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은퇴를 고민했다. 올 시즌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시즌 초부터 몸에 이상을 느꼈고, 100%의 경기력을 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고민하다 시즌 중 먼저 구단에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1982년생 황금세대 중 가장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는데 이대호, 추신수, 김태균, 정근우 등이 연락을 해왔나.

“이대호는 방금 전까지 연락이 왔다. 어제는 김태균도 연락이 왔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은퇴를 하면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멤버가 다 은퇴 선수가 되는 것을 오늘 알았다. 이대호는 마지막에 은퇴사를 할 때 울게될 것이라고 농담을 하더라. 한 팀에서 뛰었던 최형우에게도 연락이 왔다. 후배지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더라.”

-은퇴 이후의 삶은.

“아직 시즌 중이고, 시간이 남아있으니 구단과 이야기를 나누겠다. 구단에서 은퇴 이후 제2의 인생도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지원을 해주시기로 했다.”

-많은 세이브를 거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딱 떠오르는 세이브는 KBO리그 통산 400세이브다. 세이브가 팀의 1승을 지킨다는 뜻이고, 다 의미가 있다. 그런데 가장 먼저 기억나는 것은 KBO리그 통산 400번째 세이브다.”

-21년간의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은 너무 많다. 마무리 투수로서 매 시즌,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도 힘든 시간이 찾아오더라. 마무리 투수는 블론 세이브 했을 때가 가장 힘들다. 블론 세이브가 팀에 치명적인 결과가 됐을 때 가장 힘들었다.”

-그동안 호흡을 맞춘 포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포수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좋은 포수를 많이 만났다. 한 명을 꼽으라는 것은 힘든 질문이다. 너무 좋은 포수들의 볼 배합과 능력 덕에 나의 기록을 쌓았다. 진갑용 선배, 강민호, 미국에서도 야디에르 몰리나가 있었다. 그런 선수들이 있어서 이런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별명은 무엇인가.

“팬 분들의 관심 덕에 생겨난 것이기에 모든 별명을 다 좋게 생각한다. 특히 애정을 가진 별명은 보직과 연결된 ‘끝판대장’과 가장 무게를 갖고 있는 ‘돌직구’다.”

-팬들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기대할텐데 볼 수 있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야구장에 나가서 감독님, 코치님과 상의해야하는 부분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퓨처스(2군)리그에서 경기를 뛰었다. 지금은 종아리 부상도 좋아졌다. 공을 아예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한 경기라도 나갈 수 있으면 하는 생각으로, 한 번이라도 더 마운드에 선 모습을 보이겠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

-코치 오승환 또는 감독 오승환을 볼 수 있을까.

“제가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 단장, 대표이사님과 상의할 것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많이 공부한 뒤에는 코치, 감독에 대한 생각도 들 것이다. 아직까지도 선수들과 호흡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리그에서 경험을 쌓았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싶다. 공부를 많이 하고, 준비가 되면 해보겠다.”

-마지막 공으로는 무엇을 던지고 싶나. 수 많은 공을 던졌는데 최고의 공을 꼽아줄 수 있나.

“매 경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공이 생각이 많이 난다. 경기를 마무리 짓는 공이 나에게는 가장 뜻깊은 공이다.”

-선동열 전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이틀 전에 먼저 전화를 드렸다. 큰 결정을 했다고 하시면서 축하해주시더라. 제가 존경하고 롤 모델로 삼았던 분에게 은퇴를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래도 야구 선수로서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스스로 갖게 됐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선동열 감독님이 후배들에게 좋은 조언을 해주라고 하시더라.”

-정말 많은 기록을 세웠는데, 본인의 선수 생활에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팬 분들에게 받은 사랑으로 치면 21점 만점에 21점을 주고 싶다.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 치면 21점 만점에 20점을 주겠다. 나머지 1점은 남은 제2의 인생에서 찾지 않을까 한다.”

-야구인 오승환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오승환이라고 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무리 투수에 대한 회상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 선수로 남고 싶다. 나 또는 나의 기록을 목표로 삼고 오랫동안 뛰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제2의 오승환’ 후보를 꼽아달라.

“좋은 선수를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최근 박영현(KT 위즈), 김택연(두산 베어스), 조병현(SSG 랜더스), 김서현(한화 이글스) 등 좋은 마무리 투수가 많아졌다. 이 선수들이 불펜 투수, 마무리 투수 가치를 더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선수들 중에 분명히 나의 기록을 깰 선수가 나올 것이다. 선수들이 경쟁을 통해서 마무리 투수들도 이런 싸움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런 기록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

-껄끄러웠던 타자를 꼽아준다면.

“누굴 이야기하면 삐치더라. 방금까지 연락한 이대호가 까다로웠다. 별명이 조선의 4번 타자다. 덩치에 비해 선구안도 좋고 예리하고, 장타력까지 있어서 항상 위험 부담을 가지고 상대했다. 국내에 이대호 따라갈만한 타자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런 선수가 또 나올까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
 

 

-가족들에게 한 마디를 해준다면.

“어머니가 올 시즌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이 자리를 못 보시는 것이 기분이 조금 그렇다. 경기 마치고 항상 응원해주시고 연락 왔던 분이 어머니다. 안 계신다는 것이 크게 느껴졌다. 코치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지만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이 어머니라 부재가 크게 다가왔다.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니 말문이 막힌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야구 예능 프로그램도 은퇴 이후 선택지에 있나.

“아침까지만 해도 야구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나오고 있는 선후배, 동료들에게 전화를 많이 받았다. 여기서 거기에 대해 말할 부분은 없다. 공을 완전히 놓은 상태가 아니다. 천천히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야구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향후의 일은 구단과 이야기를 나눠야한다.”

-한·미·일 통산 550세이브에 1개가 모자라는데.

“아직 공을 놓지 않았고, 올 시즌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생각이 첫째다. 그런 기회가 된다고 하면 지고 있는 상황이라도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있다. 이왕 549세이브보다는 550세이브가 낫지 않나 생각한다.”

-마지막 경기에서 마지막 공은 무엇이 될까.

“말하면 타자가 노리지 않겠나. 지난해부터 난타를 많이 당했다. KBO리그에 복귀하면서도 그런 질문은 너무 많이 받아서 직구라고 했는데, 2루타를 맞았다. 팀 승리가 먼저라서 섣부르게 말하지 않겠다.”

-여전히 경쟁력 있는 구속을 유지하는 비결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꾸준함이다. 요즘 선수들은 하루에 어떤 결과를 놓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속성이라는 면에서 떨어지지 않나 한다. 한 경기 잘한다고 만족하지 않았으면 한다. 반대로 연속으로 실수했을 때 자기의 실력이 된다. 꾸준함이 결국 자신의 실력이고, 연속으로 실수하는 것도 자신의 실력이다. 선수들이 루틴을 많이 만드는데 좋든 안 좋든 꾸준히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를 제외한 기간 삼성에서만 뛰었다. 자부심이 있다면.

“해외를 제외하고 삼성에서 ‘원 클럽맨’으로 뛰었다.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 생활을 했다는 것 자체로 자부심이 있다. 많은 선수들도 삼성에서 뛰는 것을 부러워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왕조 시절을 모두 겪었다. 오승환이라는 선수가 많은 팬 분들에게 알려진 것도 삼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라는 선수가 있게끔 만들어준 팀이다.”

-독보적이었지만 라이벌을 꼽아준다면.

“이 발언으로 통해서 미움을 살 것 같기는 한데, 다른 팀 마무리 투수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팀이 8회까지 이기는 경기를 이기는 것이었다. 라이벌을 생각할 여유 자체가 없었다. 기록으로만 보면 손승락 정도라고 생각한다.”

-프로에 지명된 후 목표한 바가 있었을텐데 은퇴 발표한 후 어느정도 이뤘다고 보나.

“프로에 처음 들어왔을 때 패전 처리 투수여도 1군에 있는 것이 목표였다. 큰 목표를 잡고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하루하루가 여유를 가질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2005년 당시만 해도 좋은 실력을 가진 선수가 팀에 많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선수가 1군에서 뛴다는 것 자체가 큰 어려움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성적을 예상하거나 목표로 삼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경쟁을 통해 선수 생활을 이어왔는데 2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똑같은 마음으로 경기에 나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하게 해온 것이 21년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좋은 기록을 남긴 원동력이었다.”

-다시 야구를 해도 마무리 투수를 할 것인가.

“다시 태어나면 야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마무리 투수는 안할 것이다. 투수면 선발 투수를 할 것이고, 타자로 뛰고 싶다. 마무리 투수는 정말 매 경기 결과에 잔혹할 정도의 평가를 받는다. 타자를 하는, 선발 투수 하는 선수들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겠지만 다른 부분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마추어 시절에 타자도, 선발 투수도 해봤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뭐든 마무리 투수보다 나을 것 같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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