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김근한 기자) 삼성 라이온즈 ‘돌부처’ 투수 오승환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오승환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은퇴 소회와 계기, 그리고 선수 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승환은 7일 오후 2시 인천광역시 연수구 한 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오승환은 지난 6일 시즌 도중 갑작스러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오승환은 지난 주말 구단과 면담을 통해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
삼성 구단은 21년 동안 한국 야구를 위해 헌신한 오승환을 위해 등번호 21번 영구결번을 결정했다. 22번(이만수), 10번(양준혁), 36번(이승엽)에 이어 구단 사상 4번째 영구결번 지정이다. 삼성은 향후 오승환의 은퇴 투어 및 은퇴 경기 개최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005년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오승환은 데뷔 첫해부터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아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오승환은 2006시즌과 2011년 각각 시즌 47세이브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오승환은 KBO리그 통산 737경기에 등판해 44승 33패 427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 2.32의 성적을 남겼다.
오승환은 2013시즌 팀 통합 3연패를 이끈 뒤 한신 타이거스와 계약해 일본프로야구(NPB) 무대에 진출했다. 오승환은 NPB 입성 2시즌 만에 80세이브를 기록하면서 국외 진출 성공 사례를 남겼다.
이후 메이저리그(MLB)로 무대를 옮긴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콜로라도 로키스 등 3개 팀에서 마무리와 셋업맨으로 뛰며 16승 13패 42세이브 45홀드 평균자책 3.31의 성적을 남긴 뒤 2019년 여름 삼성으로 복귀했다.
7일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승환은 “팀이 치열하게 순위 싸움하는 와중에 혹시나 민폐 끼치는 게 아닌가 생각이 앞선다. 시즌 중 발표라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와닿지 않는다”며 “어떤 말씀부터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선수로서 도움, 과분한 사랑 받지 않았나 싶다. 선수 생활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자리가 마련된 점도 구단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21번이라는 숫자를 다시 생각해 보니까 내 선수 생활이 21년이더라. 이런 시간을 뜻깊게 만들어 준 삼성 구단과 많은 팬에게 감사드린다. 또 투수 최초 영구결번도 삼성 팬 여러분 덕분이다.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오승환은 은퇴 결정 계기에 대해 “갑작스럽진 않은 듯싶다. 지금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느낌이라 이제 은퇴하는 게 맞나 생각했다. 올 시즌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몸에 조금씩 이상을 느끼면서 시즌 초부터 100% 퍼포먼스를 낼 수 없겠다고 생각해 그때부터 은퇴를 고민했다. 시즌 중에 구단에 먼저 말씀을 드렸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가장 기억에 남는 세이브로 KBO리그 통산 400세이브를 꼽았다.
오승환은 “지금 딱 떠오르는 세이브는 KBO리그 통산 400세이브 순간”이라며 “사실 어떤 순간보다는 매 경기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은 공이 계속 기억에 남는 듯싶다. 그 공으로 오늘 하루 경기와 한국시리즈 경기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주 찾아왔던 블론 세이브의 순간은 가장 힘든 기억이다. 팀 순위 싸움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냈을 때는 더 힘들었다”라고 되돌아봤다.
오승환은 끝판대장과 돌직구를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으로 선택했다. 오승환은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는 후배가 나오길 소망하기도 했다.
오승환은 “가장 애정이 있는 별명은 끝판대장이지 않을까 싶다. 가장 큰 무기기도 했던 돌직구도 마음에 든다”며 “은퇴하고 나서 이런 마무리 투수가 있었다고 회상할 수 있는 선수로 남고 싶다. 이제 내 기록을 목표로 롱런하는 후배 투수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오승환은 자신의 뒤를 이을 KBO리그 마무리 투수 후보들도 언급했다. 오승환은 “내가 다른 투수들을 평가하긴 무리가 있지만, 먼저 박영현 선수(KT), 김택연 선수(두산), 조병현 선수(SSG), 김서현 선수(한화)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투수들이 많이 나와서 불펜과 마무리의 가치를 더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내 기록을 깰 선수가 그들 가운데서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더 큰 즐거움을 팬들에게 드리긴 바란다”라고 고갤 끄덕였다.
기자회견 내내 담담한 감정을 이어가던 오승환은 딱 한순간 감정이 크게 요동쳤다. 바로 가족들을 향한 메시지를 보낼 때였다.
오승환은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형들과 아내까지 오랜 기간 뒷바라지해준 가족들이 이싸. 그런데 어머니가 올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이 자리를 못 보고 떠나신 게 기분이 그렇다”며 “올해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게 경기를 마치고 항상 첫 번째로 응원해 주시던 분이 안 계신다는 게 컸다. 가장 큰 도움을 주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현타(현자타임)’이 온 느낌이다. 이 말을 하려니 말문이 막히긴 한다”라며 말을 끝내 잇지 못했다.
KBO리그 내에서 삼성 원클럽맨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할 오승환은 “한국에선 삼성 유니폼을 입고 계속 뛰었다.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 생활한 거 자체만으로도 큰 자부심이다. 내 이름이 알려진 것도 삼성이라서 가능했다. 나를 만들어 준 팀”이라며 “올 시즌도 아직 공을 놓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팀 승리를 위해 어떤 등판 기회라도 온다면 던지겠다. 물론 개인 통산 549세이브보다는 550세이브가 더 나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인천, 김한준 기자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