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물밑 준비…’동맹 현대화’·국방비 증액 등 다뤄질 듯
주한미군 유연성 이슈엔 더 신중한 접근…4강대사 인선 속도 전망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황윤기 기자 =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보내는 이재명 대통령이 7일 경남 거제 저도에서 휴식을 취하면서도 외교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휴가를 마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형 외교 이벤트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 이달 중 열릴 가능성이 큰 데다 곧이어 한일 정상회담이 진행될 가능성도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거론되고 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은 관세 협상이라는 큰 파고를 넘은 이 대통령이 맞이할 두 번째 고비로 꼽힌다.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을 확정해야 하는 데다, 그간 통상 테이블에서 다뤄지지 않은 안보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밀 ‘청구서’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이른바 ‘한미동맹 현대화’ 의제가 정면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미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규모 및 역할 변화부터 한국군의 역할 확대, 한국의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까지 다양한 쟁점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미국이 동맹 현대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도 어느 정도는 이를 수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실무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워싱턴DC에서 처음 만난 한미 외교장관도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전략적 중요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현대화하는 데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다만 동맹 현대화에 내포된 함의가 워낙 다층적인 만큼 협상 과정에서 한반도 안보 환경의 안정성을 최대한 지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국방비 증액처럼 한국의 안보 기여를 강화하는 사안은 일종의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미국이 한국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동맹국에 요구하는 내용인 데다, 한국의 국력이 강해진 만큼 책임을 더 가질수록 다른 쟁점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관세 협상 초기에도 안보 분야에서의 국방비 증액 등을 협상의 지렛대로 검토한 바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조금 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문제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환경 변화에 맞춰 주한미군의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안 역시 주한미군의 기동성 확대부터 병력 조정, 미중 갈등 국면 속 한국군의 역할까지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도 유연성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러 수위로 나오고 있지만, 아직 트럼프 행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이고 단일한 요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실무 협의의 진행 상황을 면밀히 보고받으며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국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유연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외교적 채널을 안정시켜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이른바 4강국 주재 대사 인선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르면 휴가를 마친 직후인 주말께 대사 인선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주미 대사로는 임성남 전 외교부 1차관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가운데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의 이름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주중 대사로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고 주일 대사로는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와 하태윤 전 오사카총영사,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등이 거론된다.
주러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변수로 고심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주유엔 대사로는 노규덕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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