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기금 분배보다 집단소송 지원에 중점 둬야”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한국형 페어펀드’ 도입과 관련한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미국식 페어펀드 제도의 한계를 짚으면서 대만식 투자자보호센터 설립을 제안하는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6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황현영 연구위원은 전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현실을 반영해 직접적 기금 분배 방식이 아닌, 대만의 증권·선물투자자보호센터와 같은 별도의 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배포한 새정부 성장정책 해설서에서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등으로 투자자 피해를 보상하는 한국형 페어펀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금 규모가 제한적이고 피해자 선별 및 사건별 보상기준 설정 과정에서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황 연구위원은 짚었다.
페어펀드의 원조격인 미국은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강력한 권한을 갖고 불공정 거래를 적시에 적발, 비교적 신속한 제재를 통해 막대한 금액을 징수한다.
예컨대 작년의 경우 한 해 동안 81억9천400만 달러(약 11조4천억원)의 민사제재금과 부당이득환수금이 징수됐다.
그런데 한국은 불공정거래 적발률이 미국보다 낮은 데다 과징금이나 벌금 규모도 훨씬 적기에 페어펀드를 위한 재원을 충분히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게 황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사건별로 별도의 페어펀드가 설립되는 미국과 달리 현재 국회에 발의된 4개 관련 법안들은 과징금을 환수해 기금 형태로 관리하는 것이어서 한 사건에서 발생한 부당이익금이 다른 사건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게 타당한지와 관련한 논란이 일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집단소송 지원과 분쟁 중재 등에 중점을 둔 대만의 증권선물투자자보호센터(SFIPC) 같은 별도 기관을 설립, 실질적 피해 배상을 돕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게 황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SFIPC는 투자자들을 대신해 집단소송이나 중재청구를 제기할 권한을 지닌다.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보더라도 정보 부족이나 능력한계, 소용 비용 등 문제 때문에 법적 절차를 밟기 힘든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제도다.
소송비용은 SFIPC가 우선 부담한 뒤 승소시 배상금에서 공제하며, 패소할 경우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
황 연구위원은 “2023년 말 기준으로 SFIPC는 77건의 집단소송에서 완전 혹은 부분 승소 판결을 끌어내 298억 대만 달러(약 1조4천억원)의 배상금이 지급됐고, 증권관련 분쟁 조정을 통해서도 63억 대만 달러(약 2천950억원)의 배상금이 센터를 통해 지급됐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한국거래소 소송지원센터의 기능을 확대, 투자자보호센터를 설립하고 불공정 거래 과징금 등을 포함한 각종 출연금으로 기금을 조성, 분쟁조정 및 집단소송을 지원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려면 투자자들이 우리 자본시장을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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