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 체중이더라도 혈압, 혈당, 중성지방 등 대사 지표에 이상이 있다면 조기 치매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사 건강이 곧 뇌 건강과 직결된다는 사실이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경과 이민우 교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천대영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40~60대 성인 약 198만 명을 평균 7.8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연구팀은 복부비만, 고혈압, 고혈당, 혈중 중성지방 증가, HDL 콜레스테롤 감소 등 5가지 기준 가운데 3가지 이상이 해당하면 ‘대사증후군’으로 정의했다. 전체 참여자의 약 25%가 대사증후군에 속했다.
분석 결과, 대사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기 치매 발생 위험이 24% 높았다. 질환 유형별로 보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12%, 혈관성 치매 위험은 21% 각각 증가했다. 특히 대사증후군의 5가지 모든 요소에 해당한 사람은 조기 치매 위험이 무려 70% 가까이 높아졌다.
주목할 점은 체중과 무관하게 대사질환이 있으면, 치매 위험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정상 체중이지만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비만하지만 대사증후군이 없는 사람보다 조기 치매에 걸릴 위험이 더 컸다. 단순히 체중 수치만으로 건강 상태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민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사증후군이 조기 치매의 중요한 위험 요인임을 확인한 것”이라며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체중보다 대사 건강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대사증후군은 생활 습관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채소와 생선을 중심으로 한 식단, 규칙적인 유산소·근력 운동,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가 핵심이다. 대사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조기 교정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대사증후군과 조기 치매의 연관성(Association Between Metabolic Syndrome and Young-Onset Dementia)’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신경학회(ANN)의 공식 학술지 ‘Neurology’ 4월호에 게재됐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