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폴리뉴스는 지난 25일
<스페셜 인터뷰>
에서 중동전문가인 장지향 박사와 중동 정세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스페셜 인터뷰에서 장지향 박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이란 등이 얽혀 있는 현재 중동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박사는 “경제 개발을 원하는 중동 산유국들이 군사 강국인 이스라엘과 대립하기 보다는 역내 안정을 위해 손을 잡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경제 실용주의’의 힘”이라고 말했다.
장지향 박사는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에서 정치학 박사 과정을 수료 후 현재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자 중동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중동전문가다. 과거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법무부, 외교부 등에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트럼프 한반도 전략의 시금석”
장지향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등장한 배경으로 ‘중동 문제’를 꼽았다. 전임 바이든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등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이 겉으로는 인권과 민주주의 등 가치를 강조하면서 실제 행동은 동맹국을 압박하거나 말을 바꾸는 행동을 하며 일관성 없는 모습, 원칙 없이 중동문제에 관여한다는 인상을 남긴 것이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김능구 대표는 “과거에는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하며 일정 정도 손해도 봤지만 트럼프 2기 들어서는 ‘미국 국익 극대화’라는 관점으로 개입하고 관여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 박사도 트럼프 2기의 글로벌 전략은 ‘미국 경제 우선 주의’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반도와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서 한미동맹이 굉장히 중요한데 미국은 항상 중동에 집중해 왔다”며 “지금 트럼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그다음에 이스라엘-이란 갈등 그런 다음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문제도 ‘경제’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짚었다.
장 박사는 “트럼프가 항상 얘기하는 것이 전 세계가 미국을 호구로 봐서 우리가 너무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미국 경제를 살려야 된다’, ‘우리가 관세도 더 많이 부과하고 우리 제조업을 살려야 된다’는 것”이라면서 중동 국가들에게도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 등 중동을 찾아 대규모 대미투자를 얻어냈다. 백악관은 대미 투자 유치 등 경제협력의 규모에 대해 사우디 관련 6000억 달러(약 840조 원), 카타르 관련 1조2000억 달러(약 1680조원), 아랍에미리트(UAE) 관련 1조4000억 달러(약 2000조원) 등이라고 밝혔다.
장 박사는 “트럼프를 정의하기 어렵지만 첫인상과 같은 감각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사우디 왕세자가 ‘6,000억 달러’라고 하니 세부적인 것을 따지기 보다 ‘역시 사우디’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역시 ‘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할 것이라 유추해 볼 수 있다.
현재의 중동 정세를 이해하려면 역사적 배경뿐만 아니라 최근 달라진 양상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에는 중동 내 갈등이 민족 간의 갈등으로 이해됐지만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동에는 아랍족, 튀르크족, 페르시아족, 유대족, 아직까지 자신들의 국가가 없는 쿠르드족 등 서로 다른 5개의 민족이 살고 있다”며 “세계대전 당시 유럽 내 반유대주의가 생성되면서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나라를 찾던 중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던 지역을 향했고 이것이 지금의 이스라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고 하지만 중동 정치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란 전쟁’이라고 얘기한다”며 “팔레스타인은 아랍 민족이지만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정치 군사 세력인 하마스는 다른 아랍 국가가 아닌 이란의 후원을 받는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이라크의 이슬람 저항군도 모두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후원을 받는 대리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실제로는 가자지구, 서안지구, 레바논, 예멘, 이라크, 시리아, 이란 등 7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갈등 구도는 15년 전만 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힘은 전국민병역·모사드·첨단과학기술·에이팩(유대로비단체)”
장 박사는 이스라엘이 7개의 전선을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이유로 사우디, UAE, 카타르 등 중동 내 부유한 산유국들이 친미·친서구 국가라는 점을 꼽았다. 이스라엘과 관계가 나쁜 시리아, 리비아, 알제리 등의 국가에 비해 중동 내 입지가 강한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대립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을 포함한 전국민 병역 의무 이행, 정보기관 모사드의 존재, 스타트업 천국 등도 이스라엘 군사력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장 박사는 “이스라엘 군사력의 가장 큰 자산은 전 국민의 병역 의무, 그다음에 모사드라고 하는 정말 뛰어난 정보기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스타트업의 천국”이라며 “획기적인 스타트업을 통해서 기술을 개발하면 그걸 제조 능력이 있는 미국에 판다. 그래서 첨단 과학기술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무리 계급이 낮은 병사도 장군에게 자기 의견을 마음대로 얘기할 수 있는 ‘후츠파 정신’이라는 문화도 특별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장 박사는 무엇보다 미국 내 가장 강력한 로비 단체인 ‘AIPAC(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이 이스라엘 국력의 바탕이라고 봤다. 홀로코스트로 유럽을 떠난 유대인들 중 상당수가 미국으로 향했는데 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정치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로비 단체를 만들게 된 것이다.
장 박사는 “미국은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대선에 나오려면 AIPAC의 도움 없이 불가능하다”면서 “민주당 출신 대선 후보자들도 AIPAC 총회에 가서 연설을 하고 정치 후원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AIPAC도 약간 보수 성향이 짙지만 사실 미국 유대계는 다수가 민주당 지지자들”이라며 “지난 대선에서도 유대계의 79%가 해리스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국민, 이란 집권세력 싫어하지만 정권교체도 바라지 않아”
이스라엘 안팎에서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부패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전쟁 장기화의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이 20%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전쟁을 중단하면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장 박사는 “네타냐후가 인기가 없는 총리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한 나라의 대외 행보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하마스는 괴멸되어야 할 대상이냐 혹은 이란의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시설을 파괴하는 것에 대한 여론은 찬성이 70%에 이른다”면서 “네타냐후는 싫지만 이스라엘을 주적으로 여기고 있는 하마스와 이란에는 맞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내부의 이란에 대한 적개심이 크지만 이란의 정권 교체는 원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이라크의 사례를 봤기 때문”이라며 “2003년도에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벌이고, 그 직전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이면서 정권 교체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비참한 실패를 했다”고 말했다.
즉,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그 측근까지 모두 단기간에 축출했지만 이에 대한 반발로 알카에다, IS 등 미국의 골칫거리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장 박사는 “이 과정을 중동에 있는 나라들은 다 지켜봤기 때문에 함부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 안 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며 “트럼프는 이란 정권을 교체한다고 했지만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정권 교체는 순전히 이란 내부에서 아래에서 위로 올라와야 되는 거고, 우리는 거기에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인도주의 참사가 전쟁 불씨… 친미국가-이스라엘 수교 막아”
장 박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이란이 휴전을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대 불씨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도주의 참사’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전력과 화력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괴멸 상태고, 시리아는 정권이 무너졌다. 이란 역시 수뇌부와 핵시설에 타격을 입었다”면서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비난은 많이 받고 있지만 이스라엘 주도로 약간 정리는 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우디, 카타르, UAE 등이 하마스나 헤즈볼라와 같은 테러 조직들이 괴멸된 것에 대해서는 내심 기뻐하지만 같은 아랍 민족인 시민들은 ‘팔레스타인 형제들이 저렇게 죽어가고 있는데 왕자들 너희가 이스라엘과 잘 지내겠다는 꿈도 꾸지 마라’ 이런 여론이 팽배하다”면서 “그래서 이들이 이스라엘과 덥석 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남은 갈등의 불씨가 있다면 제가 볼 때는 팔레스타인의 인도주의 참사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란, 대중국 석유 수출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못해… 한국 경제에 다행”
“한국, 경제적 이익만 내세우지 말고 인도주의적 재건 사업에 적극 나서야”
이스라엘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던 당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장 박사는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 호르무즈 해협 인근 국가로부터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가 전체의 70% 정도이기 때문이다.
다만 장 박사는 “이때까지 한 번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적이 없다”며 “제가 볼 때는 앞으로도 봉쇄될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이란이 자기 발등을 찍는 자살 행위에 가깝다”며 “이란은 미국의 최대 압박에 해당하는 제재를 받고 있는데 그나마 유일하게 중국에게 석유를 팔면서 경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게 석유를 팔려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중동 지역에서 한국 방산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다면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인도주의적 재건 사업 등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얻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산 무기는 공격형이 아니라 방어형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면서 “무기를 한 번 팔면 끝까지 A/S를 해 주고 같이 운용할 수 있는 팀까지 보내줘 중동에서 러브콜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자 지구 재건이 시작될 테고, 시리아도 지금 재건 사업을 시작하고 있는데 거기에 너무나 우리의 경제적인 이익만 내세우지 말고 인도주의 차원에서 한국 발전 모델 이런 걸 제시하면서 재건 사업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방산도 팔면서 인도주의적인 재건 사업도 열심히 하는 것이 지금 현재 중동에서 우리가 펼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장 박사는 중동 국가들과의 우호 관계를 위해서는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오바마 시절부터 ‘탈’ 중동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이 부상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 이에 미국은 지난 2020년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모로코가 수교를 맺도록 했다.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미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축소하더라도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해서 였다. 그 연장선에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까지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기를 원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 태평양 전략에 중점을 두면서 중동에서 빠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빈자리를 러시아나 중국이 채울 가능성이 높은데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중동에서 역할을 하겠다’며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문제 평화적 해결 전망…이스라엘-사우디 수교할 듯”
그런 관점에서 장 박사는 중동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마지막 카드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박사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2023년 10월에 시작됐는데 그 이유가 그해 12월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국교 수립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의 수호국이자 수니 이슬람국의 종주국인 나라가 이스라엘과 국교 수립을 한다는 것을 하마스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라며 “만일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수교를 한다면 이스라엘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하마스의 존재 목적이 사라지는 것이어서 하마스 입장에서는 판을 흔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모두 궤멸된 만큼 트럼프 2기 내에 수교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장 박사는 “문제는 사우디 국민들이 ‘우리의 팔레스타인 형제를 저렇게 죽인 이스라엘과 국교 수립을 한다고?’라고 여론이 악화될 것을 사우디 왕실이 우려한다는 점”이라면서도 “결국은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때도 중동의 민주주의를 지원한다고 얘기했지만 중동의 민주주의 국가가 거의 없다. 그런데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우방국이다.
그러니까 오바마가 그때 아랍의 봄이라고 해서 아랍 세계에 민주화 운동이 번져 나갔는데 그 당시 미국의 우방국들은 이집트, 대표적인 권위주의 국가. 그다음에 튀니지, 대표적인 권위주의 국가. 사우디, 왕정. 막 이런 나라들이니까 사람들이 “아니, 민주주의 지원한다며? 최악의 인권 국가인 사우디랑 무기 팔고, 군사조약하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 이중 잣대냐.”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
장 박사는 ‘경제 실용주의’가 중동 평화를 이끌어 내는 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우디 등의 산유국들이 경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그러면 기본적으로 전쟁이나 불확실성, 불안정성이 생기면 안되기 때문에 그걸 위해서라도 군사력이 뛰어난 이스라엘과 손을 잡고 중동 내에 자잘한 대리 조직들, 테러 조직들을 누그러뜨리는 전략을 쓰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