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 다닙니다.”
지난해 1월쯤 온라인에서 크게 유행한 밈 속 주인공인 길고양이가 가족을 만나 건강하게 살고 있는 근황이 전해졌다. 고양이를 입양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 고양이를 촬영한 영상 기자로 직접 입양 소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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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꽁냥이’ 밈은 4년 전인 지난 2021년 12월 MBN뉴스의 한파 관련 짧은 리포트에서 비롯됐다.
당시 뚝섬한강공원 한강 위로 노란색 얼룩무늬 고양이가 조심스레 걸어가는 모습이 취재진 눈에 띄어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보도됐다. 딱딱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 뉴스에서 보기 드문 순수한 장면과 왠지 모를 리듬감이 느껴지는 내레이션이 온라인에서 뒤늦게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누리꾼들이 이 장면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만들고 안무까지 더하면서 꽁냥이 챌린지가 탄생했고, 밈으로 자리 잡았다. 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 아이브 멤버 장원영, BTS 진 등 유명인들이 챌린지 영상을 연달아 게재하며 더욱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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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다소 인기가 수그러들었지만 고양이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근황을 공개한 이는 다름 아닌 당시 고양이를 촬영한 이동학 기자다. 이 기자는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고 알리며 입양과 촬영 뒷이야기를 상세히 전했다.
이 기자는 “(지난 겨울 그 고양이에 대해) 커뮤니티에 달린 댓글을 읽던 중 제가 고양이를 찍었던 뚝섬한강공원에서 최근까지도 그 고양이를 보았다는 댓글과 사진을 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그 댓글을 보고 심장이 뛰었다”며 “길고양이의 수명은 집고양이보다 짧고 처음 뉴스가 방영되고 혹독한 겨울이 두 번은 더 찾아와 견디기 힘들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현실적으로 그 아이를 발견할 확률은 낮았지만 댓글을 보고 뚝섬한강공원으로 향했다”며 “그때 멀리서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고 한눈에 보아도 제가 찍었던 고양이였다”고 밝혔다. 그 뒤로도 해당 고양이를 계속 찾아 먹이를 주던 이 기자는 지난 1월 결국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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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가 공개한 최근 꽁냥이 모습을 보면, 4년 전 촬영 화면 속 고양이와 무늬와 생김새 등이 온전히 일치한다. 뉴스의 한 컷으로 만났던 고양이가 4년여가 지난 현재 기자의 가족이 된 것이다. 고양이의 이름은 ‘꽁꽁’으로 지었다.
이 기자는 그동안 “얼음 위를 걷는 한 컷으로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지만, 저는 그때 도와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며 앞으로 “종종 (꽁꽁의)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자가 올린 ‘꽁꽁’의 최근 영상에는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를 걸으며 마실 물을 찾던 고양이는 더 이상 마실 물을 찾기 위해 차가운 얼음 위를 걷지 않아도 된다’라는 자막이 달려 많은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