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음주를 자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무른 변을 보는 증상이 있어 동네 의원을 찾았다. A씨는 내심 “젊은 나이니까 특별한 소견 없겠지”하고 생각하며 대장내시경을 받았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내시경은 즉각 “이상 병변 감지”라는 경고음을 울렸다. 대장 구석에 위치한 용종을 탐지해 알람이 작동한 것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의료진은 해당 병변을 정밀 관찰한 후 절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즉시 용종절제술을 시행했다. 병리 조직검사 결과 대장암의 전구 병변인 선종과 톱니모양 용종으로 최종 확인됐다.
자칫 놓쳤다면 몇 년 후 대장암으로 진행될 수도 있었던 ‘위험한 씨앗’을 조기에 잡아낸 배경에는 웨이센의 AI 내시경 ‘웨이메드 엔도’가 있었다. 이처럼 내시경 전문의와 AI 기술의 결합은 단순한 기술 보조를 넘어, 질환 조기 발견과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대장암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높은 암 중 하나로, 대한민국의 발병률은 3위로 알려졌다. 다행히 조기 발견 시 치료 성과가 좋은 대표적인 암으로 평가되며,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는 가장 확실한 예방 수단으로 권고되고 있다.
문제는 대장내시경의 핵심 목적인 선종(adenoma)과 톱니모양 용종(SSL)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 병변은 크기가 작고 편평한 경우가 많아 발견이 어렵고, 내시경 검사의 ‘질’이 전체 검사 효과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의사마다 내시경 검사 결과가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종을 잘 찾는 의사는 대장 윗부분에서 잘 안 보이는 ‘톱니 모양 용종’을 발견할 확률이 무려 2~3배나 높다.
수많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장 윗부분에서 톱니 모양 용종을 발견하는 비율(PSPDR)은 평균 10~11% 수준이지만, 실력 있는 의사는 이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반면 선종을 잘 못 찾는 의사는 이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더 주목할 점은 통계다. 선종 발견율(ADR)이 1%만 올라가도 대장암 발생률은 약 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실력과 환자의 생명은 그만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바로 이 부분에서 AI 내시경의 진가가 드러난다. AI 알고리즘은 수많은 내시경 데이터를 학습해, 검사 중 놓치기 쉬운 사각지대나 일시적으로 지나칠 수 있는 병변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의사에게 경고한다. 별도의 모니터를 통해 병변의 암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제시하며, 정확한 위치 식별과 조기 대응에 도움을 준다.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더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AI) 내시경을 사용하면 선종 발견율(ADR)이 평균 15%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장 윗부분에서 잘 숨어 있는 작은 톱니 모양 병변도 AI가 잘 찾아냈다.
일부 연구에서는 숙련된 내시경 전문의와 AI 장비가 함께 검사할 경우, 선종 발견율(ADR)과 톱니 모양 병변 발견율(SDR) 모두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톱니 모양 용종은 특히 찾기 까다롭다. 모양이 평평하고 경계가 흐려 쉽게 놓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병변이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으면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내시경 가이드라인(2020년 기준)도 이에 주목했다. 가이드라인은 ADR을 공식적인 내시경 검사 품질 지표로 지정했고, SDR도 앞으로 중요한 성과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SDR 평균은 약 2.5% 수준이지만, 고화질 장비와 AI 기술을 활용하면 이보다 두 배 이상 좋은 결과도 나오는 것으로 보고됐다.
AI 내시경은 이런 작은 병변까지도 실시간으로 감지해 화면에 표시해준다. 덕분에 검사의 질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대장내시경을 위해 병원을 선택할 때 ADR 및 SDR이 높은 전문가가 있는지, AI 내시경 및 고해상도 장비를 보유했는지 확인한다면 검사의 정확도와 환자의 안전성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A씨가 대장내시경으로 받은 세온내과 배강남 원장은 “대장내시경은 단순히 ‘받았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받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검사의 질이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관건이 되는 만큼, AI 기술이 접목된 고정밀 장비와 숙련된 의료진의 조합이 갖춰진 환경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