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디저트의 매력을 담은 3개의 다과상

한식 디저트의 매력을 담은 3개의 다과상


Pieces of Korea


한 입에 쏙. 한국의 맛을 응축한 디저트를 고유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세 개의 다과상.

조선시대 문헌에 기록된 과정류(전통 과자) 수가 250여 개에 달할 만큼 우리 선조들은 다양한 디저트를 즐겨왔다. 곡식의 가루를 반죽해 기름에 지지거나 튀기는 유밀과, 가루를 반죽해 갖가지 모양의 다식판에 박아 만든 다식, 익힌 과일이나 뿌리의 재료를 꿀과 조청에 조리는 정과, 과일을 굳힌 과편, 견과류나 곡식을 중탕한 뒤 조청에 버무리는 강정. 한식 디저트는 삼국시대에 농경 의식에 곁들이는 음식으로 발전하기 시작해 불교 의례를 꽃피운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에 궁중 조리법과 양반들의 기호식품으로 사랑받아왔다. 대소사와 명절뿐만 아니라 한입거리 간식을 즐기는 일은 일상에 자리매김한 우리 전통 식문화였던 것이다. 최근 이를 재해석해 음료와 페어링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늘고 있다. 호젓한 여름날, 세 곳의 각양각색 디저트로 다과상을 차렸다.

하우스오브신세계 디저트살롱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홍천 잣, 백옥찰 찹쌀, 여주 추정미 등 우리 땅에서 난 엄선한 식재료로 만든 다과를 낸다. 디저트살롱은 식문화 유산을 계승하는 신세계백화점 한식연구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브랜드. “담음새는 동시대적이되 조리법은 한식의 정통성을 잇는 것에 집중합니다. 가령 잣경단의 고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잣을 손질하고 갈아 기름을 빼기까지 3일 이상이 걸리지만 이를 따르죠.” 한희정 신세계백화점 한식연구소 팀장의 말처럼, 조리 공정에 품이 들더라도 정도를 따르며 각 분야의 전문가와 의기투합한 점이 눈길을 끈다. 떡과 한과는 전래 음식 연구가 서명환과 협업해 개발했고, 차는 매월당 김시습의 18대 후손인 티마스터 김동현과 함께 18세기 이운해가 집필한 〈부풍향차보〉에 기반해 완성했다. 대표 상차림에는 5가지 다과와 블렌딩 차를 곁들였다. 조선시대 잣구리떡을 재해석한 ‘잣경단’, 쑥 원물을 곱게 빻아 만든 ‘쑥갠떡’, 마른 감에 밤소를 채운 ‘건시단자’와 매화나무에 참새가 앉은 모양새를 띤 밀과자 ‘매작과’, 입가심에 제격인 ‘오미자배정과’로 이루어져 다채로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다과 공간 옆에는 계절마다 전국 명인들의 공예 작품을 공수하는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다. 여름 전시에서는 대나무 공예가 한창균, 완초 공예가 허성자의 작품 등 이 계절과 조화로운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다.

병과점 본작

F&B 업계에서 일해온 구본혜 대표가 오랜 시간 떡집을 운영해온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받아 정갈하고 슴슴한 매력의 떡과 다과를 만든다. 다양한 패턴과 소재의 보자기, 복주머니 노리개 등 정성스러운 포장을 더해 선물용 다과 브랜드로 알려진 이곳은 8월 말부터 매장 공간을 확장해 다과상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날 예정. 첫 번째 상차림으로 전통 주안상에 영감받아 다섯 다과와 함께 국내 양조장과 협업해 개발한 막걸리를 선보인다. 쌀로 만든 막걸리, 쌀가루로 만든 떡과 다식이 궁합을 이루는 건 당연지사. 무겁지 않은 바디감과 은은한 향미가 어우러지는 막걸리에 맞춰 백자 합에 담긴 병과는 흑임자 송편, 계피 다식 혹은 흑임자 다식, 금귤정과와 깨강정 그리고 자체 개발한 금화약과로 구성된다. 부드러운 떡과 단단한 강정, 약과의 대비를 즐긴 뒤 산뜻한 정과로 마무리하면 그만. “몸에 이로운 재료로 기운을 불어넣는다고 하여 붙은 ‘약과’라는 이름처럼, 가장 대중적인 다과 중 하나인 약과에 현대적으로 변주를 주고 싶었죠. 시그너처 디저트인 금화약과는 풍부한 생강 향과 켜켜이 결이 살아 있는 개성약과의 제조 방식을 따르되, 금화처럼 동그랗게 빚고 흑임자의 고소한 풍미를 더했습니다. 소박한 한 끼를 먹어도 정성 어린 준비를 거친 선조들의 상차림처럼 전통 다과를 음미하는 이들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아라리 북촌

최근 북촌 한가운데 고즈넉한 전통 한옥 수경재에 문을 연 아라리 북촌. ‘작은 일에도 기쁨을 느끼는 마음’을 뜻하는 순우리말에서 따온 이름처럼, 한식 파인 레스토랑 비채나를 운영하는 가온소사이어티가 한식의 대중화를 모색하고자 만든 한식 디저트 브랜드다. 해외 관광객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유연하게 전통을 탈바꿈한 다과 메뉴가 돋보인다. “뉴 클래식이라는 개념 아래 동시대와 가장 어울리는 한식을 만들고자 합니다. 더 많은 이들이 한식을 접하고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게 저희의 지향점이죠.” 아라리 이지우 페이스트리 총괄 셰프의 말이다. 아라리가 추구하는 한식의 본질은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포용하는 데 있다. 대표 메뉴인 ‘아라리 차’는 홍시와 산딸기 등 제철 식재료로 만든 차에 매일 과육의 속을 골라내 분자기법을 적용해 동그랗게 빚은 ‘란’을 동동 띄워낸 것. 밤을 삶아 체에 내려 꿀과 계피가루를 섞은 ‘율란’, 대추를 조려 만든 ‘조란’ 같은 전통 다과 조리법에서 착안했다. 전통 음료로 마실 수 있지만, 란 자체를 디저트로 즐기기 좋다. 가온 파인다이닝 코스의 마지막에 맛볼 수 있던 메뉴를 변형한 것. 조청으로 만든 약과의 켜를 살려 흑임자 초콜릿 등을 코팅한 ‘약과 초콜릿’, 떡과 팥앙금을 국화빵 같은 과자 사이에 조합한 ‘서울 모나카’ 등 한층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늘려갈 예정이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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