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신축했잖아? 수익도 엄청 늘렸으니 공로 좀 인정해” 레비 회장의 자신감…경기장을 꽉 채운 건 손흥민과 한국 팬들의 힘도 컸는데?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신축했잖아? 수익도 엄청 늘렸으니 공로 좀 인정해” 레비 회장의 자신감…경기장을 꽉 채운 건 손흥민과 한국 팬들의 힘도 컸는데?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토트넘 홈팬들. 그러나 이 중 적지 않은 숫자가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던 한국팬들이었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토트넘(잉글랜드) 다니엘 레비 회장은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건립을 꼽았다.

레비 회장은 최근 게리 네빌이 진행하는 영국 채널 ‘스카이 베팅’ 프로그램 ‘더 오버랩’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재임기간을 되돌아보면서 경기장 신축을 주도한 걸 자랑스러운 치적이라고 떠올렸다.

“당신이 클럽을 위해 한 일에 대해 충분히 인정을 받고 있느냐”는 네빌의 물음에 대한 답변이었다. 레비 회장은 “훗날 내가 이곳(토트넘)을 떠났을 때 공을 인정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북런던에 와서 이 멋진 건축물(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본 뒤 다른 팀들이 우리가 한 일을 모방하려고 한 사실은 우리가 정말 대담하고 옳은 일을 했음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물론 사실이긴 하다. 2001년 토트넘 수장으로 부임한 레비 회장은 런던 북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마치 컨테이너 박스를 붙여놓은 듯 했던 기존 홈구장 화이트하트레인을 포기하고 약 2배에 가까운 수용인원을 자랑하는 거대한 스타디움을 건립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게 됐다.

이곳에서 대형 콘서트와 미식축구(NFL) 경기 등을 두루 유치하면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축구만 보는 곳’이 아닌, ‘축구도 볼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영국 정부는 202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이곳을 주요 경기장 중 하나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토트넘은 2023~2024시즌에만 5억2000만 파운드(약 9569억 원)의 수입을 올린 클럽이 됐다. 세계축구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사업 수완이 좋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나 바이에른 뮌헨(독일),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레비 회장은 “우린 스타디움을 건립할 때 누군가의 투자를 거의 받지 않았다. 누군가 수억 달러를 쏟아부은 것이 아니다”라며 “스스로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기업가 정신으로 많은 수익을 창출해 오늘날 최고의 경쟁을 하게 됐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물 중 하나가 5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우승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회장으로서 최고의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그런데 일부러 그랬는지, 미처 떠올리지 못했는지 확인할 바 없으나 레비 회장이 언급하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이 있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든 요인 중 하나가 한국 축구팬들이라는 점이다. 런던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 중 상당수는 여행 코스에 토트넘 경기 관전을 포함시켰다. 런던을 방문하는 목적이 손흥민 경기 관전을 꼽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선수의 출전여부를 장담할 수 없음에도 불과 1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티켓 구매 절차에 필요한 멤버십 가입도 마다하지 않았고 경기장 용품숍에서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엄청난 비용에도 손흥민 유니폼이나 머플러 등은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다른 관련 물품들도 반사이익을 봤다. 물론 경기일이 맞지 않는 경우엔 스타디움 투어까지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과거 한 영국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 홈경기마다 약 3000~5000명의 한국 팬들이 손흥민의 유니폼을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토트넘을 ‘내 팀처럼’ 응원했다고 한다. 이제 토트넘은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손흥민 없는’ 현실이다. 손흥민이 좋아 토트넘 팬들이 된 이들도 적지 않겠으나 예전처럼 ‘필수 관광코스’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손흥민의 토트넘 마지막 경기였던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과의 프리시즌 친선경기 현장을 찾은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손흥민 이후 한국 팬들 가운데 일부는 토트넘에 대한 관심을 접을 수도 있고, 다른 일부는 계속 마음을 잡고 있을 수 있다”며 예측불허의 상황을 에둘러 표현했다. 레비 회장의 이야기처럼 ‘손흥민 없는 시대’에도 이전과 같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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