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上海)는 중국 최대 경제 중심지이자 글로벌 관광지로 꼽히는 곳이다. 현대적인 매력과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한스경제(한국스포츠경제)는 최근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동서양의 모습이 융합된 도시 상하이의 매력을 흠뻑 느끼고 왔다. 중국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이 있는 이들에게 상하이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줄 여행지다. 앞서 1편의 화려한 야경과 푸르른 자연 소개에 이어 2편에선 남다른 사회·경제·문화 이야기를 풀어봤다. 마지막 3편에선 독립운동 유적지를 소개하며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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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경제(상하이)=박종민 기자 | 1932년 4월 29일 중국 홍구공원(虹口公園)에서 열린 일본군의 상하이 점령 전승 경축식에서 단상 위로 물통 폭탄이 날아들었다. 일본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던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폭탄을 던진 이는 다름 아닌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다. 이날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순간으로 꼽힌다.
윤봉길 의사의 홍구공원 의거 이후 중국 정부와 함께 항일운동을 펼친 끝에 194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大韓民國 臨時政府)는 충칭에서 한국광복군을 창설하고 일본과 결전을 선언했다. 이후 치열하게 전개된 독립운동으로 1945년 8월 15일 마침내 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다.
◆윤봉길 의사 회중시계에 얽힌 이야기
광복 80주년을 맞아 방문한 상하이 홍구공원에는 역사적 순간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건 그 유명한 윤봉길 의사의 회중시계였다. 거사를 치르려 한 당일 윤봉길 의사는 백범 김구 선생과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 새로 산 회중시계를 김구 선생에게 주고 자신은 김구 선생의 낡은 회중시계를 받아 독립투쟁에 나섰다. 김구 선생의 저서 ‘백범일지’에는 윤봉길 의사가 “선생님의 시계보다 제 시계가 더 비싼 것인데, 저는 이제 몇 시간 밖에는 사용할 수가 없으니 시계를 바꾸어 찹시다”라고 말한 일화가 나와 있다. 윤봉길 의사와 김구 선생의 마지막 식사 장소로 추정되는 곳은 ‘김해산 집’이다. 상하이 황푸구 옌당로에 위치한 원창리(元昌里) 13호다. 낡은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그 중 한글로 ‘김해산 거주지’라고 써 있는 현판의 집이 눈에 띈다.
윤봉길 의사가 갖고 있던 물통형 폭탄도 전시돼 있었다. 독립운동의 절박함을 짐작하게 하는 유물들 주위로는 방문객들이 적은 추모 문구들이 여럿 보였다.
상하이 황푸구 마당로 306통 4호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도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임시정부청사 건물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상하이에 수립된 이후 독립운동의 중심지이자 정부 수립의 역사적 기반이 된 상징적 공간이다. 평일 오후였지만, 임시정부청사를 둘러보려는 한국인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건물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돼 있었다. 내부에는 태극기를 비롯해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사무용품들이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태극기를 보니 왠지 모를 감동이 밀려왔다.
◆애국심이 절로 들게 한 만국공묘 분위기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와 가까운 곳에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신천지 거리에 위치한 영경방(永慶坊) 일대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영경방 일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이후 독립운동가들이 생활하던 지역이다. 영경방 10호의 경우 1922년부터 약 5년간 독립운동을 주도하던 김구 선생과 그의 가족들이 거주했던 곳인데 김구 선생의 부인인 최준례 여사가 낙상 사고로 투병 끝에 운명한 안타까운 역사가 깃든 곳이기도 하다.
유럽 문화와 상하이 건축 양식이 공존하는 신천지 거리의 모습과 조금은 엄숙한 분위기의 영경방 모습이 대비를 이뤘다. 신천지 거리에는 세련된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섰지만, 그럼에도 많은 국내 여행자들은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 이곳을 찾고 있다.
1919년 4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출범한 이후 임정 요인들이 해마다 1월 1일 신년축하 모임을 개최하고 독립운동 방향을 논의한 곳인 영안백화점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백화점 옥상의 기운각(綺雲閣) 앞에선 김구, 안창호 선생 등 59명이 모여 기념 사진을 남긴 바 있다. 세차게 비가 내리는 7월의 어느 날 기운각 앞에서 독립운동가 선생들을 생각하며 기념 촬영을 하니 벅찬 감정이 올라왔다. 기운각은 한국과 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100년이 지난 오늘날 이곳은 독립운동가들을 추억하고 역사를 아로새기는 명소로 한국인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상하이 만국공묘(萬國公墓)도 독립운동가들의 투혼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910~1930년대에 상하이에서 활동했던 한국 독립운동가들이 안장돼 있는 묘지다. 상하이에서 활동하다가 타계한 한인들의 묘는 원래 ‘징안스루(靜安寺路)’에 있었다고 한다. 중국의 문화대혁명(1966~1976년)과 상하이의 도시재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철거된 후 한인 독립운동가 등 외국인 묘 가운데 일부가 이곳으로 이전됐다는 전언이다. 묘지를 둘러보다가 박은식, 노백린, 신규식 선생의 묘도 눈에 들어왔다.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의 넋을 기리고자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상하이에서 여러 곳의 독립운동의 흔적들을 마주하다 보니 뜨거운 애국심이 가슴 속 깊이 올라왔다. 오는 15일은 광복 80주년이 되는 날이다. 광복을 위해 목숨을 던지며 처절하게 싸웠던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희생 정신과 헌신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