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넷플릭스의 독보적인 옴니버스 SF 스릴러 시리즈 ‘블랙 미러’는 2011년 12월 시즌 1 공개 이후 2025년 4월 시즌 7을 공개하며 또다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첨단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와 그 속에서 변질되어 가는 인간성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블랙 미러’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현대 사회의 가장 불편한 진실을 비추는 ‘검은 거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끝없이 확장되는 기술의 그림자: ‘블랙 미러’의 핵심 메시지
‘블랙 미러’의 각 에피소드는 기술 발전이 우리의 일상과 사회 시스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는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인공지능 등 이미 현실에 깊숙이 들어온 기술들이 인간의 윤리, 도덕성, 그리고 정체성 자체를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상상력의 결과이며, 시즌이 거듭될수록 ‘블랙 미러’는 더욱 정교하고 섬뜩한 기술적 상상을 통해 시청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사회적 압력과 통제의 극단: ‘추락(Nosedive)’
시리즈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시즌 3의 ‘추락’ 에피소드는 사회적 평점이 개인의 삶을 지배하는 세계를 그린다. 모든 상호작용이 별점으로 평가되고, 이 점수가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시스템은 ‘좋아요’와 ‘팔로워’에 집착하는 현대 소셜 미디어 시대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비춘다.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을 포장해야 하는 현 세태를 풍자하며, 사회적 통제가 어떻게 개인의 자유와 진정성을 억압하는지 경고한다.
기억과 진실, 그리고 파괴되는 관계: ‘당신의 모든 순간(The Entire History of You)’
시즌 1의 ‘당신의 모든 순간’은 눈에 이식된 ‘그레인’ 장치를 통해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재생하는 사회를 다룬다. 이는 편리함 뒤에 숨겨진 치명적인 부작용을 보여주는데, 완벽하게 기록된 기억이 끊임없는 의심과 질투를 낳고, 결국 인간 관계를 파괴하는 모습을 통해 ‘잊을 권리’와 ‘진실’의 역설적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며, 기억의 완벽한 기록이 오히려 인간을 과거에 갇히게 만들고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게 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대중의 잔혹성과 정치의 희화화: ‘화이트 베어(White Bear)’와 ‘왈도의 전성시대(The Waldo Moment)’
시즌 2의 ‘화이트 베어’는 범죄자를 대중 앞에서 매일 똑같이 처벌하는 쇼를 통해 처벌과 정의, 그리고 구경하는 대중의 잔혹성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는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구경거리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가학적인 방관자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며 윤리적 성찰을 요구한다.
또한 ‘왈도의 전성시대’ 에피소드는 대중의 비이성적 열광에 힘입어 정치적 영향력을 얻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왈도’를 통해 현대 정치의 상업화, 포퓰리즘, 그리고 미디어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강렬하게 풍자한다.
시즌 7,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다
비교적 최근 공개된 시즌 7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내용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전히 시대를 앞서는 상상력을 보여준다.
특히 ‘율로지(Eulogy)’ 에피소드에서는 사진 속 기억을 완전히 재현할 수 있는 VR 기술이 등장하여, (사망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을 되살리며 과거와의 화해를 시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기술이 인간의 슬픔을 달래고, 기억을 복원하는 데까지 관여하게 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또한 ‘보통 사람들(Common People)’과 같은 에피소드에서는 음지의 인터넷 방송에서 극단적인 행동을 감수하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이 인간을 어디까지 내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등 현대 디지털 미디어의 가장 어두운 면을 계속해서 비추고 있다.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블랙 미러’는 단순한 기술적 경고를 넘어,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선택’에 집중한다. 각 에피소드 속 인물들의 비극적인 결말은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욕망과 사회 시스템의 부재가 불러온 결과임을 시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시즌 7까지 이어진 ‘블랙 미러’는 시청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블랙 미러’ 속 암울한 현실이 될 것인가, 아니면 기술의 긍정적 측면을 활용한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 그 답은 결국 우리의 윤리적 판단과 책임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