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가 챔피언 만난 K리그1 꼴찌… 대구FC, 바르사전 통해 얻은 것들

라리가 챔피언 만난 K리그1 꼴찌… 대구FC, 바르사전 통해 얻은 것들

라마스(왼쪽)와 야말이 경기 전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디드라이브 제공

| 한스경제(대구)=신희재 기자 | 말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프로축구 K리그1(1부) 최하위 대구FC가 2024-2025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팀 FC 바르셀로나를 만나 체급 차이를 느꼈다. 동시에 보완해야 할 점도 확인했다.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대구는 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 2025 아시아 투어 에디션 경기에서 0-5로 크게 패했다. 전반 21분 가비를 시작으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로날드 아라우호, 토니 페르난데스, 래시포드에게 차례대로 실점했다. 볼 점유율(%) 27-73, 슈팅 2-29, 유효슈팅 0-16 등 모든 지표에서 압도당한 게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 시즌 강등 위기에 처한 대구는 갈 길 바쁜 상황에서 친선 경기를 갖는 게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4월 구단주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대선 출마로 사퇴하기 전 마지막 간부회의에서 바르셀로나전 개최를 결정해 진행이 불가피했다. 당시 9위였던 대구는 이후 4개월 동안 단 1승만 올리는 극도의 부진과 함께 최하위로 추락했다. 박창현 감독, 서동원 감독대행이 차례대로 물러나고 최근 조광래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명하는 등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대구는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날 김병수 감독은 백4 기반의 4-2-3-1 포메이션을 꺼낸 뒤 전후반 22명을 기용하며 리그에서 할 수 없었던 실험에 나섰다. 마침 바르셀로나가 라민 야말, 레반도프스키 등 최정예 멤버를 총동원해 현재 팀의 문제를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었다.

세징야(왼쪽)와 김병수 감독이 바르셀로나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신희재 기자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김병수 감독과 세징야는 공통적으로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김병수 감독은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인 팀답게 경기 템포가 무척 빨랐고, 기술도 굉장히 좋았다. 특히 볼을 빼앗긴 다음 수비로 전환하는 동작이 워낙 빨랐다”고 말했다. 세징야는 “실수를 적게 하고, 압박을 받으면서도 좋은 플레이를 하는 점에서 차이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과거 유럽 명문팀들은 방한 경기에서 프리시즌 핵심 선수 보호를 이유로 주전을 대거 제외하는 등 전력을 다하지 않아 팬들을 실망시킨 적이 많았다. 바르셀로나 또한 15년 전 방한에서는 남아공 월드컵 우승 멤버인 카를레스 푸욜, 사비, 안드레아 이니에스타, 다비드 비야(이상 스페인) 등이 명단에서 제외돼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에는 달랐다. 4일 대구스타디움 인근은 오전 호우경보, 오후 폭염경보가 동시에 발효돼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졌다. 경기 중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는 4만5183명 관중 앞에서 90분 내내 수준 높은 경기력을 발휘해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세징야 또한 “세계적인 팀을 만나 좋은 경험을 했다”고 강조했다. 

한지 플리크 바르셀로나 감독은 “아시아 투어 종착지인 대구에서 경기를 잘 치른 것 같다”며 “훈련 시설이 좋았고, 팬들의 환대도 받아 굉장히 만족스러운 투어였다. 한국팬들에게 뜻깊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한태희가 바르셀로나전 직후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촬영에 응하고 있다. /신희재 기자

힘든 경기에서 깜짝 스타도 나타났다. 대구는 후반전 교체 투입된 2004년생 골키퍼 한태희가 기대 이상의 선방쇼를 펼쳐 눈길을 사로잡았다. 프로 데뷔 3년 차인 한태희는 후반 바르셀로나의 유효슈팅 10개 중 8개를 막아내며 ‘인생 경기’를 만들었다.

김병수 감독은 “선발로 나온 오승훈이 부상이 있어서 한태희가 들어갔다. 그런데 굉장히 침착하고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좋은 옵션이 생겼다”며 기뻐했다. 한태희는 “감독님은 ‘편안하게 하라’, 오승훈 형은 ‘쉬운 것부터 하다 보면 긴장 풀고 잘할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셨다. 이용발 골키퍼코치님과 훈련하던 대로 막으니 생각한 위치에 공이 왔다”며 겸손해했다.

바르셀로나전을 마친 대구는 짧은 휴식 후 오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 원정 경기를 갖는다. 3승 5무 16패로 승점 14에 그친 대구는 11위 안양(8승 3무 13패)과 승점 13 차로 벌어져 있다. 김병수 감독은 “파이널 라운드까지 9경기가 남았는데 최소 5승이 필요하다. 여러모로 힘든 시기인데, 어떤 식으로든 위험을 감수하고 선수들이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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