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 초반대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유동자금이 다시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다. 정부의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 등 세제 개편안 여파로 시장의 상승 동력이 약화하면서 투자보다 예치를 택하는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기본금리는 전일 1년 만기 기준 하단이 2.05% 수준까지 내려왔다.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이 2.05%, 국민은행 공시정보 ‘KB 스타 정기예금’과 농협은행 ‘NH내가Green초록세상예금’ 등이 2.15%를 나타냈다.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금리도 2.45~2.55% 수준이다.
공시 대상 19개 은행을 모두 보면 Sh수협은행 ‘Sh첫만남우대예금’ 1.85%, BNK부산은행 ‘더(The) 특판 정기예금’ 1.90%, 제주은행 ‘스마일드림 정기예금’ 1.90%, iM뱅크(구 대구은행) ‘iM주거래우대예금’ 1.99% 등 기본금리가 1% 후반대까지 떨어졌다. 첫 거래 등 우대조건을 모두 충족한 최고금리도 2.27~2.90%로 3% 미만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서 시중은행들의 수신금리는 계속해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 정기예금 1년 금리는 6월 신규 기준 평균 2.53%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평균 3.198%에서 올해 상반기 0.668%포인트(p) 하락한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시중 유동자금은 다시 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7월말 기준 944조8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931조9343억원에서 한 달 새 12조9257억원 급증한 규모다. 정기적금 잔액도 42조8169억원에서 43조4218억원으로 6049억원 늘었다.
반면 투자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639조1914억원으로 지난달 17조4892억원 급감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등 투자심리에 역행하는 정책이 나오면서 저금리에도 안전한 예치를 택하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내용이 담겼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 보유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주식을 팔 때마다 내는 증권거래세율은 현행 0.15%에서 0.20%로 올리기로 했다.
아직까지 3% 이상의 금리를 제공하는 2금융권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란 관측에도 점차 무게가 실린다. 오는 9월부터 예금자보호 한도는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공시된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1년 평균금리는 전일 3.00%로 집계됐다. 3.20% 이상 금리를 적용하는 저축은행 상품들도 다수 남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수신금리 인하 자제 주문에 따라 2금융권으로의 자금 유입 흐름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재정 보증을 통해 제도적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금융회사도 금융소비자의 권리 향상으로 보답해야 한다”면서 “예금자 보호 한도 확대가 오히려 2금융권의 수신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