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SNS
고양이와 얼굴을 맞대고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 애묘인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그 ‘고양이 키스’. 배우 박보영이 인스타그램에 고양이와 이마를 맞댄 다정한 셀카를 올리며, 전국 집사들의 심장을 간질였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고양이와 뽀뽀해도 괜찮을까?’
먼저 고양이에게 키스란 개념은 인간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애정 표현으로 입을 맞추지만, 고양이에겐 낯선 얼굴이 갑자기 코앞까지 오는 행위일 뿐. 대부분의 고양이는 이걸 불쾌하게 여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고양이가 먼저 얼굴을 들이밀거나 이마를 비빈다면? 이건 엄청난 신뢰와 애정의 표현이다. 박보영의 사진처럼 말이다.
결국 중요한 건 타이밍과 고양이의 ‘의사’다.
고양이는 ‘싫으면 바로 티 내는 타입’이다. 귀를 뒤로 젖히거나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행동은 분명한 불쾌의 신호다. 이럴 땐 사랑이고 뭐고, 그저 거리를 두는 게 정답이다.
향도 중요하다. 고양이는 향수, 립밤, 강한 화장품 냄새를 싫어한다. 후각이 예민한 탓에 인간의 인공향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얼굴을 가까이 대고 싶다면 무향 상태가 기본 예의다.
그렇다면 어떻게 애정을 표현해야 할까? 고양이의 방식으로 접근해보자. 고양이들은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신뢰를 주고받는다. 이른바 ‘슬로우 블링크’다.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뜨면, 고양이도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 그건 ‘너랑 있는 게 편해’라는 말 없는 신호다.
다만 고양이와의 입맞춤은 때때로 위생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고양이 입속에는 파스퇴렐라(Pasteurella) 같은 세균이 살고 있는데, 드물게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조심해야 한다.
반대로 인간의 세균도 고양이에게 해로울 수 있다. 어린 고양이, 노묘, 혹은 질환이 있는 경우엔 사람의 침이나 호흡기 세균도 부담이 된다.
아이, 노인, 임산부 등 면역 취약층은 ‘고양이 키스’보다는 부드러운 쓰담쓰담이나 맛있는 간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사실 고양이가 진짜 좋아하는 애정 표현은 따로 있다. ‘이마나 귀 뒤를 부드럽게 쓰다듬기’, ‘배 말고 옆구리나 등 쪽 쓰담쓰담’, ‘눈 마주치고 슬로우 블링크’, ‘간식 하나 건네주며 다정한 눈맞춤’ 같은 것들이다.
이 모든 행동은 고양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도 사람과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방식이다. 결국 고양이와의 사랑은 ‘내 방식’이 아니라 ‘고양이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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