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막막한 우주 바다에 푸른 점 하나 지구, 그곳에 70만년전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했으니, 한반도엔 과연 언제 발길을 드리웠을까? 한탄강 유역의 아슐리안 돌도끼는 30만년전 호모에렉투스의 발길이라 추정하는데…
단군조선을 시작으로 옛나라 고조선, 부여와 고구려.백제.가야.신라가 형성한 4국시대, 이어 신라.발해의 남북시대가 흐르고, 고려.조선. 대한제국을 이어서 현재에 이른 장엄한 역사의 숨결, 대양과 대륙이 맞닿은 지구촌 아침 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이다. 보라! 동.남해에 태양이 환히 비추고 백두대간 푸른 정기와 한라의 기상이 서려있음을. 5대양 6대주에 일렁이는 한류의 물결을…
보고자 하니 보이고 듣고자하니 들리지 않는가. 이땅에 선인들이 남긴 노래들이여! 팔도강산을 유람하니 그 이름 ‘한반도소나타’라 부르리…
아득한 시.공간에 머무는 생각들, 마치 흐르는 강의 발원지를 향한 호기심이다. 작은 생각들이 모여 내를 이룬 즐거움이다. 둑방을 걷던 발걸음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너른 바다에 이른다. 고갯마루 정자에도 앉아보고, 길게 늘어맨 채 쌩하니 달리는 열차도, 뿌웅~ 유람선도, 파란 하늘에 둥실 떠가는 날트리도 타보련다. 강물따라 바닷가에도, 고대왕국의 발자취와 도심의 빌딩숲, 산업.연구단지,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에도 가보련다. 생활권에 맴돌던 발길이 멀리 제주도까지 뻗어난다. 상상의 나래로 동족의 응어리, 피눈물 어린 600리 가시울도 넘어설 참이다. 행여 아지매 노래가락에 어울려서 신명난 춤사위도 있으려나.
세상속으로 돌진하는 ‘돈키호태’로의 변신, 상상의 여정, 오감의 만족이다. 꽃피고 새우는 내 나라, 선인들의 발자국을 찾아 집을 떠난다. 가슴이 설레어 마치 사방에 피어난 연두빛 봄날이다.
*국토 기행글 졸저, [한반도소나타-돈키호태유람]를 보정해 독자를 정중히 초대합니다.
<필자 약력>
^화성 민선군수 역임^화성 시장 역임 ^시집
<그대가 향기로울 때>
^수필집
<화성소나타1,2,3,4권>
,
<한반도소나타>
외 ^영화:
<내꿈을 찾아서>
,
<천년의 노래>
^한국영화인협회 화성지회장 ^청소년(초.중.고)국제폰영화제 집행위원장^경기도교육정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
돈키호태유람 (서울특별시편) 너도 섬이냐 – 여의도
돈키
인간은 수십 조에 이르는 체세포를 지닌 신비한 존재지. 생로병사의 파도 위를 항해하면서, 희노애락이란 ‘미리보기’를 맛보며 사는 거야.
코로나라는 외부 변수 덕에, 문득, 염천에 상상의 날개를 달고 떠나본다. 나의 별호, ‘돈키호태’ —
어쩌면 ‘나’라는 존재가 세상과 싸우기보다, 세상 속으로 뛰어들며 노래하려는 자인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이 긴 유람길, 서울부터 한 번 예행연습해볼까. 여의도와 광화문, 그리고 강남…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슈퍼보드 대신 구름위성 타고 ‘코리아’에 착륙한다.
……………………………………………….
법사
오정아, 저기 어렴풋한 저 땅이 어디냐?
사오정
네, 법사님. 웹서핑 결과 ‘여의도(汝矣島)’라고 합니다. 서울 영등포구 소속으로, 옛날엔 땅콩밭이던 섬이었답니다. 그러다 방송, 금융, 정치가 들어서며 팔도의 타짜들이 몰려든 땅이 되었어요. ‘너도 섬이냐’는 듯, 제 몸 하나로 큰 판을 벌인 곳이지요.
법사
타짜라니… 흥미롭군.
오늘은 그곳에 머물며 세속의 풍경을 살펴보자꾸나.
저팔계
삼겹살 같은 저팔계, 빠르게 다녀오겠습니다! — 휘리릭—.
………………………………………………….
저팔계
아저씨, 저기서 타짜들이 모여 칼질한다던데, 그게 무슨 말입니까?
길손1
어디서 오셨나? 순진하신 분 같네. 그곳은 ‘칼잽이’들의 전당이야. 실제로 칼을 쓰진 않지만, 말과 펜으로 베고 베지. 궁금하면 직접 들어가 보시지.
저팔계
으으, 삼장님… 아슬아슬합니다. 고사상에 머리 올릴 뻔 했어요.
…………………………………………………..
법사
오공아, 아무래도 네가 다녀와야겠구나. 공손하게 여쭙는 법도 잊지 말거라.
오공
네, 법사님! 우랑바리나바롱~ 스카이로드 출발합니다! — 슝—
오공
선비님, 저 돔 건물 안에서 어떤 칼질을 한다는 말씀이신지요?
길손2
여의도(汝矣島)… 참 좋은 이름이었지. 그런데 이젠 그 ‘도(島)’가 ‘칼 도(刀)’로 변했어. 칼부림처럼 말싸움이 오가고, 이제는 도(盜), 즉 ‘훔칠 도’ 자로도 불리지. 무엇을 훔치냐고? 마음이지. 지혜를 가장한 욕망, AI와 리모컨으로 세상을 조정하려는 손길들.
오공
사람보다 기술이 상전이 되었군요…
길손2
그래, 머리가 좋을수록 조심해야 해. 생각이 아니라 뜻이 사라지거든.
…………………………………………
법사
아… 섬이 되면, 외따라지고 도(道)가 무너지면, 길을 잃는구나. 이 땅이 ‘섬’으로 갇힌 건지도 모르겠어. 이곳엔 바람이 부는데, 그 바람이 너무 오래, 너무 외로워…
오공
법사님, 건물을 들어올려 태평양에 씻을 수 있을까요?
법사
여의도는 이름처럼 여(汝), 너를 위한 땅이어야지.
도(道), 길을 보여주는 섬이어야 하지 않겠느냐? 타짜들이 이 나라 백성의 미래를 위해 머리띠를 매고 펜을 들고 두 손을 모아 진심을 구하는 자리라면, 얼마나 아름답겠느냐.
오공
근데 지금은… 왜 이리 혼탁해졌을까요?
법사
사람은 원래 착한 존재란다. 하지만 그 착함을 표현하려면 배움과 훈련이 필요해. 마음이 가난한 자는 남을 다치게 하지. 욕망이가득 찬 이 곳이, 오히려 가장 가난한지도 모르겠구나.
……………………..
호새
눈에 뭐가 씌인 걸까요…세상은 보이는 대로만 흘러가진 않나 봐요.
돈키
그러게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바람은 여전히 시원한데… 우리 마음이 무더운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