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자전이 돌아왔다! 2025 바자전 미리보기

바자전이 돌아왔다! 2025 바자전 미리보기


세 번째 바자전


〈바자〉의 세 번째 현대미술 기획전

≪바자전: In ‘Be’tween≫이 8월 8일부터 23일까지 성곡미술관 2관에서 열린다. 전시를 앞두고, 참여 작가 니키 리, 크리스틴 선 킴, 엠마누엘 한의 예술세계를 미리 들여다보자.

다시 돌아온 여름, 세 번째 바자전이 열린다. 2023년 ‘Holi:Day’, 2024년 ‘Under_Stand’에 이어 올해는 ‘In_‘Be’tween’을 전시 주제로 삼았다. 요약하자면 «바자전: In ‘Be’tween»은 사이와 경계에 대해 탐색하는 전시다. ‘사이’를 뜻하는 ‘In-between’이라는 단어에서 ‘존재하다’는 의미를 가진 ‘Be’ 동사를 중첩한 전시의 제목은, 단지 사이에 머무는 상태를 넘어 그 공간 자체에서 끊임없이 (나로서) 존재하고자 하는 태도를 반영한다. 2025년 지금, 우리는 왜 하필 ‘사이’에 대해 물을까? 그것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흔들리는 경계의 감각이야말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태생적 증상이기 때문이다.

참여 작가 니키 리, 크리스틴 선 킴, 엠마누엘 한은 그간 다양한 사회와 맥락 안에서 속하는 세계와 속하지 않은 세계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작업을 펼쳐왔다. 이들은 이번 «바자전»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경계를 드러내고, 경계를 허물고, 경계를 사유하고 마침내 묻는다.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바자〉는 이 질문이 ‘경계인’인 나와 당신 모두에게 잠시나마 그 너머를 사유하게 하는 유의미한 경험이 되길 바란다. 어쩌면 아래에 이어지는 예술에 관한 세 개의 메모가 이번 전시를 감상하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될지도.

엠마누엘 한

사이판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정작 스무 살에 처음 미국 땅을 밟은 사람. 유년시절을 캄보디아와 싱가포르에서 보내며 ‘서드 컬처 키드’로 자라온 사진가 엠마누엘 한에게 한 사회 속 사람들을 관찰하는 건, 필연적인 행위였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통해 미국 남부 미시시피 델타 지역 중국계 미국인 공동체를 기록한 프로젝트 〈Mississippi Delta Chinese〉, 팬데믹 기간 동안 LA의 소상공인들을 촬영한 첫 사진집 〈Koreatown Dreaming〉을 선보이며, 이민자의 삶을 역사적 맥락과 개인의 내면이라는 관점에서 탐구한 그는 나아가 서사가 담긴 연출 사진 작업을 시도한다. 이번 «바자전»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대표작이자 연작 〈American Fever〉는 어느 학술지에서 처음 접한 ‘미국병’이란 단어를 작가만의 시선으로 펼쳐낸 작업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 정착하고(〈Arrival〉), 사회에 동화되며(〈The Lovers〉, 〈The Bikers〉), 100%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이방인으로 살아간 이들의 여정을 시각화해 한 편의 극본처럼 보여준다. 사진 속에는 무궁화, 줄타기 같은 상징과 미국적인 배경이 뒤섞이며, 무언가를 두고 온 듯 결코 채워지지 않은 감정을 느끼는 피사체들의 절제된 표정이 담겨 있다. 어딘가 이질적인 광경을 마주하며, 관객은 자연히 ‘지금 내가 속한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Emanuel Hahn, 〈The Arrival II〉, 2022, Canson Rag 310 Photographique Paper, 24×32 inch.

Emanuel Hahn, 〈Jultagi〉, 2023, Canson Rag 310 Photographique Paper, 45×60 inch.

“관찰자의 시점에서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고 조합하는 일, 내게 이 작업은 일종의 레고 블록 같은 놀이다. 이 문화에서 알게 된 조각, 저 문화에서 배운 조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조립하며 작업을 완성한다. ‘역사 속에서 나는 어디에 위치하는 걸까?’ 이 질문과 함께,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크리스틴 선 킴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사운드 아티스트. 청각장애가 있는 작가에게 소리는 시각, 촉각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로 감각을 확장할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매개다. 회화, 드로잉, 벽화, 영상, 조각 등 작가에게는 매체를 활용하는 데 어떤 제약도 없다. 중요한 건 소리를 시각화하는 일, 소리의 정치성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일이다. 이 작업에는 어쩔 수 없이 분노와 좌절이 수반되지만, 작가는 언제나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이번 «바자전»에서 볼 수 있는 6개의 영상 작품도 마찬가지. 영화 장면의 일부를 가져와 화면 상단을 흐릿하게 처리한 뒤 시적인 언어, 주석 같은 비평, 본래 대사보다 과장된 텍스트를 덧붙인 영상 〈Close Readings〉는 관람자들로 하여금 ‘보는 사람’에서 ‘읽는 사람’으로 만들어 재미를 꾀한다. 2채널 영상 작품 〈Cues on Point〉는 2020년 2월, 작가가 슈퍼볼에서 미국 국가를 미국 수어로 공연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 관람자는 경기장에서 수어 통역사를 바라본 채 공연을 이어가야 하는 작가의 시점을 경험하며 언어적 층위를 되짚는다. 각각 2015년, 2022년에 만들어진 두 점의 대표작 사이, 작가가 소리와 유머를 활용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따라가보는 것은 전시를 즐기는 무수한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Christine Sun Kim, 〈More Than One Time〉, 2024, charcoal on paper, 42×42 cmx5, framed-dimension: 43.5×43.5 cmx5.

“나는 소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것에 사회적으로 어떤 기대가 얽혀 있는지 안다. 그러니 내 작업에 소리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내 삶에 소리는 없지만, 사운드 아트를 처음 접했을 때 그것은 매체로서 내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니키 리

니키 리는 몰입형 역할극을 통해 정체성, 공동체, 문화적 동화를 탐구하는 선구적인 사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아티스트다. 대표작은 1990년대 후반 〈Projects〉 시리즈(1997-2001)로, 펑크족·여피·스윙댄서·노인 등 다양한 하위문화에 스며들어 자아의 유동성과 구성에 대해 질문하는 작업이었다. 그녀는 이번 «바자전»을 통해 그동안 대중에게 알려진 사진 작업이 아닌,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영상 작업 〈Scenes〉를 새롭게 선보인다. 〈Scenes〉는 16개의 스크린에 펼쳐지는 16개의 키스 장면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그녀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남성과 입을 맞춘다. 말하자면 이 장면들은 연출된 동시에 실제적인 경험의 파편들이며, “가짜로 시작했지만 끝날 땐 진짜처럼 느껴졌던” 관계들에 대한 회고인 셈이다. 때로는 은밀하고 관능적으로, 때로는 외롭고 서늘하게 드러나는 찰나의 친밀함을 통해 마침내 관객이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삶의 유한성, 그리고 그 안에 드리워진 슬픔과 아름다움이다.

Nikki S. Lee, 〈Scenes〉, 2013, 16 channel digital video, 03 min.

Nikki S. Lee, 〈Scenes〉, 2013, 16 channel digital video, 03 min.

Nikki S. Lee, 〈Scenes〉, 2013, 16 channel digital video, 03 min.

“삶에 시작이 있고 끝이 있듯이 키스에도 시작과 끝이 있다. 나는 3분의 입맞춤이라는 소멸의 과정을 통해 맹목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우주의 혼돈과 질서, 존재의 연약함과 삶의 유한성, 소멸과 창조, 그리고 모든 슬픔.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우리를 따라다니는 허무함과 쓸쓸함 그리고 덧없음의 감정이 한꺼번에 몰아치는 지점을 만드는 것. 그게 이 작업의 목표였다.”


※ ≪바자전: In ‘Be’tween≫은 8월 8일부터 23일까지 성곡미술관 2관에서 개최된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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