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르포] 익명성과 낯섦을 즐기는 사람들…‘서울모닝커피클럽’ 참여해 보니

[TN 르포] 익명성과 낯섦을 즐기는 사람들…‘서울모닝커피클럽’ 참여해 보니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되고 있는 SMCC  커뮤니티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속담이다. 과거에는 무조건 이른 시간에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각자의 생체 리듬과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러나 여기, 아침 8시부터 카페에 모여 처음 본 사람들과의 대화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임이 있다.

서울모닝커피클럽(이하 ‘SMCC’)은 매주 평일 오전 8시, 서울 시내 다양한 카페에서 서로 다른 배경과 직업을 지닌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다. SNS를 통해 신청한 참가자들은 낯선 이들과 만남 속에서 일상, 고민, 관심사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진정성 있는 소통을 지향하는 이 모임에는 단 두 가지 규칙이 있다. ‘명함을 주고받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소개는 반드시 한다’는 것. 직함이나 외형 대신, 사람 자체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커피 한 잔으로 참여할 수 있는 SMCC 데일리 ©투데이신문

커피와 낯섦이 만드는 연결의 시간

투데이신문은 지난 18일,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SMCC 모임에 직접 참여했다. 특별할 것 없는 평일 오전 8시. 평소 같으면 출근길로 분주할 시간이지만, 이날은 조금 다른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SMCC에 참석하기 위해 출근길 인파를 지나 한남동의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지된 장소에서 음료를 주문한 뒤, 호스트를 기다리며 자리에 앉자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날 모임의 호스트인 박재현 대표의 자기소개로 자리가 시작됐다. 사무직 직장인부터 프리랜서, 자영업자까지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SMCC는 장소마다 모임의 주최자와 참가자가 달라, 매번 새로운 낯섦과 신선함이 느껴지는 것이 SMCC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날의 대화 주제는 ‘인생 영화’였다. 호스트가 던진 한 마디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영화 산업, 책, 여행, MBTI를 거쳐 업무방식으로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배경과 경험이 더해지면서 대화는 특정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흘렀다.

SMCC에 여러 번 참여한 적이 있다는 20대 회사원 A씨는 “회사에서는 주로 날씨나 업무 같은 표면적인 이야기만 주고받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깊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놀랐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이 모임이 일회성이라는 점이 마음을 더 편안하게 열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 없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었다. 익명성과 적당한 거리감이 오히려 자유로움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어 모임에 처음 참여했다는 30대 프리랜서 B씨는 “환경에 영향 많이 받는 편인데, 늘 같은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뭔가 지치는 느낌이 있었다”며 “SMCC의 편안하면서도 치열한 에너지를 느끼며 삶의 원동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모임은 그렇게 침묵의 순간과 설렘을 끌어안고 흘러갔다. 약 한 시간 후, SMCC의 참여자들은 각자의 일상을 책임지기 위해 회사로, 약속장소로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평일 아침에 도심 속에서 낯선 사람들이 모여 커피 한 잔과 함께 나눈 편안한 대화들은 분명 적지 않은 온기를 남겼다. 

지난 5월 서울시 용산구에서 열린 SMCC 레이브 현장 [사진출처=SMCC SNS]

아침의 가능성, 커뮤니티가 되다

SMCC는 박 대표가 해외에서 접한 아침 레이브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에서도 시도해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탄생했다. ‘SMCC 데일리’라는 활동을 중심으로 지난 4년간 커뮤니티를 운영해온 SMCC는 아침을 좋아하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2~3만명이 모인 SMCC는 이후 음악과 커피가 어우러진 SMCC 레이브, 아침에 모여 러닝을 하는 에스프레소 런, 함께 여행을 가는 트레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을 확장해왔다.

박 대표는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에너지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SMCC의 활동이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아침을 삶의 중심에 두는 새로운 문화 실험”이라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SMCC 박재현 대표 

▲ SMCC 박재현 대표

Q. SMCC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20대를 뉴욕과 이탈리아에서 보낸 후 한국에 돌아와 보니 아침 일찍 여는 카페가 드물다는 점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이른 시간에 문을 여는 카페를 찾아다니며 개인적인 기록 차원에서 SNS에 정보를 공유했는데 점차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인이 모이던 작은 커뮤니티가 점차 확장되면서 지금의 SMCC가 됐다.

Q. 운영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SMCC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분위기’다. 인위적인 형식이나 과한 규칙 대신, 자연스럽고 편안한 흐름을 만드는 데 집중하며, 예를 들어 명함을 주고받는 딱딱한 순간을 피하고 가벼운 인사와 대화로 모임을 시작하는 등의 작은 규칙을 두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은 호스트가 맡고 있어, 운영 매니저와 함께 신중하게 선발하며 분위기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중요하게 본다. 모임은 최대 8명까지로 제한해 소규모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신청자가 많을 경우에는 새로운 참가자를 우선으로 선발한다. 매일 아침 SNS를 통해 참가 신청을 받고, 참여자들의 계정을 함께 공지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책임감을 부여해 노쇼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Q. SMCC가 단순한 커피 모임이 아닌 ‘커뮤니티’로 성장한 핵심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SMCC를 찾는 사람들은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신뢰와 분위기를 보고 온다. 특히 아침 8시는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순수한 시간이며, 이른 시간에 만나는 사람들과는 자연스러운 신뢰가 형성된다. 이러한 아침의 힘과 대화에 대한 믿음이 SMCC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SMCC를 반복적으로 찾고, 주변에 추천하기도 하는 것 같다.

Q. 향후 SMCC의 운영 계획이 있다면.

SMCC는 현재 진행 중인 아침 모임 외에도, 영화나 책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커뮤니티를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세계관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카페나 SMCC 매장 등 오프라인으로의 공간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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