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8월 1일 상호 관세’ 부과를 사흘 앞두고 긴박한 통상 협상에 돌입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2시간 넘는 고위급 협의를 진행했고, 오는 31일에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최종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번 협상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예고한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시도다. 한국은 “국익 중심의 상호 이익”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은 “최선의 최종안”을 요구하며 거센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러트닉 장관이 최근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최종안을 들고 와야 한다”며,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측은 “EU, 일본, 영국과는 이미 협정을 체결했다”며, “한국과 왜 별도의 협정이 필요한지 설득하라”고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24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워싱턴DC에서 협상을 벌인 데 이어, 다음 날 뉴욕 자택에서도 협상을 이어갔다. 이후 스코틀랜드로 이동한 러트닉 장관을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이 다시 찾아가 3차 회담을 진행하는 등, 한국은 전방위적 ‘설득 외교’에 나선 모습이다.
▲MASGA, 협상 지렛대 역할 톡톡히 해낼 수 있나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해온 ‘미국 조선업 재건’에 호응하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협상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의 경쟁력을 활용해 미국 내 조선소를 신설하거나 현대화해주는 대규모 투자안이 핵심이다.
특히 작년 12월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 증설, 필라델피아 외 지역의 신규 조선소 설립 등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도 정부 협상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긴급 방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부총리는 29일 덜레스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익을 중심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협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선 등 경제협력 분야에 대해 미국 측에 잘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한미 통상협상의 성패는 31일 열릴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담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애초 예정됐던 ‘2+2 통상협의’가 미국 측의 일방적인 연기로 무산되면서, 구 부총리와 베선트 장관 간 1대1 회담이 최종 조율 무대가 됐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주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복귀했다.
러트닉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비롯한 미합의 국가들과의 협상을 8월 1일까지 마무리 지을 것”이라며 “당일은 미국이 새 관세율을 책정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국가들은 30% 개방안을, 어떤 나라는 75%까지 내놨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하지 않으면 다시 협상이 이어졌다”며 트럼프식 압박 전략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조선업 협력과 같은 대규모 실질적 기여안을 내세우며, 상호관세 부과를 막기 위한 ‘극적 타결’에 사활을 걸고 있다. 8월 1일은 시한이며, 지금부터의 72시간이 그 결과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