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강산 작가]
『나 갈라테이아는 바다의 요정이며 바다 신들의 딸입니다. 바다처럼 자유롭고 어디에든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인간인 아키스를 사랑합니다. 그는 매우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폴리페무스의 나에 대한 애정은 너무나 일방적입니다. 내가 아키스를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나에게 노래를 바치고, 자신이 신인 것을 과시합니다.
폴리페무스는 산을 거느리는 사이클롭스 외눈박이 거인입니다. 무성한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고 그의 큰 어깨를 뒤덮고 있습니다. 온몸은 굵은 가시 같은 털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피를 갈망하며 사나운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과 깊은 동굴, 과일 이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나를 위해 이러한 선물을 준비했으니 그 선물을 경멸하지 말라고 합니다. 자신이 그렇게 능력이 많은데 왜 고작 인간인 아시스를 사랑하느냐 묻습니다.
나는 아시스를 사랑합니다. 폴리페무스의 능력이 전혀 궁금하지 않고 그의 선물도 전혀 반갑지 않습니다. 그는 그러한 내 반응에 분노하였습니다. 아시스를 찢어 죽이겠다고 협박하였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아시스를 죽이겠다는 그 협박은 공포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마음에도 없는, 아니 오히려 증오하는 폴리페무스를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나는 아시스와 함께 바닷가 바위 위와 함께 누워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았는지 화가 난 폴리페무스는 소리를 지르며 미쳐 날뛰었습니다. 너무 무서워 나는 바다로 도망쳐 들어갔습니다. 그 사이 그는 산을 뜯어내어 아시스를 향해 던졌습니다. 결국 아시스는 폴리페무스의 협박대로 폴리페무스에 의해 죽었고 아키스 강이 되었습니다.
아시스는 나 때문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폴리페무스는 끊임없이 말합니다. 자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두려운 공포속에 몰아넣었고 내 자유를 무시하였으며 결국 내 사랑 아시스를 빼앗아 갔습니다. 폴리페무스는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원하는 것을 얻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는 서기 8년 후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쓴 ‘변신 이야기’라는 서사시에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과연 폴리페무스의 표현은 사랑일까요, 스토킹일까요?
2021년 4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습니다. 2조에는 스토킹의 행위에 대하여 정의하고,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스토킹 범죄라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스토킹 행위들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하는 것입니다.
폴리페무스의 행동은 단순한 사랑 고백이 아니라 명백한 스토킹 행위이며 범죄입니다. 갈라테이아는 그에게 거절의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이 노래하고, 따라가고, 감정을 퍼부었습니다.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갈라테이아의 연인을 해쳤고, 그녀의 의사를 무시했습니다. 이것이 사랑인가요?
갈라테이아가 바다로 도망쳤던 그날 이후, 수천 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고 스토킹 범죄를 접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미행당하고 협박을 받고 결국 생명까지 잃습니다.
갈라테이아는 바다로 도망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달라야 합니다.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하고, 범죄자는 인신이 구속되고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정당하고 가능해야 합니다.
범죄자들은 스토킹 범죄를 반복하고 신고하면 복수를 되뇝니다. 그들의 추적을 개인인 피해자가 피하는 것은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피해자가 도망치는 것이 아닌 범죄자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는 확실한 제도가 필요한 때입니다. 두려움에 떠는 것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