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에 혼자 버스 타고 가다 실종된 딸… “54년 만에 어머니 재회”

7살에 혼자 버스 타고 가다 실종된 딸… “54년 만에 어머니 재회”

54년 만에 가족과 상봉한 조모(62)씨(앞 줄 오른쪽 세 번째)와 그 어머니. 서울경찰청 제공

 

7살 때 혼자 버스를 타고 친척 집에 가다가 실종된 6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54년 만에 어머니와 극적으로 재회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9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지난 1971년 실종된 조모씨(62)를 찾아 54년 만인 지난 25일 어머니와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1971년 8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자택에서 양평동에 있는 이모 집으로 향하던 중 실종됐다. 평소에도 딸 혼자 버스를 타고 이모 집을 오간 경험이 있어 어머니는 큰 걱정 없이 조씨를 보내줬다고 한다.

 

하지만 한 달 뒤 이모가 “아이는 오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실종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조씨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는 연락 수단도 없었고, 친척 집에서 한두 달씩 지내는 일도 흔했다”고 설명했다.

 

조씨의 어머니는 이후 딸의 생사를 알지 못한 채 살아오다, 52년 뒤인 2023년 7월 “죽기 전에 아이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며 다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건은 올해 1월 장기실종사건 전담 부서인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로 이관돼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를 통해 실종 시기인 1971년 6~12월 사이 입소한 여성 133명의 기록을 확보해 분석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영등포 버스 종점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한 남성이 발견해 아동보호소에 인계했고, 이후 아동이 성남보육원으로 옮겨졌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경찰은 성남보육원에 해당 시기에 입소한 아동의 기록을 요청했고, 성별과 추정 나이 등을 기준으로 대상을 좁힌 끝에 조씨를 특정했다. 그의 이름은 그대로였지만 성과 본이 바뀌었고, 생년도 1963년생에서 1964년생으로 기록돼 있었다.

 

조씨는 지난 5월 경찰과의 면담에서 “버스를 타고 이모 집으로 가는데 평소 하차 장소가 나오지 않아 종점까지 가서 그 후 길을 잃었다”며 “부모님의 이름과 집 주소가 기억나지 않아 울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보호시설로 데려다줬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이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지난 21일 마침내 조씨가 실종된 아이와 동일인임이 확인됐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지난 25일, 조씨는 자신의 두 딸을 데리고 어머니, 동생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조씨의 어머니는 “딸의 생사를 알고 싶어 일평생 마음 졸이며 살았는데 경찰에서 이렇게 딸을 찾아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어머니를 찾아왔던 조씨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두 딸이 위로해 줘서 포기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가족을 찾을 줄 몰랐다”는 소감을 전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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