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나는 사회의 거울인가, 그림자인가

[천자춘추] 나는 사회의 거울인가, 그림자인가

16년간 심리상담을 해오며 많은 가정의 아이들을 만났다. 특징적인 유형으로 나눠 보면 충분한 사랑과 적절한 교육, 공감적 지지를 받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밝은 표정으로 타인과 교감하며 세상을 탐색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일관된 돌봄을 경험하지 못해 낯선 상황에서 위축되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하며 정서적·행동적 부적응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양육자를 통해 생활 태도와 대인관계 방식을 배우며 양육환경에 적응하며 성격이 형성된다. 특히 가정에서의 예측 가능한 정서적 교감은 내면의 안정감을 형성해 건강한 자아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양육자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강박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완벽주의를 추구하거나 자기비판적인 태도에 사로잡혀 우울감이나 신경증적 경향이 심화된 상태라면 자녀에게 전달되는 정서 신호는 불안과 혼란을 동반한다. 이러한 경우 양육자는 자녀와의 상호작용에 자신감을 잃게 되고 과도한 제재와 간섭으로 반응하고 아이는 점점 부모에게 민감해지고 사춘기에는 반항과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자녀 상담은 부모 면담 이후 가족상담으로 이어진다. 자녀의 문제행동은 개인의 특성에 기인하기보다 가족 내 관계에서, 역동 속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개인을 고립시킨다. 외로움은 어른에게만 국한되지 않으며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가정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고 교육하는 출발점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타인을 돕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은 혼자 사는 인간이 아니라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 책무다. 자산 중심의 가치 추구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삶 이전에 가족 안에서 사회적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사회적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

 

가족관계는 건강한 사회를 지탱하는 뿌리이며 사회적 가치는 그 뿌리에서 자라난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더 사랑하기 위해 자녀를 낳았지만 어느 순간 가족으로부터 동떨어져 살고 있다는 것을 심리상담을 통해 고백하는 부모들이 많다. 가정은 작지만 가장 위대한 변화의 시작점이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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