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여행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소비자들의 AI 수용 의지가 전 세계 평균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행 계획 수립에서 AI 활용 의향은 98%로, 글로벌 평균 89%를 훌쩍 뛰어넘어 한국인들의 적극적인 기술 수용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AI를 독립적 판단 주체보다는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로 인식하는 신중한 태도도 함께 확인됐다.
글로벌 여행 선도 기업 부킹닷컴이 ‘글로벌 AI 인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5년 4월부터 5월까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33개국 37,000여 명(한국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결과를 기반으로, AI 기술이 일상과 여행에 미치는 영향과 소비자의 태도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한국 97%)는 AI에 기대감을 보였고, ‘AI 기술에 익숙하다’고 답한 비율은 글로벌 평균 79%(한국 70%)로 나타났다. 향후 여행 계획에 AI를 활용하겠다는 응답은 글로벌 평균 89%, 한국은 98%로, 특히 한국 소비자의 수용 의지가 글로벌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인, AI 관심층과 수용층 비율 높아
부킹닷컴의 이번 조사에서는 전 세계 소비자들이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뚜렷한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 중 36%(한국 39%)는 AI의 잠재력에 호감을 보인 ‘AI 관심층’, 13%(한국 6%)는 AI의 이점과 책임 있는 활용을 적극 지지하는 ‘AI 수용층’으로 분류됐다.
이들은 AI가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고(글로벌 69%, 한국 81%),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며(글로벌 51%, 한국 57%), 생산성을 높이고(글로벌 40%, 한국 45%), 학습 기회를 넓혀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글로벌·한국 동일 48%).
한편 기대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91%(한국 97%)는 AI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나타내면서도 동시에 하나 이상의 우려를 함께 표했다. 이 중 13%(한국 8%)는 ‘AI 신중층’, 9%(한국 4%)는 ‘AI 회의층’, 25%(한국 14%)는 ‘AI 비수용층’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AI 수용도 차이 뚜렷
AI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중남미 지역은 AI에 대한 기대와 이해도 모두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지역 응답자의 98%가 AI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89%는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역시 95%가 AI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82%는 작동 방식에 익숙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유럽 및 중동에서는 86%, 북미 지역은 81%가 긍정 응답을 보여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AI에 대한 신뢰도 역시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전 세계 평균 77%(한국 88%)는 AI를 어느 정도 신뢰한다고 응답했지만, 23%(한국 12%)는 생성된 정보를 거의 또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북미(32%)와 유럽 및 중동(29%)에서는 AI에 대한 불신이 가장 높았다.
AI는 ‘보조 역할’로 자리매김
AI는 이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되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98%(한국 95%)는 AI 기반 검색 기능을, 86%(한국 84%)는 스트리밍 추천 기능을, 77%(한국 80%)는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가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35%(한국 31%)는 AI를 ‘비인간적’이라고 느꼈으며, 과반수는 생성된 정보를 다시 확인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중 42%(한국 55%)는 ‘매번’, 29%(한국 31%)는 ‘상황에 따라 사실 여부를 검토한다’고 응답했다. AI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6%(한국 2%)에 그쳤다.
여행 전반에 걸친 AI 활용 확산
AI는 여행의 모든 여정에서 점차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 응답자의 65%(한국 79%)는 여행 자동 계획 시스템이 머지않아 주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64%(한국 76%)는 이미 여행의 일부 과정에서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행 계획 단계에서는 여행지 및 최적의 여행 시기 탐색(글로벌 41%, 한국 33%), 현지 체험 및 액티비티 검색(글로벌 36%, 한국 31%), 식당 추천(글로벌 37%, 한국 32%) 등의 용도로 AI가 활용됐다. 흥미로운 점은 정보를 얻는 데 있어 AI 어시스턴트(글로벌 24%, 한국 20%)에 대한 신뢰도가 친구나 동료(글로벌 19%, 한국 18%), 인플루언서(글로벌 14%, 한국 17%)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행 중에는 번역 기능(글로벌 45%, 한국 42%), 여행지 내 액티비티 추천(글로벌 44%, 한국 38%), 식당 추천(글로벌 40%, 한국 32%), 낯선 지역이나 교통 시스템 탐색(글로벌 40%, 한국 44%) 등 다양한 상황에서 AI가 사용됐다.
글로벌 응답자의 66%(한국 75%)는 AI를 통해 여행이 더 쉽고 효율적으로 느껴졌다고 답했으며, 71%(한국 73%)는 AI가 사람이 몰리는 관광지나 성수기를 피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답했다. 60%(한국 59%)는 AI가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행 체험을 제안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부킹닷컴 최고 비즈니스 책임자 제임스 워터스는 “생성형 AI는 고객과 세상의 소통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여행자들의 기대 수준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신뢰, 투명성, 안전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