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남의 IR리포트 10] 고속성장의 그늘, APR 김병훈의 구조적 리스크

[박수남의 IR리포트 10] 고속성장의 그늘, APR 김병훈의 구조적 리스크

[박수남의 IR리포트 10] 고속성장의 그늘, APR 김병훈의 구조적 리스크

[CEONEWS=박수남 기자] 2024년 K-뷰티 업계에 혜성처럼 떠오른 기업이 있다. 바로 에이피알(APR)이다. 메디큐브와 AGE-R 뷰티 디바이스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며, 상장 2년 만에 매출 7,000억 원, 순이익 1,000억 원을 돌파했다. APR을 창업한 김병훈 대표는 30대 중반의 젊은 CEO로, 단숨에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기업의 진짜 가치는 수익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에서 가려진다. 

[박수남의 IR리포트 10] 고속성장의 그늘, APR 김병훈의 구조적 리스크

 이자율 폭탄과 레버리지 압박

APR의 재무제표는 성장을 외치는 듯하지만, 그 안에는 이자율 리스크와 유동성 불안정성이 교차한다.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2023년 903억 원에서 2024년 2,416억 원으로 치솟았다. 비유동부채는 10배 이상 증가했다. 자산 확장에 따른 레버리지 확대가 원인이지만, 문제는 구조다. 대부분의 부채는 변동금리 기반이며, 금리 인상 시 이자비용이 경영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나 APR의 글로벌 확장과 설비 투자 속도에 비해, 자본 확충이나 순이익 이연 전략은 보수적이지 않다. 이는 자칫 ‘성장 피로’로 이어질 수 있는 단초다.

더욱이, APR은 2025년 들어 총 2,200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 및 배당을 집행했다. 조정 순이익의 55%에 달하는 배당성향은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이지만, 반대로 미래 R&D 및 위기 대응 자산을 잠식할 수 있다. 특히 김병훈 대표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3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황에서 고배당은 곧 대주주의 현금 유출이라는 구조로도 해석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이 아닌 ‘현금창출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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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제의 외형’과 ‘통제의 부재’

APR의 지배구조는 단일 오너십 체제다. 창업자 김병훈 대표는 32% 내외의 지분을 바탕으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실질적 경영권은 그 개인의 판단에 집중돼 있다. 이사회는 사외이사 과반, 이사회 의장 분리, 위원회 설치 등 정형적인 선진 거버넌스 틀을 갖추고 있으나, 실효성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상장 과정에서 불거진 특수관계인 대여 사건은 구조적 리스크의 전조였다. 김 대표의 개인회사 자금조달에 APR 자금을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내부통제 실패와 공시 누락이 드러났다. IPO가 연기되는 사태까지 발생했으나, 이후 내부 심의 구조만 정비되었을 뿐이다. 구조는 고쳤지만, 문화는 남았다. 사외이사 3인이 모두 회계 전문가 출신이라는 점도 거버넌스 다변화 측면에선 약점이다. 소비자 보호, 국제 유통, 디지털 마케팅 등 다각적 경영 조언은 실질적으로 빈약하다.

더 큰 문제는 ‘계승 전략의 부재’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도 CEO 승계계획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창업자 리스크는 단지 이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운영의 불확실성과 직결된다. 지금의 APR은 김병훈 한 사람에 의해 작동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스템보다 사람이 더 큰 자산이라면, 그것이 곧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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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신뢰와 소비자 리스크의 이면

APR의 브랜드 성공은 메디큐브 화장품과 AGE-R 디바이스의 히트에 기반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품군에 집중된 매출 구조다. 2025년 1분기 기준, 화장품 매출 비중은 62%, 디바이스는 34%로 나타났으며, 디바이스 부문은 계절성과 제품주기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다. 후속 제품이 지속 개발되지 않으면 성장 정체가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중국발 위조품 유통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증가 추세다. 피부 트러블이나 성분 불명 가품 유통은 단순한 유통문제가 아니라 건강 리스크다. APR은 위조품 단속을 강조하지만, 유통 채널 모니터링이나 국제 지재권 보호 전략은 미진하다.

미국 소비자들의 사용 부작용 사례 역시 경고 신호다. LED 및 고주파 기기를 사용한 후 피부 자극이나 통증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었고, 이에 대한 APR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환불로 마무리하려는 방식은 국제 소비자 보호기준에 미달하며, 브랜드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한 차례 광고문구 관련 식약처 제재 및 법원 패소 이력이 있는 만큼, APR은 마케팅 전략과 제품 품질 모두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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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 자본

APR은 외형적으론 성공한 기업이다. 그러나 외형을 떠받치는 기반이 허약하다면, 그 성공은 일시적 반짝임으로 끝날 수 있다. APR이 진정한 글로벌 K-뷰티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재무 레버리지를 낮추고 현금흐름 중심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보다 미래 대비 쿠션 자산 확보가 우선이다. 둘째, 지배구조 개선과 최고경영자 승계계획 수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셋째, 제품 안전성과 소비자 대응에 있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투자자는 숫자만 보지 않는다. 수치의 방향성과 지속가능성을 본다. 소비자는 마케팅보다 경험을 기억한다. APR은 지금 이 순간, 성장의 그늘을 인정하고 그 안의 리스크를 정면으로 응시해야 할 때다. 리스크를 외면하는 기업은 위기 앞에 무력하지만,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업은 불황 속에서도 기회를 만든다. APR은 후자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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