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친중 의원’ 파면투표 부결, 의원 전원 생존

대만 ‘친중 의원’ 파면투표 부결, 의원 전원 생존

친중 성향의 정치인들을 축출하자는 취지로 실시된 대만의 이례적인 국민투표에서, 모든 선거구에서 파면 반대표가 더 많아 대상이 된 의원 전원이 자리를 지키는 결과가 나왔다.

수천 명의 대만 유권자들이 26일(현지시간), 시민운동에 의해 촉발된 이른바 ‘대파면’ 투표에 참여했다.

이번 투표 결과는 대만 정치의 권력 균형을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변수로 주목받았다. 현재 대만은 집권 민주진보당 정부와 이를 견제하는 국민당 및 그 동맹세력이 다수인 상황에서 정치적 교착 상태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날 투표로, 야권은 다수 의석을 유지하게 됐다.

국민당 의원을 배출한 24개 선거구에서 유권자들은 “해당 지역 국회의원을 퇴출시키는 데 동의하는가”라는 단순한 예·아니오 질문에 답을 했다.

과거에도 대만에서 소규모의 의원 소환 투표가 있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로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과는 모든 선거구에서 다수 유권자가 ‘아니오’에 투표해, 모든 의원이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야권은 아슬아슬한 과반 의석을 당분간 유지하게 됐다. 다음 라운드의 소환 투표는 8월에 다른 7개 지역을 대상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분석가들은 이번 ‘대파면’이 실패할 경우 대만 정치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다수 정치인들이 국민 일부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노선을 밀어붙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번 소환 운동은 대만 사회를 깊이 갈라놓았다. 대규모 시위와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으며, 소환 찬성파와 반대파 양측은 소환과 유지를 위한 움직임이 모두 “대만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대파면’의 배경은?

이번 일련의 사태는 2024년 1월 대선 직후 시작됐다. 유권자들은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를 총통으로 선택했지만, 입법원에서는 야당에 더 많은 의석을 몰아줬다.

그 후 몇 달 동안, 제1야당인 국민당은 소수정당인 대만민중당, 그리고 일부 무소속 의원들과 손잡고 민진당이 발의한 법안을 저지하고 논란이 많은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협력했다.

이러한 행보는 일부 대만인들의 분노를 샀다. 이들은 이를 민진당 정부의 발목을 잡고 야당의 입법 권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봤다.

2024년 5월, 수천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일명 ‘블루 버드’ 운동이라는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블루 버드’라는 이름은 시위대가 주로 모인 타이베이의 한 거리 이름에서 따왔다.

운동 참가자의 상당수는, 중국에 비교적 유화적인 입장을 취해온 국민당이 베이징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대만 입법원 내에서 중국의 의제를 은밀히 추진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당은 이를 부인했지만, 이러한 의심은 지난해 국민당 의원 일부가 중국을 방문해 중국 공산당 최고위 간부인 왕후닝의 환대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확산됐다.

블루버드 운동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은 국민당 의원 여러 명을 소환하자는 청원 운동을 시작했고, 이에 맞서 국민당 지지자들은 민진당 소속 의원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방식의 청원으로 맞섰다.

결국 총 31명의 의원에 대한 소환 청원이 1차 요건을 충족해 본투표가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이들 31명 모두 국민당 소속 의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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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버드 운동 참가자들은 국민당 의원들이 대만 입법원 내에서 중국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대파면의 성공 여부는 투표율에 달려 있었다. 각 선거구에서 의원직을 박탈하려면 과반수가 찬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찬성표 수가 전체 유권자의 25%를 넘어야 했다.

이를 의식한 시민단체들은 최근 몇 주 동안 거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중적으로 투표 참여를 호소해왔다.

한편 국민당과 그 동맹 세력은 집회를 열고 유권자들에게 ‘소환 반대’ 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민진당이 대선 결과를 뒤엎고 입법원 권력을 되찾기 위해 ‘대파면’과 ‘블루버드 운동’을 기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진당은 처음에는 대파면 운동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입장을 바꿨고, 라이칭더 총통은 “민진당은 국민의 힘과 함께해야 한다”며 당 관계자들에게 소환운동을 돕고 “국가를 지키라”고 지시했다.

이 사안을 지켜보던 중국도 논쟁에 뛰어들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라이칭더 총통이 “민주주의를 가장해 독재를 행하고 있으며”, “야당을 억누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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