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홍민정 기자] 국민들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처음으로 감소했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면서 수면의 질과 양 모두 악화되고 있으며, 맞벌이 부부의 시간 부족과 만성 피로도 여전한 사회적 과제로 지적됐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만 10세 이상 국민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 4분으로, 5년 전(8시간 12분)보다 8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시간조사에서 수면 시간이 줄어든 것은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연령별로는 10대가 8시간 37분으로 가장 길고, 50대는 7시간 40분으로 가장 짧았다. 전 연령대에서 수면 시간은 줄었고, 특히 60세 이상은 14분, 20대는 11분, 30대는 7분 감소했다.
수면의 질도 악화됐다. ‘최근 1주일 이내 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 있다’는 응답은 11.9%로, 2019년 대비 4.6%포인트 증가했다. 이들이 설치며 보낸 시간은 하루 평균 31분에 달했으며, 60세 이상(19.6%)과 30대(12.1%), 40대(11.5%)에서 불면 증상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다.
수면 감소의 주요 원인은 ICT 기기 사용 증가로 분석된다. 국민의 하루 평균 여가 시간 5시간 8분 중 2시간 43분이 ‘미디어 이용’으로 소비됐으며, 특히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을 이용한 여가 활동 시간은 1시간 8분으로 5년 전보다 32분 늘어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식생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하루 세끼를 모두 챙겨먹는 비율은 줄고, ‘혼밥’은 늘어나는 추세다. 아침 식사자 비율은 63.7%로 5년 전보다 4.0%포인트 감소했으며, 점심(85.6%)과 저녁(78.3%)도 소폭 줄었다. 반면 혼자 식사하는 비율은 모든 끼니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정의 가사노동 격차도 주목됐다.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의 남편은 하루 평균 1시간 24분의 가사를 분담해 5년 전보다 13분 증가했다. 반면 아내는 3시간 32분으로 17분 감소했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2시간 8분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주당 15시간 이상의 격차로 환산된다.
맞벌이 부부 모두 만성 피로를 호소했다. 남편의 91.3%, 아내의 92.6%가 ‘일과 후 피로를 느낀다’고 응답했으며, 피로 원인으로 남편은 ‘직장일’, 아내는 ‘자녀 양육’과 ‘가사’를 꼽았다.
특히 미취학 자녀가 있는 가정은 가사노동이 하루 평균 2시간 8분 더 많고, 여가 시간은 2시간 19분 적으며, 자녀 돌봄 시간은 2시간 21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 부족과 양육 부담이 현실적인 문제로 드러난 것이다.
지역별로는 세종시가 가사노동 시간이 가장 많았고, 경북은 일 관련 시간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2023년 10월부터 12월까지, 전국 만 10세 이상 2만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생활시간조사는 5년 주기로 시행되며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