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가 난 와중에 폭염이 연속돼 숨이 턱턱 막히고 온열질환도 걱정돼요. 그래도 상황이 너무 급박해 휴식 매뉴얼을 다 지키기도 어려운 판국입니다.”
한낮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한 27일 가평군 조종면 마일리 일대. 극한 호우가 일대를 휩쓴 직후 ‘불볕더위’가 찾아온 이곳에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군 장병은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가평군과 군 당국은 여름휴가까지 잠정 연기한 채 수해 복구, 대민 지원에 가용 인원을 모두 투입 중이다. 이날 한낮 체감온도 역시 35도를 훌쩍 넘기자 가평군은 온열질환에 대비, 충분한 휴식을 안내하며 생수와 쉼터 제공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연이은 폭염 경보 발령에 정부가 권고한 ‘2시간 작업 후 20분 휴식’이 지켜지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에서 만난 한 작업자는 “이 지역 곳곳의 상황이 급박해 복구 속도가 관건인 상황”이라며 “가평군에서 이동식 냉풍기를 지원하고 있지만 며칠간 연속 작업이 필요한 현장에 고정 배치된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비슷한 시각 포천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역에서 가장 큰 수해를 겪은 소흘읍·가산면·내촌면에 지자체와 군, 봉사자들이 대거 투입된 탓에 다른 지역 복구 현장에는 쿨 마스크, 쿨토시 등 물품 공급이 다소 지연되는 상황이다.
시는 작업자를 대상으로 폭염이 가장 극심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휴식을 권고하는 한편, 이동식 냉풍기도 동원했지만 폭염으로 인한 가축 피해를 예방하고자 축산농가에 모두 투입됐다.
시 관계자는 “폭우와 폭염 관련 사무 및 사업이 한꺼번에 몰려 물품 지원이 예상보다 지체되고 있다”며 “폭염이 다음 주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물품, 장비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과 이날 투입된 수해 복구 인력은 가평군의 경우 공무원 280명과 군 장병 1천600명, 자원봉사자 1천200명 등으로 3천여명이 넘었다.
포천시에서도 이틀간 공무원 140명과 군 장병 80명, 자원봉사자 200명이 수해 복구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기상청이 다음 한 주도 체감온도 35도 이상의 불볕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보, 복구 인력에 대한 온열질환 방지가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실종자 수색, 피해 복구 현장에 나서는 인원에게는 정부의 폭염 가이드라인 보다 더 빈번한 휴식이 요구된다”며 “기본적인 물품, 장비 지원이 어렵다면 다른 지역에 지원을 요청하거나 냉방 버스를 확보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 온열질환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