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여성·아프리카 최초의 IOC 수장 취임
사상 첫 여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수장에 오른 커스티 코번트리 위원장이 공식 취임했다. 1894년 초대 위원장인 디미트리우스 비켈라스가 선출된 이후 여성 IOC 위원장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여기에 첫 아프리카 출신 IOC 위원장으로도 이름을 새기며 오랜 시간 유럽과 남성이 지배해 온 IOC 유리 천장을 한 번에 산산조각 냈다.
선수로도, 행정가로도 ‘기록 제조’
코번트리 위원장은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08 베이징 올림픽 수영 여자 배영 200m를 연속 제패하는 등 올림픽 메달만 7개(금2·은4·동1)를 따낸 짐바브웨의 스포츠 영웅이다. 짐바브웨가 동·하계를 통틀어 역대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모두 8개인데, 이 중 1980년 모스크바 대회 여자 필드하키 금메달을 제외한 모든 메달을 코번트리 위원장이 따냈다. 세계기록도 여러 차례 세우며 자국에서 ‘국보’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2016년 선수 생활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체육 행정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2012년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돼 행정 분야로의 발판을 놓았고, 그 기간 선수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2023년부터는 IOC 집행위원으로 일했고, 2032년 브리즈번 하계 올림픽 조정위원회도 이끌어왔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국제수영연맹(FINA)에서도 선수위원회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으로 스포츠 행정의 역량을 발휘해 온 코번트리는 2018년엔 짐바브웨의 청소년·스포츠·문화 담당 장관으로 임명돼 정부에서도 발자취를 남겼다.
지난 3월 그리스 코스타 나바리노에서 열린 제144차 IOC 총회에서 제10대 위원장 후보로 출마해 1차 투표에서 전체 97표 가운데 당선에 필요한 과반인 49표를 얻으며 당선됐다. 임기는 8년이며, 한 차례 4년 연장할 수 있어 최장 12년간 일할 수 있다. 코번트리는 수락 연설에서 “여러분 모두가 내린 결정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 이제 우리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번트리 위원장은 3년 앞으로 다가온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슈 해결과 장기적인 재정 확충 등의 과제가 있다. 또한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IOC의 역할과 젠더 문제, 러시아의 올림픽 복귀 로드맵 설정, 미국과 새로운 중계권 계약 체결 등도 숙제로 놓여있다. 한편 올림픽 개최지 결정과 관련해 실무추진단(워킹그룹)을 만들어 개선안을 내기로 한 만큼,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 중인 대한체육회와 전라북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토마스 바흐 12년 임기 마치고 퇴임
코번트리 위원장은 6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의 올림픽 하우스에서 열린 이·취임식을 통해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했다. 전임자인 토마스 바흐 전 위원장으로부터 올림픽 하우스 열쇠를 전달받으며 임기 시작을 알린 코번트리 위원장은 “8년 동안 저와 올림픽 운동을 지지해 줄 최고의 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앞으로 펼쳐질 모든 일이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고 이 자리에 서기까지 경험을 전하며 “올림픽 운동은 단순히 다종목 행사에 관한 것이 아닌, 영감을 주는 플랫폼이다. 삶을 바꾸고 희망을 주는 플랫폼”이라면서 “여러분 모두와 협력해 오늘날 분열된 세상에서 계속 영감을 주고, 삶을 바꾸며, 희망의 빛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코번트리 위원장은 이제는 명예위원장이 된 바흐 전 위원장을 향해서는 “12년 동안 순수한 열정과 사명감으로 올림픽 운동에 헌신해 주셨다. 가장 격동의 시기에도 우리를 하나로 묶고, 놀라운 파리 올림픽을 이끌어 주셨다”며 경의를 표했다. 2013년부터 IOC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바흐 전 위원장은 12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코번트리 위원장으로부터 올림픽 금장 훈장을 받은 바흐 전 위원장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바쳤다”면서 “올림픽 운동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됐다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막후에서 코번트리 위원장을 지원했다고 알려진 그는 “코번트리의 선출을 통해 여러분은 세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IOC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면서 “올림픽 운동은 ‘최고의 손’에 맡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