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좋은 것만을 좇거나 편승하려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어려운 길이더라도 자신만의 강단으로 밀고 나가는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코미디언 엄지윤이 패션/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코스모폴리탄〉 화보를 촬영했다. ‘엄지렐라’부터 ‘엄채아’, ‘엄지훈남’까지 통통 튀고 실감나는 부캐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엄지윤과의 화보는 그의 다재다능하고 다채로운 끼를 한껏 담아내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화보 촬영 현장에서 엄지윤은 특유의 개성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스태프들의 열렬한 응원과 찬사를 받았다.
화보 촬영 후에는 인터뷰가 진행됐다. 어떤 캐릭터든 인간 군상을 담백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엄지윤은 “해당 직업군이나 인물의 모난 구석을 굳이 내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특정 인물을 따라 하면 당사자도, 그분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불편해할 수 있으니 성대모사 정도가 아니면 지양하려고 해요.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면서 만드는 웃음은 이미 웃음이 아니게 되니까요.”라고 말하며 코미디언으로서 지니는 신념에 대해 이야기했다. 2018년 KBS 32기 공채 개그맨으로 첫발을 내딛은 엄지윤, 데뷔 무대인 〈개그 콘서트〉가 폐지되는 일을 겪으며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그 시간을 회상하며 엄지윤은 “당시에는 공채 시험 말고는 길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지금처럼 유튜브나 SNS를 통해 개그를 펼치는 문화가 없었거든요. 합격하고 싶어 개그 신에 지금 꼭 필요한 캐릭터가 뭘까 전략적으로 접근했어요. 그렇게 합격을 했는데.. 프로그램도 없어지고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생기면서 슬럼프에 빠졌어요. 그때 내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죠. 꾸준히 하는 것마저도 엄청난 재능의 영역이더라고요. 실패하더라도 꾸준히 뭐라도 해봤어요. 동료들과 하다 만 유튜브만 해도 서너 개인데 결국에는 다 도움이 됐죠.”
2021년 유튜브 〈숏박스〉의 스케치 코미디를 통해 큰 주목을 받게 된 엄지윤. 장기 연애 커플의 무심한 듯 불꽃 튀는 티키타카를 담은 콘텐츠는 한 회당 누적 조회 수가 2천 만 가까이 되며 큰 사랑을 받게 됐다. 특유의 현실 고증 개그를 위해 무엇을 캐치하는지 묻는 질문에 “큰 것보다 작은 걸 더 잘 보는 편이에요. 무슨 옷을 입었는지보다 어떤 장신구를 며칠 동안 바꾸지 않고 착용하는 구나, 그렇다면 소중한 의미가 있는 건가? 이런 식으로 유추하는 거죠. 그런데도 특별히 관찰력이 좋은 건 아니어서 다수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절대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가 결국 개그로 만들어졌을 때도 잘 받아들여지거든요.”라고 말하며 섬세하게 캐릭터를 창조하고 연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근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엄지훈남’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유튜브를 한 달 정도 쉬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뭔가 올리고 싶어지는 거예요. 공백이 있었으니 이왕이면 파격적인 콘텐츠를 보여주자 생각하다 남자 부캐가 떠올랐어요. 남자들은 여자가 되면 남자를 잘 꼬실 것 같다고 하고, 여자들은 남자가 되면 여자를 잘 꼬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잖아요. 그럼 내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죠.(웃음)”라고 말하며 ‘엄지훈남’의 태생 배경에 대해 말했다. 또한, “엄지훈의 외모부터 나오는 웃음과 공감이 중요했기 때문에 외적인 부분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가발도 진짜 비싼 거 사고 헤어스타일리스트의 손길로 머릿결 하나까지 살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죠.(웃음)”라고 말하며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직업과 특성을 지닌 여성상을 꾸준히 그려온 엄지윤에게 지향하는 여성상을 질문하자 “주체적인 여성이요. 눈에 보이는 좋은 것만을 좇거나 편승하려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어려운 길이더라도 자신만의 강단으로 밀고 나가는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도 묵직하게 걸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앞으로의 행보에도 기대감을 갖게 했다.
엄지윤과 함께한 화보와 인터뷰는 〈코스모폴리탄〉 8월호는 전국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며,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