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 다시 날아오른다.
5월 열린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장편영화가 경쟁·비경쟁 부문 진출에 모두 실패하며 굴욕을 맛봤지만, 이탈리아 베니스와 캐나다 토론토에선 낭보가 이어졌다. ‘한국영화의 침체기’를 증명했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한국영화가 세계 무대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며 반등 신호탄을 쏘아 올릴 태세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 CJ ENM 제공
O박찬욱의 베니스行…거장의 귀환
다시 날아오르는 한국영화의 중심에는 ‘거장’ 박찬욱이 있다. 박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다음 달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영화의 베니스 경쟁 부문 진출은 2012년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 만이다.
박 감독은 이번 영화제 진출로 김기덕, 홍상수에 이어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니스) 경쟁 부문 진출에 모두 성공한 3번째 한국 감독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번 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한다면, ‘3대 영화제를 석권한 첫 한국영화 감독’이 된다. 앞서 박 감독은 칸에서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과 심사위원상(박쥐), 감독상(헤어질 결심)을, 베를린에선 혁신적 작품에 수여되는 알프레드 바우어상(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을 받은 바 있다.
박 감독은 한국 영화인으로선 유일하게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바, 이번 진출은 ‘심사자’와 ‘창작자’ 두 영역을 아우른 전무후무한 커리어의 정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 감독은 2009년에는 베니스, 2017년과 2023년에는 각각 칸과 베를린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영화 ‘세계의 주인’ 스틸, 바른손이앤에이 스틸
O윤가은은 토론토 行…차세대 거장의 행보
박 감독의 베니스 진출만큼이나 의미 있는 성과는 윤가은 감독의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이다. 전작 ‘우리들’과 ‘우리집’으로 주목받았던 윤 감독은 신작 ‘세계의 주인’으로 9월 열리는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유일한 경쟁 섹션 ‘플랫폼 부문’에 진출했다.
앞서 박찬욱, 봉준호 등 굵직한 감독의 작품이 비경쟁 부문에 소개된 적은 있지만, 우리 영화가 토론토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는 이번이 최초다. 특히 윤 감독의 진출은 ‘차세대 거장이 없다’는 한국영화계의 우려를 잠재우는 성과로도 평가되고 있다.
토론토영화제는 ‘북미의 칸’으로 불리는 북미 최대 규모 영화 축제로, 할리우드 진출을 향한 발판으로도 꼽힌다. 토론토에서 활약한 작품 대부분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주목 받는다는 점에서 자연스레 윤 감독의 차기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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