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경남 산청군에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평균 632㎜의 폭우가 쏟아졌다.
시천면은 798㎜로 최고치를, 산청읍은 717㎜로 두 번째를 기록했다.
산청읍과 시천면, 신등면 일대는 산사태와 침수 피해로 폐허가 됐다.
1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으며, 1817명이 한때 대피소로 몸을 옮겼다.
그중 산청읍은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중심 피해지다.
부리·내리·정곡·범학에서 한 가족이 함께 떠난 집도 있다.
70대 부부와 40대 아들, 20대 손녀가 동시에 기록 속 이름이 됐다.
공공시설 2141곳이 망가졌고, 농작물 1149ha, 원예시설 211ha, 주택 366동이 피해를 입었다.
그중 18동은 복구 불가능한 전파 판정을 받았다.
506명이 여전히 대피소에 머물고, 응급복구율은 3%에 불과하다.
전국에서 자원봉사자 2423명이 달려와 흙을 밀고 기둥을 세웠다.
그러나 그 손길은 방송에 나온 마을로 몰리고 있다.
화면 속 마을은 북적이지만, 화면 밖 마을은 여전히 조용하다.
누군가는 복구를 마쳤고, 누군가는 아직 시작하지도 못했다.
도움은 진심이지만, 그 진심조차 기준이 없으면 한쪽으로 기운다.
지금 필요한 건 속도보다 균형이고, 감동보다 배분이다.
복구의 중심은 ‘보인 곳’이 아니라, ‘덜 보인 사람’이어야 한다.
눈에 띈 곳은 치워졌지만, 더 무너진 곳은 남겨졌다.
재난은 비보다, 시선이 놓친 틈에서 커진다.
산청=김정식 기자 hanul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