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광양항만공사, 정부에 유예·삭감 요청했지만 수용 어려울 듯
채권 발행해 일시 상환할 경우 연간 이자만 160억대
(여수=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여수광양항만공사가 2012 여수 세계박람회가 남긴 수천억대 선투자금을 연말까지 정부에 일시 상환해야 할 처지에 놓여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채권을 발행해 선투자금을 상환한다면 앞으로 연간 수익을 고스란히 이자를 갚는 데 써야 할 형편이다.
24일 여수광양항만공사에 따르면 공사 측은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당시 정부에서 선투자한 3천658억원 상환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등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공사 측은 상환 유예, 분할 상환, 삭감 등을 읍소하다시피 하고 있으나 수용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선투자는 국제 행사 등 개최 시 총사업비 중 일부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이후 입장료 수입, 관련 시설 임대·매각 수익을 활용해 상환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정부는 올해 세입 예산으로 선투자금 3천658억원을 반영했다.
해양수산부 고시에는 2025년까지 선투자금을 상환하도록 해 기한에 맞춰 돌려받겠다는 의미다.
정부 입장에서도 올해 세입 예산에 선투자금 전액을 반영한 만큼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공사의 요구대로 상환금 회수를 분할하거나 유예한다면 세입에 그만큼 구멍이 생겨 세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박람회장은 애초 재단법인이 운영했으나 2022년 11월 여수세계박람회 관리 및 사후 활용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이듬해 5월 여수광양항만공사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채무 성격의 선투자금 상환 책임까지 떠안게 돼 고민이 깊다.
채권을 발행해 일시 상환할 경우 연간 이자만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연간 수익과 비슷한 16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마스터 플랜 용역을 거쳐 박람회장 사후 활용 방안을 모색하던 움직임에도 찬물을 끼얹게 됐다.
박람회 개최 이후 13년간 박람회장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지난해 정부 예산 수립 때부터 협의 과정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지역 정·관계 역량 부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여수광양항만공사 관계자는 “내년 예산 수립 시기가 다가오면서 올해 예산 처리(상환) 압박도 커지는 상황”이라며 “삭감, 유예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분할 상환이나 다른 형태의 국비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