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이 성폭행” 숨진 단역배우 자매…경찰은 “어떻게 입증해?”

“12명이 성폭행” 숨진 단역배우 자매…경찰은 “어떻게 입증해?”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지난 2009년 발생한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에 대해 어머니가 “딸을 죽인 건 경찰”이라며 분노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KBS2 ‘스모킹건’에서는 ‘단역배우 자매 사건’의 피해자 어머니 장연록 씨가 직접 출연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진=KBS2 ‘스모킹건’

지난 2009년 8월 28일. 30대 여성이었던 양소라 씨가 아파트 18층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2004년 소라 씨가 동생 소정 씨의 제안으로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벌어졌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소라씨는 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뒤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알고 보니 소라씨는 단역 배우로 출연한 작품의 촬영 현장에서 ‘반장’이라 불리는 관리자를 포함해 보조 출연 담당자와 촬영 스태프 등 12명에게 3개월간 40여차례 성폭행을 당한 것이었다.

이들 중 반장 A씨는 약 2달 간 소라 씨를 6번 성폭행했다. 소라씨가 반항을 하면 “칼로 얼굴에 상처 내겠다”고 협박했으며, 심지어 촬영 중간 쉬는 시간과 이동 중인 버스 안에서도 성추행이 이어졌다고 한다.

소라씨의 증언에 따르면 A씨를 포함한 반장 3명은 번갈아가며 소라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결국 어머니 장씨는 소라 씨를 설득해 4명 성폭행, 8명은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A씨는 “만난 건 맞지만 사귄 적도, 성관계한 적도 없다”고 부인한 뒤 소라 씨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협박했다.

사진=KBS2 ‘스모킹건’

다른 반장 중 3명은 소라 씨와 성관계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합의하에 관계를 가진 것이라고 했다. 한 반장은 “서로 좋아해서 한 거다. 유부남을 어떻게 안 좋아하겠냐?”고 뻔뻔한 태도를 보였고, 다른 반장 역시 “딱 한 번 정상적으로 했다. 끝나고 아침에 일어나서 차비까지 줬다”고 주장했다.

당시 해당 사건을 수사한 담당 형사는 “3달간 다 같이 성관계를 맺은 걸 보면 4명이 강간을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소라 씨를 향한 2차 가해가 이어졌다고 한다. 장씨에 따르면 담당 수사관은 소라 씨에게 “성추행당했다는 걸 어떻게 입증할 거냐?”, “처음 당한 모텔 방에서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끌려가지 않아야 했던 거 아니냐?” 등 발언을 했다.

또 대질조사를 받으러 간 날에는 소라 씨와 가해자를 가림막 하나 없이 한 공간에 뒀다고 한다. 수사관이 “피해자가 한 말이 맞냐?”고 물으면 가해자들은 “네가 좋아서 했잖아!”라고 소리치기까지 했다고.

심지어 한 가해자가 “소라 씨와 성관계하지 않았다”고 부인하자, 수사관은 소라 씨에게 “가해자의 성기를 그려라”라고 요구까지 했다.

사진=KBS2 ‘스모킹건’

장씨는 “색깔, 털, 둘레, 밀리미터까지 자세히 그리라고 했다. 딸은 울면서 그린 걸 제출했다”며 “어느 날은 한 경찰이 ‘어이, 12명 상대한 얼굴 좀 보게 모자 좀 벗어봐’라고 했다. 그때 바로 딸 손을 붙잡고 나왔는데, 딸이 8차선 도로로 뛰어들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소라 씨는 2년 만에 고소를 모두 취하했다. 경찰 조사받는 과정에서 사건을 떠올리는 것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고소 취하 3년 후인 2009년, 소라 씨는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소라 씨가 떠난 후 6일 만에 동생 소정 씨도 언니를 따라갔다. 자신이 언니를 단역배우 일에 소개한 것 때문에 자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딸들의 연이은 사고에 충격으로 쓰러진 아버지도 결국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결국 소라씨 사건의 12명의 가해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민사적으로도 소멸 시효 제도 탓에 죄를 물을 수 없었다.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도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눈물을 보인 어머니 장씨는 “네 식구였는데 이제 저 혼자 남았다. 그런데 그놈들은 다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멀쩡하게 잘 살고 있더라”며 “정신이 들었을 때는 딸들이 세상이 떠난 지 벌써 4년이 지나있었다. 딸들을 위해 진실을 밝혀야겠다. 싸울 수 있는 날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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