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정)우주에게 한마디 해야겠어요(웃음).”
두산 베어스 박준순은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6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두산이 리그 선두 한화의 11연승을 저지하고 13-2로 대승을 거두는 데 앞장섰다.
이날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첫 타석을 맞이한 박준순은 한화 선발투수 황준서의 3구째, 143km/h 패스트볼을 강타해 비거리 115m의 좌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4-0을 빚었다.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서는 좌중간 3루타를 선보였다. 한화 중견수 루이스 리베라토가 타구를 잡는 듯했지만 공이 글러브에서 빠져 3루타가 기록됐다. 5회 무사 1루서는 좌전 2루타를 때려내 무사 2, 3루로 기회를 이었다.
홈런-3루타-2루타를 차례로 생산한 박준순은 KBO리그 역대 2호이자 고졸 신인 최초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에 성큼 다가서며 기대감을 높였다.
박준순은 6회 2사 1루서 한화 신인투수 정우주와 맞붙었다. 초구 슬라이더는 볼이었다.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쳤으나 2루 땅볼로 아웃되고 말았다.
이후 8회 여러 타자가 출루하며 박준순의 바로 앞 타순인 오명진까지 타석에 들어서는 데 성공했다. 박준순은 대기 타석에서 마지막 기회를 기다렸다. 하지만 오명진이 1루 땅볼로 아웃돼 8회는 막을 내렸다. 9회초 경기가 종료돼 박준순에게 추가 타석은 주어지지 않았다. 안타 1개가 부족해 아쉽게 대기록 도전에 실패했다.
승리 후 만난 박준순은 “장타가 3개나 나왔는데 오늘(23일) 나올 줄 몰랐다. 그냥 쳤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뻤다”고 밝혔다.
대기록까지 단타 1개만 남겨둔 상황. 6회 2루 땅볼로 물러났을 땐 어땠을까. 박준순은 “(정)우주가 속구를 던질 줄 알았는데 변화구만 던지더라. 분명 경기 전에 속구만 던진다고 했는데 변화구를 구사했다. 한마디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한 타석을 더 얻고 싶어 8회 대기 타석에선 마음을 졸였을 터. 박준순은 “(타석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다. 아쉽지만 다음에 기록을 세울 수 있도록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팀이 이겨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코치님들, 형들이 전부 나까지 타석을 이어야 한다고 했다. (오)명진이 형이 아웃된 후 내게 계속 미안해했다”며 “그렇게까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물론 아쉽긴 했다”고 덧붙였다.
리그 선두인 한화는 두산과의 3연전을 앞두고 9연승을 질주 중이었다. 지난 22일 맞대결에선 리그 역대 2번째로 ‘단일시즌 10연승 2회’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박준순은 “내야에 다 어린 선수들이 있다 보니 그냥 파이팅 외치며 자기 할 것만 잘하자고 이야기했다. 선배님들이 잘 쳐주셔서 이번엔 이길 수 있었다. 좋다”고 전했다.
6월 초부터 꾸준히 주전으로 기회를 받고 있다. 박준순은 “상상도 못 했다. 스스로 다듬을 점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며 “2군에 오래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기회를 주셔서 빨리 적응하려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초반엔 속구에 많이 늦었는데 계속 타석에 나가다 보니 조금씩 맞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유격수, 3루수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수비 능력이 뛰어나다. 박준순은 “2군에서 모든 포지션에서 훈련했다. 중학교 때까지 유격수를 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잠시 3루수로 뛰었다”며 “또,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2루수도 하다 보니 도움이 많이 됐다. 두산에선 어디든 빈자리에 들어가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가 나름대로 안정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기본은 한다고 생각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두산의 영원한 ‘천재 유격수’ 김재호는 지난 6일 잠실서 은퇴식을 치르며 자신의 등번호 52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박준순에게 벗어주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박준순은 김재호의 52번을 사용 중이다. 그는 “등번호의 무게감을 더 확실히 알게 됐다. 선배님보다 잘해 ’52번’ 하면 박준순이 떠오를 수 있게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두산 베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